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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분쟁지도를 보며 평화의 가능성을 묻다

때때로 2011. 1. 11. 15:14

중ㆍ고등학교 시절 두 번째로 좋아하던 교과서가 사회과부도 였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ㆍ역사ㆍ문화를 지도에 종합해놓은 부도를 보는건 먼 나라로 떠나는 모험 여행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요즘도 종종 중고생 사회과부도를 하나 사볼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참에 딱 맞는 책이 나왔더군요. 책과함께에서 낸 '아틀라스' 시리즈입니다.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 '아틀라스 20세기 세계 전쟁사'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4권이 나와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것은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입니다.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파스칼 보니파스, 위베르 베드린 지음|남윤지 옮김|책과함께

유럽ㆍ아메리카ㆍ아프리카ㆍ중동ㆍ아시아ㆍ러시아 주변국 등 세계의 분쟁 지역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반도도 나와 있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토록 많은 분쟁과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에 놀라곤 합니다. 세계화니 국제화니 해도 여전히 민족과 국가, 종교에 따른 갈등은 끝이 없습니다. 과거 식민지 역사는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분쟁의 뿌리입니다. 가스와 석유 등 천연자원을 둘러싼 분쟁도 흔한 이유죠. 여기에 종교와 인종적 원인이 뒤섞입니다. 평화를 향한 꿈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케 만들 정도로 많은 분쟁이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종교ㆍ인종 분포, 식민지ㆍ학살ㆍ강제이주 등 역사적 사실, 주요 난민 캠프와 교전지역, 석유ㆍ가스와 같은 천연자원 등 다양한 정보가 각 분쟁지역 별로 지도와 그래프로 표시돼 분쟁의 양상과 뿌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줍니다. 때론 너무 다양한 정보에 한참을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돌이켜봐야 할 때도 있지만 이정도로 깔끔하게 각 지역의 분쟁을 도식화 하기란 쉽지 않죠. 지도 오른편의 짧은 글에선 분쟁지역의 역사와 현재ㆍ전망을 개괄합니다. 아쉬운 것은 이 글이 왼편의 지도와 그래프를 설명해주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죠.

이 책은 세계화 시대에도 분쟁의 주요 당사자는 여전히 국가와 민족임을 강조합니다. 당연히 그 해결책도 국가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미국ㆍ러시아ㆍ유럽연합과 같은 주요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제3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 처럼 이 책의 저자들도 오바마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한계도 직시하고 있죠.

144쪽의 얇은 이 책은 물리적 부피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한 번 읽고 끝낼 책은 아닙니다. 뉴스를 추적하면서 과거 사실을 확인하고 때로는 새롭게 추가된 정보를 이 지도에 업데이트 하는 것이 이 책의 독자가 해야할 임무일 듯 싶습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수단과 아이티에 대한 것입니다. 남부 수단은 최근 독립을 묻는 투표를 했습니다. 아이티는 작년 강한 지진을 겪었고 미국은 이를 계기로 결국 아이티에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최근 한반도의 상황도 빼놓을 수 없겠죠. 이 책에선 노무현 정부까지의 정책만 다뤘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아직 담기지 않았습니다.

얇은 책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지더군요.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에게 현재의 분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이 책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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