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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 진보대통합 원칙을 다시 확인하다

때때로 2011. 9. 26. 01:11


민주노동당은 9월 25일 오후 2시 성북구민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의 대상으로 승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권영길ㆍ천영세ㆍ강기갑 전 대표 3인과 민주노총, 당 내 좌파 조직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안건은 부결됐다. 참여당과의 선통합을 의미하는 안건에 마지막 반대 토론자로 나선 권영길 전 대표. [사진=自由魂]


어제(25일) 오후2시 민주노동당은 성북구민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참여당과의 선통합을 의미하는 안건에 대한 처리를 시도했습니다. '향후 진보대통합 추진방안'으로 제시된 다수파 안건의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5ㆍ31 최종합의문에 동의한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고 … 11월 노동자대회 이전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한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는 올 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9월 4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 직전까지 꾸준히 참여당과의 염문을 뿌리며 진보신당 내 '독자파'를 자극해왔었죠. 그 결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진보대통합은 부결되기에 이릅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정희 대표와 그 일파는 바로 참여당과의 통합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핵심이 참여당과의 통합은 아닌 듯 싶습니다. 이정희 대표야 조금 늦게 입당했지만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처음 시도한 작업은 당 이름에서 '노동'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을 쓰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도는 좌절됐죠.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시도는 결국 올해 상반기 정책당대회에서 당 강령을 수정하면서 성공합니다. 당의 '사회주의'적 지향을 삭제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가 될 듯한 문구를 당의 지향으로 삼습니다.

물론 이를 단순히 그들 일파의 의도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이 걸어온 길은 사실상 사회주의적인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안건에 대한 마지막 반대 토론자로 나선 권영길 대표가 자신의 세 번의 대권 도전을 반추하며 부결을 호소한 것은 그 때문이었던 거겠죠. 그는 1997년 '일어나라 코리아'라는 대선 구호, 2007년 '코리아 연방공화국'과 같은 현 다수파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구호들이 당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당의 이후 진로에서도 악영향을 끼쳤음을 지적했습니다. 그와 같은 반성 때문일까요. 얼마전까지 당내 '큰 어른'으로 갈등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체면치레만 하던 권영길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재출마 포기 등을 내세우며 진보대통합, 특히 진보신당과 당 외 좌파들에 대한 구애에 적극 나서고 있죠.



25일 임시 당대회에서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참여당 통합파의 시도는 1차로 저지됐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 중심'의 진보정당이 아닌 미국식 민주당을 향한 당 내 우파의 시도는 계속될 듯하다. 비록 3분의 2라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진 못했지만 510명의 대의원은 참여당과의 선통합을 뜻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사진=自由魂]


이정희 대표의 패착은 민주노총과 전농과 같은 대중조직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겠죠. 민주노총 조합원, 전농 회원의 다수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더 나아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중조직을 만들고 현재 이끌고 있는 이들이 (NL을 포함한) '좌파'라는 것은 잊은 것이죠. 이들에게 참여당이라는 세력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 이들의 후신입니다. 당장에 민주노동당 당원 허세욱씨가 한미FTA에 반대해 분신해 돌아가신 일이 있습니다. 참여당에는 여전히 한미FTA는 옳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수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정희 대표가 속해 있는 세력의 후원으로 위원장이 될 수 있었지만, 이들 좌파의 반발로 민주노총의 조직분열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참여당 선통합안'에 동의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일체의 연대사와 축사를 배제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자격으로 '신상발언'을 신청해 '참여당 선통합안'이 통과될 시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철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게 됩니다. 이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이후 이정희 대표쪽 대의원들은 자제력을 잃고 고함과 욕설로 장내를 어수선하게 만들기도 했죠. 당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권영길 전 대표에 대한 쌍소리에 이정희 대표가 나서서 권 전 대표, 천영세 전 대표에게 사과를 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어제 대의원대회의 재석 대의원은 787명이었습니다.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재적 3분의 2인 525명의 찬성표가 필요했습니다. 어제 대의원대회 전까지만 해도 안건의 통과는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죠. 이번 안건은 전체 대의원 886명의 55.6%인 493명의 참여로 발의된 만큼 통과는 예정된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의원대회에서 이정희 대표 일파가 얻은 표는 애초 안건 발의 대의원보다 17명 많은 510명이었습니다.

이로써 진보양당의 대의원대회 모두에서 당 지도부의 안이 부결되었습니다. 9월 4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선 노동자ㆍ민중을 중심을 강조하는 진보대통합 찬성파가 패배했지만 9월 25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선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진보진영 내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표결이 끝난 후 반대 측에 섰던 천영세 전 대표가 이정희 대표에게 "이제 승복하세요. 더이상 이러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그말을 들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들에겐 510명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대의원들이 있으니까요. 진보신당은 상황이 더욱 복잡합니다. 조직 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두 방향에서 표출되고 있으니까요. 하나는 '비정규직'을 강조하며 정규직을 비정규직의 적으로 규정하는 자칭 '독자파'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으로 통합하자는 '빅텐트'론자들입니다. 앞의 '독자파'는 권영길ㆍ노회찬ㆍ강기갑ㆍ천영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끌어안아야 할 세력입니다. 그렇기에 '좌파'에게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단순히 소수라서가 아니러 더 다양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어제 민주노동당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참여당과의 선통합안이 통과되어 상황이 빨리 정리되는게 더 좋은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좌파'라는 것을 개인적 정체성으로 삼은 이후 이토록 어려운 시절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결국은 1991년 이후 종결되었어야 할 운동이 목숨을 부여잡고 명맥을 이어왔던 것이 지금 독이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권영길과 같은, 이미 늙어 힘 빠진 사자 아닌가 싶었던 이들이 다시 사자후를 토해내는 것을 보며 다시 용기를 내곤 합니다.


당대회 안건 찬반 토론 직전 안건의 반려를 요청하는 대의원 발의에 대해 긴급 발언을 하는 권영길 전 대표. [사진=自由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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