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19/11 »

  •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2011.10.04 14:54

박원순이 갔으면 하는 두 가지 길 쟁점2011.10.04 14:54

1.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야권 후보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후보도 있었지만 거의 존재감이 없었고 사실상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1대 1 대결에서 박원순 후보가 완승을 거뒀습니다. TV토론 배심원 조사, 여론조사 모두에서 앞섰고 시민참여경선에서도 민주당 조직력을 활용한 박영선 후보에 5%밖에 뒤지지 않아 52.2%로 여유있게 승리했습니다.

2. 경향신문은 4일자 1면에서 '시민정치가 정당정치 이겼다'라는 제목으로 박원순의 승리 소식을 전했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여전히 민주당으로의 입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고, 당선 이후에도 민주당 등 야권과의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제목은 섣부른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경선 결과는 이전 선거에서의 '바람'들과 달리 꽤 큰 변화의 시작점이 될 듯 합니다.

3.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는 거듭된 '바람'을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대개 이 '바람'이 기존 정당체계를 벗어났을 때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바람'조차도 민주당 내에서 일어났기에 성공했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체적으로 민주당 내 친노세력이 성공했던 것과 달리 당 외의 친노세력이 실패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죠.

4. 그렇기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정치세력에 대한 조선일보류의 '포퓰리즘' 비판은 올바른 지적이 아닙니다. 그들은 포퓰리즘을 단순하게 '대중영합주의'정도로 이해하는데, 이렇게 포퓰리즘을 정의하면 포퓰리즘이 아닌 민주주의 정치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 하에서 포퓰리즘이란 정치가(혹은 정치집단)가 정당체계를 벗어나 대중의 지지를 직접적인 권력기반으로 삼는 것을 말합니다.

5. 대중의 광범위한 직접적인 지지와 참여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더라도 대중운동은 필연적으로 소강기를 맞게 됩니다. 이것은 정치인 혹은 운동가들이 어쩔 수 있는게 아닙니다. 따라서 대규모 대중 동원이 불가능하게 됐을 때 포퓰리즘 정치는 자신 스스로 대중을 대신하게 되거나(독재), 기득권 세력의 숨어있는 힘에 의해 물리적으로 전복(쿠데타)되곤 합니다.

6. 정당정치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발전해왔습니다. 민주화 과정의 대규모 동원이 가라앉은 후 민주주의를 진척시키기 위한 발판이 정당인 것이죠. 볼셰비키적으로 표현하자면 정당은 '계급의 기억'인 것입니다. '뛰어난' 정치 지도자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바라는 건 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죠. 정치 지도자는 정당 내에서 갈등과 분쟁의 조정, 해결과정을 통해 훈련받고 키워지죠. 그 과정에서 대중에게 '검증'받습니다.

7. 정당정치는 끊임없이 위협받아왔죠. 특히 한국에서는 우파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당과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조장되어 왔기에 그 기반은 매우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쿠데타 후 제일 먼저 했던 것 중 하나가 기존 정당 정치인들을 대중적 비난을 이용해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된 '새로운 피'의 수혈은 한편에선 이런 대중의 편견을 강화시켜왔습니다.

8.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치는 대체적으로 '정당정치'의 틀 내에서 움직여 왔습니다. 수혈은 기존 정당에게 이루어졌죠. 3김 정치라고 비난받았지만 DJ와 YS는 탄탄하게 정당을 꾸려왔습니다. 제왕적인 총재라는 비판이 있었을지언정 말입니다. 정당정치를 파괴했던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을 정당답게 만든 주역이었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합니다.

9.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 박원순의 승리를 일각에서는 정당정치에 대비되는 시민정치의 승리라고 지칭합니다. 한나라당은 국민 절반 이상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탄탄하다는 점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정당정치'가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통 야당의 위기일 겁니다. 본선을 치뤄봐야 알겠지만 기존 정당 밖에서 이정도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는 게 박원순 '바람'이 기존의 바람들과 다르게 보이는 지점입니다.

10. 제가 포퓰리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때문입니다. 박원순이 정당 밖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하고, 이후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은 강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포퓰리즘적 정치 시도들이 강화될 때 대중적 물결과 합류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러한 행운을 언제나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랬을 때 우파의 반격이 두렵기도 하고요.

11. 몇해 전부터 희망제작소에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정치적 지향이 저와는 다르지만 꽤나 훌륭한 분이라는 데 절절히 공감하고 있고요. 야권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원순의 승리에 대한 네티즌의 환호에 일정 공감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 정당, 특히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과 비토로 이어지는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습니다.

12. 저는 두 가지 정도의 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정치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정당에 입당하는 것(꼭 선거 전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선거 후에라도)이나 그 스스로 정치적 지향을 선언하고 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정당을 조직하거나. 경선 승리 직후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자면 그가 정당과 지나치게 벽을 세우고 있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길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Posted by 때때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