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저항, 확산되는 불꽃 본문

쟁점/11 OccupyWS

저항, 확산되는 불꽃

때때로 2011. 10. 5. 17:53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미국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자고 있는 모습. [Eduardo Munoz/Reuters]

"월스트리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수많은 영세사업자가 신용카드에 의존해 장사를 꾸려나가고 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카드 이자율이 8%에서 28%로 뛰었다. … 이 때문에 상당수 영세 사업자가 문을 닫았다. … [이와 대조적으로] 은행에 대해선 (당국이) 자본 확충을 하지 않고도 부실자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줬다."
- 중앙일보 10월 5일 14면(링크)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의 말입니다. 소로스 뿐 아닙니다. 워런 버핏은 자신과 같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으라고 제안했죠.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부자 증세안은 '버핏세'라고 불립니다. 자신들의 책임은 도외시 한채 오직 이익만 누리려는 월가의 행태가 많은 이들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는데 대한 진짜 부자들의 대응입니다. 부자들 모두가 이들과 같은 태도를 갖게 되지는 않겠죠.

오바마와 각국 정부의 이러저러한 노력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개 가난한 이들이 혜택받는 복지제도와 공적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을 통해 정부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고자 도모합니다. 오바마의 증세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주 정부들은 재정감축을 위해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를 달궜던 위스콘신 공공부문 노동자의 투쟁은 그러한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죠.

미국 국경을 벗어나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유럽의 지배자들은 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감축의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ㆍ농민들에게 돌아갑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리스 인민은 이러한 정부와 유럽 지배자들의 협박에 용기있게 맞서고 있습니다. 저항은 그리스 뿐 아니라 스페인ㆍ이탈리아에서도 계속되고 있죠.

'시장 독재에 저항하는 국제 행동의 날'인 9월 17일 그리스 활동가들이 그리스의 중앙은행에 구호를 적은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No to a World of Bankers and Bosses. Yess to a World of Direct Democracy and Popular Justice" [Louisa Gouliamaki/AFP/Getty Images]

전 세계적인 저항은 미국 뉴욕의 월가를 점령한 시위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도심의 주요 공공장소를 점거하고 농성하는 시위는 사실 스페인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저항 방식이 대서양을 건너가 세계금융의 중심지 월가를 세계적 투쟁의 중심지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우익의 티파티 운동에 대해 과한 관심을 보였던 데 반해 이번 운동에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던 미국 언론도 이 운동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뚜렷한 리더도, 정해진 목표도, 공통의 정치적 지향점도 없는 이번 시위가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사이버 공간이 이번 시위의 진정한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경향신문 2011년 10월 5일 11면ㆍ링크). 그러나 이번 시위가 무엇보다도 '월스트리트'라는 물리적으로 실제하는 장소를 점령하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망각한 주장일 뿐입니다.

동아일보는 현재의 저항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글로벌 앵거'라는 적절한 이름을 붙였습니다(동아일보 2011년 10월 4일 1면ㆍ링크). 프랑스의 老(노)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이 '분노하라'는 책을 내놓은지 1년 만에 전 세계는 분노의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이제 문제는 '분노'하는 것이 아니게 됐습니다. 동아일보가 영국 진보운동가의 목소리를 빌어 평가했듯이 "1920년대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아) … 정책 결정자도, 시위대도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만한 대안적 비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12만명의 우편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공공 우편 서비스의 축소에 항의하는 시위가 9월 27일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렸다. [Lucy Nicholson/Reuters]

9월 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공교육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교사 노동자의 시위 행진이 있었다. 각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로 정부 재정이 급격이 악화되면서 공적 서비스를 축소하는 등 재정감축으로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공적 서비스와 복지의 축소에 항의하는 시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다. [Juan Medina/Reuters]

거세진 않지만 분노의 물결은 한반도에도 흐르고 있습니다.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연구소의 '한국사회 만족도 평가'에 의하면 "현재 사회 현실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평가가 67.2%에 달했습니다(경향신문 2011년 10월 5일 1면ㆍ링크). 그래서일까요, 명민한 조선일보는 얼마전 '자본주의 4.0'이란 의제를 제기했습니다(조선일보 2011년 8월 2일 1면ㆍ링크). 경향신문도 뒤를 이어 창간 65주년 기획 '사회계약 다시 쓰자'라는 주제로 '8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경향신문 2011년 10월 4일 1면ㆍ링크).

① 더 놀자, 더 쉬자
② 1%만의 경제에서 99%의 경제로
③ 조금씩 불편해지기
④ 녹색당, 해적당, 노인당을 원한다
⑤ 불만의 에너지를 참여로
⑥ 패자부활전을 하자
⑦ 노조조직률 50%로
⑧ 세금을 내자

- 경향신문 2011년 10월 4일 1면(링크)

경향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67.2%에 달하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참거나 개인적 노력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77.1%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경향신문의 '사회계약 다시 쓰자'는 기획에 더 관심을 모아야 할 이유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는 '사회계약'이 학교의 토론수업 처럼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사회계약은 무엇보다도 격렬한 갈등과 투쟁의 과정을 통해 지배적 집단이 사회를 주도할 권력ㆍ도덕ㆍ지식을 획득한 결과입니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거나 무시당할지라도 현재의 투쟁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집단적 저항은 그 안에서 새로운 사회적 연대ㆍ조직의 싹을 틔워줍니다. 작은 뉴스이지만 '그리스 지역화폐 인기'라는 기사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경향신문 2011년 10월 4일 11면ㆍ링크). 현대판 품앗이라고 부를만한 '지역화폐'는 "바느질 서비스와 안경, 수제비누를 비롯해 아이 돌봄, 머리 손질, 외국어 교습 등 개인이 가진 물건이나 서비스를 지역사회 내에서 사고팔거나 할인해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오노 요코는 트위터에서 "존 레넌이 한 명의 영웅으로는 뭔가를 할 수 없기에 우리 모두가 영웅이 돼야 한다'고 했듯 여러분들이 영웅"이라며 뉴욕의 시위대를 응원했습니다. 미국의 시위대가 스페인에서 배우고, 캐나다의 시위대가 미국에게서 배웠듯, 우리도 세계적인 움직임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시작이 영도조선소의 85호 크레인일지, 제주도 강정마을일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들이 이후 더 큰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좀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9월 23일 연금과 임금의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행진이 있었다. [Victor R. Caivano/Associated Pres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