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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11 한미FTA

고맙다 동아일보 … 동아일보가 말하는 볼리비아 물 전쟁의 진실

때때로 2011. 11. 3. 12:28

동아일보가 반가운 기사를 내놨습니다. '[팩트체크] 민주당 주장하는 '과테말라-볼리비아 ISD 사태' 진실은'(링크)이라는 기사입니다.

그들이 반박하려는 괴담은 이런 것입니다. ①벡텔의 자회사가 볼리비아의 상수도를 인수한 후 빗물을 받아먹는 행위까지도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죠. ②그리고 이게 모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때문이라는 것이 괴담의 요체입니다.

우선 동아일보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볼리비아는 "극단적 인플레이션을 겪은 뒤 IMF와 세계은행의 권고로 신경제정책(NEP)을 추진한다." 이후 1998년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을 통해 코차밤바의 수도사업체를 '아과스 데 투나리'라는 벡텔의 자회사에 매각합니다.

"[미국계 건설사인 벡텔이 주도한] 이 컨소시엄은 인수 조건으로 볼리비아 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볼리비아 정부가 '법률 2029'라는 이름으로 수용한 법에는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기존 상수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일반 시민이 지붕에 빗물통을 설치해 빗물을 받으려면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 [동아일보] 펙트체크 … 민주당 주장하는 '과테말라-볼리비아 ISD 사태' 진실은(링크)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니 괴담①은 결국 사실인가 봅니다. '팩트체크'라는 이름까지 달고 나간 기사이니 믿을 수 있겠죠(동아의 그동안의 패악질은 잠시 잊읍시다).

이렇게 코차밤바의 상수도 운영권을 가져간 벡텔의 자회사는 수돗물값을 급격히 올리죠. 저는 최대 200%라고 알고 있었는데, 동아일보에 의하면 최대 '400%'까지 폭등했다네요. 벡텔은 제 생각보다 더 악독한 놈들입니다. 위의 빗물통 단속법과 이어진 수도요금 인상으로 볼리비아 인민의 분노는 폭발했습니다. 볼리비아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했죠. "부상자 175명이 발생하는 등 시위가 확산되자 그해(2000년) 4월 코차밤바 시장과 중앙정부, 시민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 상수도 민영화는 취소"됐습니다.

여기까지는 부패하거나 무능력한 정부와 결탁한 기업의 탐욕을 인민의 집단적 힘으로 저지해낸 '해피엔딩' 이야기입니다. 괴담②가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여기부터입니다. 물론 트위터에서 도는 괴담에서는 이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말입니다.

볼리비아 정부의 민영화 취소에 벡텔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볼리비아 정부를 제소하죠. 벡텔의 본사가 있는 미국은 볼리비아와 FTA를 맺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제소했을까요? 벡텔은 네덜란드에 있는 자회사(사실은 '페이퍼 컴패니'죠)를 통해 제소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볼리비아와 BIT(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이 협정에는 ISD가 포함돼 있었던 거죠.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볼리비아에 투자한 돈은 100만 달러가 안됐음에도 벡텔은 볼리비아에 5000만 달러를 물어내라고 요구했습니다(이 것도 역시 저는 2600만 달러로 알고 있었는데, 벡텔이 제 생각보다 훨씬 탐욕스러운 집단이라는 것을 동아일보 때문에 알았네요).

결론은 다시 다행스럽게 '해피엔딩'입니다. 벡텔의 탐욕에 분노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이 들고일어났죠. 전 세계적인 연대가 벡텔을 포위해 강력한 항의를 지속했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내외의 강력한 지탄에 밀려 2006년 1월 단돈 2볼리비아노(약 400원)을 받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동아일보의 결론은 "무능하거나 부패한 정부와 해외 사업자 간의 결탁에 가까운 계약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겁니다. 저도 동아일보의 이 주장에 100% 동의합니다. 문제의 괴담②가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동아일보가 지적한 대로 볼리비아의 물 전쟁은 다행스럽게도 세계적 시민사회의 연대로 나름 원만한 해결을 봤죠. 하지만 이 사례는 부패하거나 무능한 정부와 결탁한 기업의 탐욕에 주권국가 국민이 정당하게 저항할 때, 바로 이 ISD 조항이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미FTA는 을사조약 같은 게 아닙니다. 나라 팔아먹는 일은 아니라는 거죠. 한국의 기업에게도 FTA와 그 안에 포함된 간접수용 보상 규정, 투자자-국가소송 분쟁해결절차 등은 필요합니다. 때로는 한국 기업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바로 그 '기업의 필요' '기업의 이익'이 평범한 '노동자의 필요' '노동자의 이익'과 배치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NAFTA를 들면서 흔히 멕시코를 안 좋은 사례의 대표로 듭니다. 그런데 멕시코에는 세계적 부자들이 즐비합니다. 어려운 것은 멕시코의 노동자와 농민ㆍ실업자ㆍ청년들이죠. 그렇다면 미국은 좋을까요? 미국의 기업에겐 좋죠. 하지만 미국의 기업들이 '싼 임금'을 찾아 멕시코의 마킬라도라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미국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멕시코의 노동자들이 저임금 노동자에 혹사당하는 반대편에는 미국 노동자 실업의 고통이 있죠.

당연히 한국과 멕시코는 같을 수 없습니다. 멕시코가 특별하게 피해를 많이 본 것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FTA를 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멕시코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볼리비아와 같은 사례가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한미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익'이 국민 전체가 공평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는 누군가의 이익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 '기업'의 이익보다 '노동자'의 이익을 선택할 것입니다. 지금 뉴욕의 리버티 광장에서 '우리가 99%'라면서 '1%'의 탐욕을 중단시키자고 외치고 있는 점령하라 시위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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