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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몹 동영상 몇 개 … 잠시 쉬었다 가시지요

때때로 2012. 7. 5. 00:49

경찰이 강력하게 시위를 진압하던 시절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어느정도 그렇지만) 구호 몇 번 외치고 유인물 몇 장 뿌리기 위해 건물 옥상에 몸을 매달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황규덕 감독의 영화 '별빛 속으로'에서 그러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운동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거리로 진출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택'(전술)을 짜고 책임자의 신호에 맞춰 골목골목 숨어있던 시위대는 일순간 거리로 뛰쳐나와 차량의 통행을 막고 도로에 드러눕곤 했습니다.

플래시몹이란 것에 대해 들었을 때 떠오른 건 바로 그러한 과거의 시위 모습입니다. 언론에서는 '새로운' 시위 문화로 격찬했지만 사실 제게 그 모습은 달라보이진 않았습니다.

시위가 어떠한 주장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라면, 그 주장이 꼭 '정치'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음악이, 춤이 구호와 팔뚝질을 대신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2011년 스페인에서는 금융위기에 분노한 사람들이 은행 로비에서 플라멩코를 추는 것으로 항의의 뜻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오큐파이 운동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은행에서 금융지배자들을 비꼬는 가사로 개사한 캐롤을 불렀습니다. 최근 워커 주지사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끝난 (결과적으로 노동운동과 시민의 패배로 끝난) 주지사 소환 운동에서 적지 않은 시위대들이 같은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항의의 뜻을 이어갔습니다.

음악과 춤은 체제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지배자들을 조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고난한 일상을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그것이 갑자기 주어진 선물이라먼 더 그렇지요.



2010년 11월. 한 쇼핑센터의 푸드코트에서 난데없는 합창이 시작됩니다.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 HWV 56)'의 '할렐루야(Halleluja)입니다. 비록 공연장 만큼 정갈한 소리는 아니지만 감동은 그에 못지 않습니다. 플래시몹에는 악기가 필요 없는 이러한 합창 만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더군요.



위 동영상은 코펜하겐 필이 2011년 5월 2일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벌인 플래시몹입니다. 라벨(Maurice Joseph Ravel)의 볼레로(Bolero)에 정말 잘 어울리는 연출입니다. 음악이 그렇듯 작은북으로 시작된 공연에 연주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역의 중앙 홀은 공연장이 됩니다. 물론 중간중간 안내방송 소리, 사람들의 웅성임도 들리지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입니다. 한 노인은 손녀로 보이는 어린 소녀들과 아예 바닥에 자리 잡고 앉습니다.



플래시몹이 꼭 넓은 광장, 홀일 필요는 없겠죠. 그곳이 비좁은 출근길 지하철 안일지라도 연주할 공간만 있고, 들을 귀만 있다면 곧 훌륭한 공연장이 됩니다. 위 동영상도 마찬가지로 코펜하겐 필의 영상입니다. 그리그(Edvard Grieg)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Peer Gynt suit no.1 OP 46)의 아침(Morning mood)를 비좁은 지하철 안에서 연주하죠. 특히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절정을 맞는 연출이 멋집니다.

신문에선 연일 이명박과 그 일당들의 부정부패가 폭로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 하도급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을 꼼수로 피해가기 위해 6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직을 도입하려 하고 있죠. 회사에선 월급도 안 올라가는 데 날이 갈수록 일만 늘어납니다. 불쾌한 더위에 상사의 잔소리는 짜증만 더할 뿐입니다. 이럴 때일 수록 인류가 음악이라는 것을 만들어 발전시켜왔다는 데 크게 감사합니다.

※ 위 동영상은 '듀나의 영화낙서판' 메인 게시판에 쑤우님이 올려주신 게시물(링크)에서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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