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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휴머니즘 : 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지음, 이두부 옮김, 이후



1492년 콜롬버스가 도착한 땅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일한 사탕수수 농장은 18세기 프랑스 교역에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식민지 중 가장 부유한 곳이었죠. 식민지의 부는 인간이 아닌 노예에게는 그 어떤 혜택도 주지 않았습니다.

1789년 프랑스에서 혁명이 시작됩니다. 프랑스의 혁명가들은 모든 인간의 평등을 외치며 노예의 해방을 인정합니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은 일군의 노예들이 그 반란에 동참합니다. 1791년의 일이죠. 투생 루베르튀르와 동료들은 13년 간 이어진 저항으로 1804년 결국 해방과 독립을 얻어냅니다.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 해방 혁명의 역사는 이후 200년 간의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1804년 해방을 얻는 조건으로 지급하기로 한 1억5000만 프랑의 배상금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프랑스의 1년 예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 배상금은 140여년이 지난 1947년에야 겨우 다 갚았죠.

독립 이후에도 미국의 개입과 끊임없는 군부 쿠데타, 독재로 고통받아왔던 아이티는 1986년 반란을 통해 민주화를 쟁취합니다. 민주화 이후 첫 대통령으로 1990년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뽑히죠. 포르토프랭스의 신부였던 아리스티드는 민주화 이전부터 독재에 저항하고 가난을 극복하는 행동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대통령궁에 입성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가난한 이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부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일까요. 그는 당선 7개월 만에 군부 쿠데타로 쫓겨나게 됩니다.

1994년 미국과 유엔의 개입으로 아리스티드는 아이티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1년 정도 남은 임기 동안 가난 극복과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두 과제에 몰두합니다. 상황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군부 쿠데타 기간 가해자들에 대한 심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국제 금융기구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강요하고 있었죠. 그가 2000년 재선에 도전한 이유가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무려 92%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번 임기도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던 프랑스와 미국은 아이티에 대해서 만은 일치된 의견으로 개입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다시 아이티에서 쫓겨나 지금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쫓겨난 건 아마도 제3의 길을 주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제3의 길은 앤서니 기든스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제3의 길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 길은 가난과 굴종 사이의 아주 좁은 길을 말합니다. 그는 라팡미 셀라비에 오는 여러 아이들에 빚대 그  길을 설명합니다. 콜라와 술 중에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주스가 좋아요"라고 답하는 아이. "기브 미 워터"라는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에게 자신은 초콜릿을 원한다며 "기브 미 초콜릿"이라고 말하는 아이.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굴종을 강요하곤 합니다. 고분고분하길 원하죠. 우리의 뜻에 따르길 바랍니다. 그것이 가난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일까요? 아이티의 사례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아리스티드가 '존엄한 가난'을 말하는 이유입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도움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난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가난한 이들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움'이 아닌 '연대'가 필요한 거죠.

이 책은 아리스티드와 함께 가난과 굴종 사이 가늘게 난 '제3의 길'을 찾아 떠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이티와 아리스티드 대통령 이야기(링크)

Posted by 때때로

[이대근 칼럼] 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링크)
만약 20대라면 실업자일 가능성이 높고, 중년이라 해도 비정규직이기 쉬우며 큰 병에 걸리면 가정이 파탄나고, 늙는 것은 곧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여자가 구원받는 길은 재벌2세의 여자가 되는 것이라는 환상을 퍼뜨리는 한 세상은 쉬 변하지 않을 것이다.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기름값이 오릅니다. 우유값이 오릅니다. 수입 밀 가격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빵값도 곧 오르겠죠. 고기값도 오르죠. 모든 것이 오르는데 제 월급만 안 오릅니다. 잘리지만 않아도 다행이죠. 쌀값이나마 안 올라준다면 고맙겠습니다.

긴 얘기를 덧붙일 필요가 없는 칼럼입니다. 저라면 제목을 이렇게 달았겠습니다.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p.s. 한국사회포럼이 오늘(17일)부터 토요일까지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립니다. 개막토론 주제는 '한반도 긴장, 진보적 관점과 대응'입니다. 이 토론에는 김하영(다함께), 박경순(민주노동당), 이대근(경향신문), 정욱식(평화네트워크)이 참여합니다. 이 밖에도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가 두루 포함돼 있습니다. △삼성의 지배구조와 무노조 경영 △공정하고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위한 모색 △간접고용, 대안과 해결 방향이 기획토론회 주제로 잡혀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재편도 토론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토요일(19일)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되는 폐막대토론회에는 김장민(민주노동당), 박용진(진보신당), 신석준(사회당)이 발표자로 나서서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주제로 토론합니다. 박용진은 진보신당에서 통합파에 가까운 사람인데 발표자로 나섰다니 좀 의외입니다. 결국 중앙당은 통합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 싶어요(이게 제 기우이기만을 바라지만).

오늘 내일은 평일이라 힘들지만 토요일엔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사회운동과 비전 2012 '한국사회포럼 2011'(링크)


Posted by 때때로
2010.12.30 15:25

제 맘대로 뽑은 올해의 책 2010.12.30 15:25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그래봤자 다음주 월요일도 여느 한 주의 시작과 다르지 않게 출근하고 또 일을 하겠죠. 그래도 한해를 정리하는 일은 나이 먹을 수록 약해져가는 기억력을 보충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최근까지 독서모임 두곳에 참여했습니다. "책은 혼자 읽는거야"라는 선배의 말에 동감하지만, 제 개인을 강제하기 위해 독서모임을 택했죠.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책을 그냥 '보기만' 하지 말고 '읽고' '정리하고' '기억하자'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 목적은 책을 좀더 많이 읽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두가지 다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따져보니 올해 읽은 책의 양도 여느해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은 더더욱 진척이 없고요. 이 두 목표는 내년에도 여전히 제 독서생활의 목표가 될 듯 합니다.

올해 나온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1월에 나온 '가난한 이의 살림집'(노익상 글ㆍ사진|청어람미디어|링크)입니다. 급속한 근대화는 우리 생활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엔 우리의 '주거생활'이 있죠. 노익상의 글과 사진은 우리 중에서도 '가난한 이'들의 주거를 뒤쫓습니다. 그가 찾는 사람들은 전통 농경문화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말그대로 배제돼고 무시당해온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없는 사람' 취급이죠. 그들의 주거는 그들의 존재 만큼 덧 없습니다. 번듯한 콘크리트 아파트, 신식 가옥의 그늘에, 아니 마을 외곽에, 야생과 문명의 중간에 위치한 이들의 가볍고 부유하는 살림집의 처지는 사실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부자의 상징으로 떠오른 도곡동 타워팰리스 뒷편에는 주소도 없고, 전기와 상수도도 없는 마을이 아직도 있으니까요(주소는 얼마전 부여된 걸로 압니다. 이 마을 이야기는 노익상의 책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 10년 간의 아파트 열풍은 우리의 시야에서 가난한 이들을 몰아내는 역할을 했죠. 21세기 새마을 운동, 뉴타운 개발열풍은 허름한 주거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정치 분야에서는 어쩔 수 없이 두 책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의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김성호 옮김|창비|링크)와 로버트 달의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김순영 옮김|후마니타스|링크)가 두 주인공입니다. 공산주의의 재발명을 말하는 지젝과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평등'에 대해 탐구하는 달의 저작은 민주주의를 더 넓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경제에서는 조지프 E.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링크)을 추천합니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 가지'(김희정ㆍ안세민 옮김|부키|링크)와 함께 읽으면 더 좋죠. 이에 대해선 제가 전에 썼던 글로 소개를 대신합니다(링크).

이번에 소개할 책은 어디류 분류해야 할지 약간 난감하긴 합니다.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링크)과 안수찬 등 한겨레21 취재팀의 '4천원 인생'(한겨레출판|링크)이 바로 그 책입니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이 두 책이 모두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것, '가난과 빈곤'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함께 추천합니다. 몇년 전부터 지속된 빈곤과 가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제3세계와 아프리카 등 먼 길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느낌입니다. 김수현, 이현주, 손병돈이 함께 쓴 '한국의 가난'(한울아카데미|링크)은 보다 전문적인 저술이지만 함께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그렇다고 딱딱한 논문은 아닙니다).

제가 10대가 아니기에 지금 추천하려는 이 책이 10대의 삶을 온전히 담았는지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인 한 '어른'이 10대(20대까지 포함됐지만 그 성장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10대인)들을 대하는 태도에 씁쓸히 동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만화 분야에서 올 한해 한국을 대표하는 책으로 감히 꼽습니다. 이 책은 바로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사계절출판사|링크)입니다.

과학 분야의 저술에선 새로운 변화가 감지됩니다. 여전히 강세를 보인건 종교와의 싸움에 나선 책들입니다. 하지만 올해 눈에 띄는건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끈이론'의 퇴조입니다. 심지어 끈이론은 물론이고 '최종이론'의 존재까지 부정하는 책도 나왔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좋은 책들이 많지만 역시 최고의 책으로는 로저 펜로즈의 '실체에 이르는 길'(박병철 옮김|승산|링크) 1, 2권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막대한 분량은 물론 수학을 피해가지 않는 서술은 최근의 교양 물리학 서적이 빠뜨리고 있는게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올해 초 아이폰에 설치한 앱이 있습니다. 'i Read it Now'라는 프로그램이죠(소개 링크). 이 프로그램으로 읽은 책은 물론 각 월별로 몇권을 읽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따져보니 꼭 회사일이 가장 바쁜 때 독서량이 크게 늘더군요. 제 독서생활이 교양의 증진보다는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는게 반증되는 듯 싶어 얼굴이 화끈 거렸습니다. 바쁠 때 책을 읽는게 나쁜 건 아니지만 정작 여유있게 탐구할 수 있는 시간에 독서를 안한게 아쉽더군요. 내년엔 더 많은 여가를 책과 함께 할 수 있기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때때로
2010.09.03 15:25

가난, 마르크스주의 관련 신간 모음 2010.09.03 15:25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최근 사회에 비판적인 책의 출판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중 눈에 띄는 책, 기억해두고 나중에라도 찾아봐야 할 책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겠습니다.


그 첫번째 줄은 아무래도 빈곤ㆍ기아ㆍ가난에 대한 책입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는 분야죠. 최근에 나온 책으로 크리스티앙 트루베의 '새로운 기아'(알마), 로저 서로우ㆍ스코트 킬맨의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에이지21), 아이린 칸의 '들리지 않는 진실'(바오밥),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갈라파고스), 월든 벨로의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더숲) 등의 제3세계 빈곤을  다룬 책들이 대표적입니다.

빈곤과 가난이 제3세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선진국에서도 빈곤문제는 최근 크게 떠오르고 있는 문제죠.NHK스페셜 특별취재팀이 쓴 '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열음사)는 일본의 가난한 현장을 찾아갑니다. 데이비드 K. 쉬플러의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후마니타스)는 미국의 빈곤을 다루죠. 이 두 책은 모두 '워킹푸어', 즉 일을 하지만 가난할 수 밖에 없고 가난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김수현ㆍ이현주ㆍ손병돈의 '한국의 가난'(한울)은 우리의 가난에 대해서 다룹니다. 이 책은 일할 수 없어서 가난한 전통적 빈곤층(노인, 여성)과 함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빈곤층(결혼이주 여성,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다룹니다. 위의 두 책처럼 전적으로 '워킹푸어'의 문제를 다루지 않지만, 이 책에서 얘기되는 빈곤층 모두가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ㆍ미국ㆍ일본의 빈곤을 다룬 세권의 책은 모두 '워킹푸어'에 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죠.

▶ 이 주제에서 추천하는 책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의 '가난한 휴머니즘'(이후), 김수현ㆍ이현주ㆍ손병돈의 '한국의 가난'(한울)입니다.


가난에 대한 책과 함께 좌파, 마르크스주의와 관련된 책들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로베르트 미직(로버트 미지크, 로베르트 미지크)의 '마르크스'가 생각의나무에서 올해 초 나왔죠. 6월에 나온 부커진R의 표제는 '맑스를 읽자'(그린비)였습니다. 마르크스주의 자체의 역사를 다룬 '맑스주의 역사 강의'(그린비)도 나왔죠. 이보다 전에 나왔지만 만화책인 리우스의 '마르크스'(김영사), 피터 오스본의 'how to read 마르크스'(웅진지식하우스),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가 있죠.

▶ 여기선 리우스의 '마르크스'(김영사)와 피터 오스본의 'how to read 마르크스'가 읽을만 합니다. 조금더 '센' 책을 원하시는 분은 책갈피에서 나온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을 읽어보세요. 마르크스의 전기는 여러개가 나와있지만 그 중 프랜시스 윈의 '마르크스 평전'이 가장 읽을만 합니다. 이사야 벌린의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사상'은 현재 절판이라 안타깝게도 구하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마르크스주의 관련해서 가장 많이 나오는 책은 '정치경제학'에 대한 책들인 듯 싶습니다. 김수행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두리미디어), 강신준 교수의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 류동민 교수의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강상구씨의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레디앙) 등이 최근 1~2년 사이 국내 저자에 의해 쓰인 책입니다. 폴 스위지의 '자본주의 발전의 이론'(필맥), 제라르 뒤메닐의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그린비), 벤 파인ㆍ알프레드 새드-필호의 '마르크스의 자본론'(책갈피)은 해외에서 쓰여진 중요한 정치경제학 입문ㆍ해설서죠.

▶ 정치경제학 입문서 중 폴 스위지의 '자본주의 발전의 이론'(필맥)이 읽어본 것 중 가장 좋은 듯 싶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불만과 급진적은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책들도 역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주제에선 아무래도 '신자유주의' 혹은 '세계화'에 대한 책들이 많습니다.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의 '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삼천리), 세스 토보크먼의 '나는 왜 저항하는가'(다른)는 이 주제의 훌륭한 만화책입니다. '자본의 한계'를 쓴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 간략한 역사'(한울) '신제국주의'(한울)의 두 책은 이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로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죠. 그의 신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문화과학사)도 있죠.

지젝의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창비)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무너지는 환상'(책갈피)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를 마르크스주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빼놓지 말고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두권은 함께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베르트 미직의 '좌파들의 반항'(들녘), 앙드레콩트 스퐁빌의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생각의나무), 책세상에서 의욕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Vita Activa 개념사 시리즈의 거의 모든 책들... 여기엔 미쳐 적지 못했지만 '민주주의'에 관한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책들도 빼놓을 수 없죠. '좌파'적 입장에서 쓰인 책들은 아니지만 정말 훌륭한 책들을 열심히 내주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로버트 달의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최장집 교수의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화'(개정2판)는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고 싶습니다.

▶ 민주주의와 정치에 관해서라면 로버트 달의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와 최장집 교수의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화'(개정2판)는 꼭 읽어보세요.


오늘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오늘 또하나의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강신준 교수가 MEW판을 번역대본으로 한 '자본'의 2권과 3권이 나와 자본 3권이 모두 완간됐습니다. 책으로는 모두 5책이죠. 교보와 알라딘을 살펴보니 5책 세트로 14만4000원에 올라와있더군요. 자본 1권-2책만 3만원이고 모두 3만5000원이니 2만6000원이 할인된 가격입니다. 이미 1권이 있는 분은 2, 3권만 사도 되는데, 이것만 해도 10만원 돈이군요. 자본주의에 대해 한소리 늘어놓기 위해서라도 자본을 좀 모아야 하는 때입니다. ㅠ

Posted by 때때로
2010.08.30 12:31

좀 울자, 소리도 질러보고 2010.08.30 12:31

최규석의 새 만화가 최근 나왔습니다. '울기엔 좀 애매한'



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사계절


그의 작품이 모두 그렇듯, 이번 만화에서도 가난하고 천대받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울림이 유독 크더군요. 결코 울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벌써 30여년 쯤 흘렀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치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됐고, 그 아이의 자식들은 '돈도 재능이야'라고 말합니다. '예쁜 것도 재능'이고. 자신이 꿈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죠. 우리는 아이들의 스펙 경쟁에 대해 혀를 차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 아닌가요. 최규석이 그린 아이들은 여전히 꿈을 향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정신으로 달려갑니다. 자신이 노력한 결과가 어른에 의해 강탈 당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자신의 처참한 상황도 '울기엔 좀 애매'하다며 울지 않습니다.

120여 쪽의 짧은 이 만화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호소할 곳 없는 청소년 알바, 술집에 나가 학원비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학생, 가난한 어머니, 마찬가지로 가난한 아버지. 이주 노동자... 청소년들이 처한 참담한 상황은 결국 어른들의 상황이기도 합니다. 작가인 최규석은 '어른'의 책임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어른들이라고 무슨 큰 책임이 있겠습니까. 그는 어른들도 기껏 '삽 한자루' 밖에 가지지 못했느냐며 얘기합니다. 이 갑갑한 굴레.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세상을 사는 지혜에 대해 말합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때론 이렇게도 말합니다. "그래, 가진 거 없으면 승질이라도 없어야지. 웃어라." 얼마전 한 노동자가 자신을 자른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우린 이렇게 비명이라도 한 번 질러보지 못하는 걸까요. 조금 길지만 '작가의 말'을 아래에 옮겨봅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내가 겨우 삽 한자루  가진 사람들을 향해 왜 저깟 산 하나도 옮기지 못하느냐는 터무니없는 책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른이 된 후에 깨달았다. 아이가 세월만 흐르면 되는 게 어른이란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사실 어른은, 아니 어른도 별 힘이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볼 때면 당당할 수 없었다. 그들의 삶은 내가 그들의 자리에 있을 때보다 더욱 냉혹해졌고 누군가는 그것에 대해 죄책감이든 책임감이든 느껴야 했다. 숨만 쉬며 세월을 보냈건 어쨌건 어른이 된 이상 그런 감정들을 피해갈 수 없었다.

20대부터 30대 초반의 몇몇 시기에 미술학원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만화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보지 않으면 나았을 테지만 매일같이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는 상황을 겪고 나니 그들을 위해, 아니 적어도 어린 시절의 내가 퍼부었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무언갈를 해야만 했다. 내가 가진 삽 한자루로 할 수 있는 만큼을.

Posted by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