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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거다 뭐다 국내 정치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중에 회사 일도 바빠 한동안 못갔었죠. 오랜만에 OccupyWallst.org에 들어갔더니 무척 멋진 포스터가 올라와있더군요.



Occupy Oakland는 10월 26일 총회에서 11월 2일 총파업을 호소할 것을 결정하고 행동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총파업 호소 결의안 투표에는 1607명이 참여해 1484명이 찬성, 77명이 기권, 46명이 반대에 표를 던졌습니다. 오클랜드시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많은 수가 이 투표에 참여하진 않았죠. 보통 노동조합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 투표율 자체가 찬성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고려하면 무척 높은 찬성률입니다. 그만큼 점령하라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오클랜드 시민의 결의가 대단하다는 거겠죠. 오클랜드의 점령자들은 1%의 탐욕을 중단시키고 오클랜드시를 해방시키겠다는 용기로 가득한 듯 보입니다.

특히 이 소식을 전하는 글의 마지막 문구가 멋집니다.

"The whole world is watching Oakland. Let’s show them what is possible."
"전 세계가 오클랜드를 보고 있다. 그들에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자."(링크)

우리의 시야가 잠시 멀어져있던 순간에도 미국의 점령하라 운동은 급진적 전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OccupyWallst.org 홈페이지 오른편에는 크게 "the only solution is World Revolutio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없었던 거죠.

정말 유일하게 가능한 해결책은 'Revolution'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소리 없는 죽음이던가요. 오늘 레디앙에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현재의 그리스 위기까지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를 추적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골드만삭스와 IMFㆍ유럽은행 등이 1% 부자의 탐욕으로 일어난 경제위기의 고통을 그리스의 평범한 인민에게 전가하는 과정을 읽다보면 울분이 솟습니다. 글을 읽던 중 문득 더 읽어내려가지 못하고 멈춰야만 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강력한 긴축정책이 추진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율과 범죄율을 폭증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캠브리지 대학 사회학과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랜스와 스페인 그리고 그리스 등지에서 자살율이 지난 몇 년 동안 폭증했고, 그 가운데 그리스의 경우는 올해 들어 16%나 증가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파블로스 티마스 교수는 “사람들이 매우 극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자살을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 와중에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국은 어떤 모습으로 오고 있나? 신희영, 레디앙

우리에게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닙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의 모습, 지금까지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지금 그리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만은 아니죠. 전 세계적으로 부자들의 탐욕과 실수로 인한 책임을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하려는 1%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는 99%의 행동은 아직은 미약해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타오른 작은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고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내는 것은 그들이 처한 문제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0월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Occupy Seoul 집회에는 한국인 뿐 아니라 미국, 독일, 스페인에서 온 젊은이도 참가했다.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다고 한다. 10월 15일 대한문 앞 Occupy 집회에 참석해 알게 된 후 22일에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사진=自由魂]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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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기업의 탐욕과 부패에 맞서 세계 1500여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함께 점령(Occupy Together)"했다. 한국에서도 서울 여의도ㆍ서울역ㆍ덕수궁 앞에서 행동이 이어졌다. 이날 Occupy Seoul에는 외국인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사진=自由魂]


토요일(15일)은 타흐리르 광장에서부터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까지 1%에 맞선 99%의 행동이 세계를 흔든 하루였습니다. 15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노동자ㆍ학생ㆍ농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 대체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죠.

서울에서도 Occupy Seoul 시위가 열렸습니다. 낮부터 거센 비가 이어져 걱정했지만 집회를 시작한 6시 이후는 대체로 비가 안와 큰 무리 없이 국제 행동의 날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행동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3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여느 집회와 다르지 않게 열렸죠. 세계적인 저항이라 그런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습니다.

토요일의 시위는 한국에서도 동참했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ㆍ유럽의 운동과 한국은 역시 다르더군요. 조선일보가 이미 그 약점을 눈치 채고 '시위꾼들 만의 집회'로 조롱하듯이 한국에서의 활동가들은 이 시위를 계기로 대중적인 활동을 만들려는 의지도 고민도 부족해보였습니다. 참가자의 숫자가 운동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보진 않습니다.소수일지라도 집회의 참가자들을 이후 더 큰 운동을 이끌어낼 적극적인 소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사불란한 피켓라인, 방송차량과 연단, 거기에 미리 준비된 공연 등 토요일 서울의 시위는 참가자를 수동적인 소수로 만드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모습이었습니다. 세계적 운동이 계속되고 있기에 한국에서의 운동도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좌파들이 이런식으로 준비해서는 한국에서 유의미한 운동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10월 15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가득 메운 시위대. [사진=OccupyWallst.org]


런던의 시위대. [사진=OccupyWallst.org]


이탈리아 로마. [영상=OccupyWallst.org]


스페인 마드리드. [영상=OccupyWallst.org]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 하나의 전환점을 돈 지금, 그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몇 가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1.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은 단순히 경제위기 때문에 시작된 운동이 아닙니다. 지금의 위기는 2008년 위기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3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자본과 대기업에 맞선 행동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8년 위기의 즉각적인 대응은 '티파티'라는 우익 운동이었습니다.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가 나서서 기업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메인스트리트로 불리는 노동자, 중산층이 자신의 모기지와 의료보험을 잃고 거리로 내쫓길 때 정부는 기업들 살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업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요. 스티글리츠가 '기업복지'라고 부르고 지젝이 '기업 사회주의'라고 부른 것에 대한 반발이 극우파의 성장으로 나타난 것이죠.

그렇게 3년이 지났지만 나아진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잠시 위기를 극복한 듯 싶었지만 국가로 전이된 기업의 부실은 재정적자 위기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특히 남유럽과 남미에서) 정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감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감축은 일자리의 축소, 임금ㆍ연금 삭감, 교육의 부실화, 의료보험 등 일반적 복지의 축소를 통해 이뤄집니다. 이러한 정책은 빈민층보다 중산층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힙니다(일반적으로 복지제도의 최대 수혜층은 빈민층보다 그 위의 중산층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이에 대한 저항이 거의 모든 계층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칠레에서는 교육, 스페인에서는 청년실업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죠. 미국에서는 이 모든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성과급 파티를 이어가고 있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경제위기 자체보다는 경제위기를 이 체제의 엘리트들이 처리하는 방식, 즉 1%의 부자들과 금융기업들에 대한 혜택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에 대한 반감이 99%의 사람들의 생활수준 위축과 결합되면서 분노가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2. 경제위기와 정치위기라는 외부적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던 소수의 행동이 15일의 거대한 행동을 이끌어냈습니다. 일반적인 언론에서의 보도와 달리 미국의 시위도 (그들 표현대로 하자면) '전문 시위꾼'들이 조직하고 만들어낸 시위입니다. 그들은 스페인의 광장 점거 시위와 이집트 혁명을 경험한 소수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체제에 의문을 던지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던 이들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 시위를 준비하면서 일반적인, 시위와 집회 등 운동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원칙을 세우고 했습니다.

먼저 살펴볼 것은 'General Assembly'입니다. 물론 커다란 규모의 저항에는 항상 이와 같은 것들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이 총회를 통해 참가자들의 '적극성'을 어떻게 끌어내느냐입니다. 첫째로 그들은 연단을 없앴습니다. 높은 연단은 운동에 처음 참가한 이들이 발언 신청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연단을 없애 누구라도 쉽게 발언할 수 있게 했습니다(물론 그럼에도 보다 적극적인 소수가 발언을 하겠지만). 둘째로 마이크와 앰프를 없앴습니다. 그들은 'Mic Check(소리통)'라는 방법으로 참여자들의 육성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게끔 했습니다. 이는 발언을 듣는 청중도 발언을 전달하는데 참가시킴으로써 수동성을 최소화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일체감을 더욱 높이는 것이죠. 이러한 방법은 또한 참여 단위를 보다 적은 수로 쪼개 개인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끼리도 둘러서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지에서의 집시법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경찰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에서 보이 듯 그것은 '합법'이라는 틀을 유지하기보다는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시위전술의 일종으로 해석하는게 맞는 듯 싶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2008년에 한국의 촛불시위 초기에 보인 모습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를 통해 운동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물론 이러한 것들을 한다고 해서 꼭 이 운동이 성공할 것이라는 건 아닙니다. 정형화 되고 일상화 된 노동조합 행사와 같은 집회는 개인의 적극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좌파 조직의 개입과 준비가 불필요하다는 건 아닙니다. 운동에 처음 참여하는 개인들을 보다 적극적인 집단의 중추로 만들기 위한, 그래서 운동을 더욱 확산시키는 불꽃의 하나로 만들기 위한 사려깊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General Assembly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거의 언제나 외국의 시위에서 볼 수 있지만) 개인이 만들어온 팻말입니다. 미리 준비해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폐박스와 매직 등 팻말을 만들 재료를 준비해뒀죠. 이 역시 2008년 촛불시위 초창기에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죠. 듀게에서도 7번국도님이 말을 쓸 부분을 비워놓은 팻말을 준비해와 듀게 참가자들이 직접 자신들만의 구호를 적을 수 있게끔 하기도 했었습니다. 기존 좌파조직의 일사불란한 피켓라인은 사진발이 잘 받긴 해도 개인적인 참가자들이 운동의 대열에 함께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왜 99%인지를 직접 적어 인증샷을 올리는 페이지를 운영한 것도 유용한, 우리가 배울 만한 방법입니다.


15일의 한국 시위가 실망스럽긴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1500개 도시에서 함께 일어났던 이들의 경험을 올바르게 배울 수 있다면 한국에서는 보다 거대한 운동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미FTA라는 시급한 쟁점, 비정규직ㆍ청년실업의 문제, 과중한 등록금 등 교육문제 등 일반적으로 제기도는 쟁점과 함께 저축은행 사태와 중소 음식업자들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저항을 주목해야 합니다.

저축은행은 부자들이 세금을 피하고 쉽게 이자소득을 얻기 위한 통로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낮은 은행 저축이자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고(사실 대부분의 가난한 이들은 이 '위험'을 알지 못하죠. '은행'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은행이 아니죠) 고이율의 저축은행에 자신의 재산을 맡겼죠. 금융규제 완화로 등장한 유사 은행의 사기에 가까운 영업 문제입니다. 이를 통해서 부자들은 이익을 보고 가난한 이들은 생활수단을 잃고 있습니다.

음식업자들의 항의는 더욱 주목할 문제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썩고 있던 중소자영업자의 위기가 이를 기폭제로 폭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중소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은행ㆍ카드 등 금융기업의 탐욕(높은 예ㆍ대금리 차와 수수료가 대표적이죠)에 직접 연결된 문제입니다. 게다가 이들 중소 음식업자들은 대부분 안정된 일자리에서 배제된, 언제 하층민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이미 전락해있는 상황일 수도 있는) 하층민을 대표합니다. 한국에서 '하층민'인 중소자영업자는 정규직 노동자의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나이에 따라서 재취업의 기회가 제한돼 있고 퇴직 후 실업수당 등의 복지제도가 미비한 한국에서 중소 자영업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에게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들 중소 자영업자들이 몰락은 노동자 계급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불만, 그에 반해 지배 엘리트들이 통치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좌파들은 그들의 역량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좌파들은 기존의 노동조합 사업과 같은 방식의 일상적 행동에서 벗어나 보다 급진적인 방식을 시도할 때입니다.


"사람들 이익보다 더중요해요"라는 한글 문구가 인상적이다. 아마도 구글 번역기를 사용한 듯하다. [포스터=Alexa Lindh]


General Strike 홈페이지에는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만들어진 'General Strike(총 파업)' 포스터가 올려져 있다. 한국어로 '총 파업'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이 '쥐'로 비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파업 포스터의 주인공이 고양이인 것이 인상적이다.


Occupy Together의 포스터 모음 페이지
Adbusters의 포스터 모음 페이지
General Strike 홈페이지의 포스터 모음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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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의적 로빈 후드 복장을 한 사람들이 10월 10일 시카고강에서 노를 저어 가고 있다. 이들은 미 선물산업협회ㆍ주택담보대출은행가협회의 특별회의 장소 앞에서 열리는 시위에 동참할 계획이다. [시카고=AFP연합뉴스, 경향신문]


1. 10월 9일 슬라보예 지젝이 뉴욕 주코티 공원의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운동 참가자들을 방문해 짧지만 긴 연설을 했습니다.

꽤 오래전 시위에 참여해본 사람들은 이른바 '소리통'이라는 것을 알겁니다. 마이크와 앰프 등 음향설비가 돼있지 않을 때 발언자가 한 말을 한 마디씩 앞에서부터 뒤로 반복하며 외쳐 전달하는 방식이죠.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운동은 점거 전술 중 하나로 마이크ㆍ앰프와 같은 음향설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채택했다고 합니다. 음향설비가 없기에 하루에 두번 진행되는 가장 중요한 일정인 공개총회(general assembly)에서 우리의 '소리통'과 비슷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것이 '마이크 체크(mic check)'라는 것입니다.

말 많은 철학자 지젝은 '마이크 체크'라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방식으로 30여분간 연설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지젝은 "우리는 몽상가가 아니다. 우리는 악몽이 되어가고 있는 꿈(아마도 '아메리칸 드림'을 얘기하는 듯)으로부터 깨어나고 있다. 몽상가는 지금의 시스템(자본주의)이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믿고 있는 바로 저들,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자들이다"라고 지적했죠.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자본가를 만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헐리우드의 만화에는 빠르게 달려가던 만화의 인물(혹은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이 벼랑 끝을 지나쳐서도 계속 달려가거난 걷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발 아래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은 무시되죠. 그러나 발 아래를 보고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인물은 추락하게 됩니다. 지젝은 주코티 공원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 하는 일이 바로 이와 같은 것, 즉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이들에게 "어이, 밑을 보라고!"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지젝은 그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인 '카페인 없는 커피' '알콜 없는 맥주' '살 찌지 않는 아이스크림'(이른바 초콜릿 맛 변비약과 같은 비유. 초콜릿은 변비의 주 원인인데 이 원인을 치료하기보다는 치료제 자체를 병의 원인과 같이 만들어 건강한 해결책을 방해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을 들어 겉으로 드러난 적뿐 아니라 '위선적인 친구들', 즉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과 같은 이 운동에 동감의 뜻을 보낸 이들도 주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저들이 지목하곤 하던 (월스트리트의) 부패와 탐욕이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이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홈페이지의 지젝 방문 소식(링크), 일부만 소개되어 있습니다.


2. 보스톤을 점령하라 시위대가 경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10월 11일 새벽 1시30분 수백명의 폭동진압경찰은 로즈 케네디 그린웨이에 평화적으로 머물던 시위대를 잔인하게 공격했습니다. 운동이 발전하면 할 수록 정부와 우익, 그리고 그들의 지팡이로서 경찰의 물리적 공격은 더 거세질 것입니다. '비폭력 저항' 원칙을 내세운 '점령하라' 시위대가 이후 자신의 '비폭력 저항' 원칙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궁금해지는 시기입니다.

보스톤을 점령하라 홈페이지의 경찰 폭력 소식(링크)


3. 미국에서의 '점령하라' 시위대의 원조라고 할 스페인의 청년 시위대들이 15일 세계적 '점령하라' 시위를 앞두고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 도착했습니다. 무려 1500㎞를 걸어서 온 것입니다.

● [한겨레] '유럽의 분노' 속속 집결 "직접민주주의 보라"


4. 장하준은 '착한 미국인'에 대한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너무나 착하게도 소리내어 저항할 줄 모르던 미국 국민이 변하기 시작했다며 미국민 못지않게 착한 한국인들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 것으로 칼럼을 마무리 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 현재 경제 상황에 불만은 많지만, 그 불만을 어디에 표출할지 몰라 '티 파티'로 몰려간 사람들 중 많은 수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이 상당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 부분입니다. 정치적 입장은 전혀 다르지만 슬라보예 지젝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에 대해 이와 비슷한 지적을 했었죠.

● [경향신문 장하준 칼럼] 월가 점령 운동과 '착한' 국민의 각성


5. 한국에서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에 대한 호응이 있습니다. 아직은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오늘(12일) 낮 시청광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도 있었습니다. 오는 토요일(15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세계의 점령하라 운동과 함께하겠다는 내용이죠. 그러나 일부에서는 우리도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에서 점령하라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계획돼 있던 시위 중에서는 '점령하라' 운동이라는 이름만 빌려 그대로 자신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전에 진중권이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 테제를 인용해 장기를 두는 자동기계인형에 대해 말한 적 있습니다. 그는 '좌파'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몇몇 좌파를 비판하며 이를 인용했었죠. 이 자동기계인형은 사실 그 안에 난장이가 들어가 있는 것이죠.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한국의 좌파 단체들의 섣부른 행동이 눈에 거슬려서입니다. 물론 저 테제가 역사유물론을 따르는 이들에게 음모가가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의 한 원칙(우리나라 희망버스 운동의 한 원칙과 마찬가지로)은 무엇보다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시위가 시작되기까지 준비를 이끌었던 소수의 행동가들은 무척 조심스럽고 사려깊게 더 많은 이들을 동참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처음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낯설어하지 않게, 그들 스스로 이 운동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행동원칙들과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죠. 이것과 비교했을 때 요 며칠간 좌파 진영에서 이뤄지는 점령하라 운동의 한국판에 대한 논의는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운동의 발전 과정에서 언제까지 비조직적인 방식이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기존 좌파 정치조직과 지속적으로 거리를 둘 수도 없죠.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 '조직이 아닌 개인'을 앞세우지만 노동조합의 시위 동참을 환영한 것이 한 예일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PSSPㆍ링크)가 10월 11일 발행한 '사회화와 노동' 536호에서 지적한 것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조직들은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과 건설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기존 조직들이 수행해온 활동을 갑자기 포기하고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월스트리트 점거가 기존 조직들의 요구를 공식 요구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연대를 표현하고 호소하며 월스트리트 점거의 에너지를 빌려 자신들의 투쟁을 가시화하고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화와 노동 536호

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운동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한층 높은 수준의 정부의 억압 하에서 시위와 점거ㆍ농성이 개인들의 자유로운 연대로 시작되기는 어렵습니다(정부가 강력한 경찰력을 동원한 억압적 체제를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럼에도 이번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무정형의 축제를 문화적으로 모방하는 것을 넘어 개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위기와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제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사회화와 노동 536호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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