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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혁명 직전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자들은 흔히 알려진 대로 볼셰비키와 멘셰비키로 나뉘어있던 상태였다. 1917년 당시 혁명의 과제에 대한 이들의 입장 차이는 현실에서 당시 정부와 갈등을 빚던 자유주의자들, 자본가들에 대한 입장 차이로 드러났다. 아래의 두 호소문은 이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멘셰비키가 관여하고 있던 전쟁산업위원회 산하 노동위원회는 1월 24일[구력] 차르의 전제정과 부르주아지의 갈등이 노동계급에게도 유리한 상황을 전개할 것이라며 두마[의회]를 지지하는 행동에 나설 것을 노동자들에게 호소한다. 노동계급 대중의 지지가 없다면 아무런 힘도 없을 의회를 위해서 말이다.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페테르스부르크 위원회[혁명 당시 러시아 수도의 지명은 '페트로그라드'였다. 원래 이에 맞춰 통일해 ..
"영국으로 말하면 런던 금융가의 자본가들은 현 체제의 수혜자들임이 분명한 반면 그 주변부의 산업자본가들은 스스로 피해자로 느끼고 있다. 이들이 현 국제체제를 타파하고자 이 국제체제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중·하층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 '브렉시트와 그 해법' 김승호ㆍ링크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표가 다수인 것으로 드러나자 많은 지식인들이 충격을 받은 듯하다. 보통은 멍청한 인종주의자들의 불장난이라며 비난의 말을 쏟아낸다. 좀 더 점잖은 쪽도 위 글처럼 인종주의자 혹은 자본가의 한 분파에 '동원'됐다는 식이다. 전자든 후자든 교정 불가능한 엘리트주의로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이번 영국 국민투표는 바로 이 오만한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란이기도 하다. 인민이 그 스스로 정답을 알고..
[사진 Revolution News] 급한 불은 끄게 된 것일까. 우크라이나에서 정부와 여야의 타협안 소식이 들려온다. ●[연합뉴스] 우크라 정부-야권 유혈사태 해법 담은 타협안 서명(종합2보) 요지는 조기 대선 실시와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헌법 개정이다. 현재 운동의 초점이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에 맞춰졌던 걸 고려하면 지금의 유혈사태를 진정시킬 어떤 돌파구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이 운동의 별명이 '유로마이단'이라는 걸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생디칼리스트인 키예프의 한 노동조합 활동가에 의하면 시위 초기 거리에 나선 우크라이나 인민에게 유럽은 "부패 없는 사회, 높은 임금, 사회적 안전, 법에 의한 지배, 정직한 정치인들, 미소 짓는 얼굴, 깨끗한 거리 등"을 뜻했다..
혁명은 무엇보다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의 귀환을 뜻한다.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되찾는 것. 그것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노동계급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다. 보스니아 반란 ① 끝나지 않은 내전, 민영화 보스니아 반란 ② 플리넘, 인민권력이 싹트다 보스니아 반란 부록 - 인민의 목소리, 당신은 얼마나 배고픈가? 한 남성이 한달 30유로인 자신의 연금 명세서를 보여주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인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을 무시해 왔던 지배자들과 세계를 향해서 말이다. 2월 7일 시위에 참여했던 니콜라 추파스는 반란에 나선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이번 일요일 쿠르셰바츠[세르비아에 있는 도시]는 잠잠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사람들은 아마 선거..
혁명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보스니아 반란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권력이 필요하다. 성공했거나 성공에 가까웠던 모든 반란이 그랬듯이 말이다. 플리넘(Plenum)은 인민권력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보스니아 반란 ① 끝나지 않은 내전, 민영화 보스니아 반란 ② 플리넘, 인민권력이 싹트다 보스니아 반란 부록 - 인민의 목소리, 당신은 얼마나 배고픈가? 민영화 정책 재검토 등 일곱 개의 요구안을 들고 있는 시위대. 투즐라와 제니차 주지사는 7일 시위가 격화된 후 사임했다. 몇몇 자치주들로 이 사임의 물결이 확산됐다. 정부가 조기총선 카드를 빼들었지만 노동자와 반란에 나선 인민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플리넘(Plenum)'이라고 부르는 인민 의회를 건설했다. 시작은 역시 투즐라였다. 9일 투즐라에서 첫 플리넘이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동부 도시 투즐라는 유럽에서 유일한 염호로 유명하다. 터키어로 소금을 뜻하는 '투즈(Tuz)'에서 이름이 유래하기도 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부터 유고슬라비아 시절까지 대표적인 산업지역이었다. 지금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세 번째로 큰 산업도시다. 1992~1995년 내전은 10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참혹한 재앙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투즐라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역의 노동자들에게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재구축 과정에서의 민영화는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은 노동자들에게 남겨진 얼마 안되는 것들까지 약탈해 갔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다시 시작된 내전, 이번엔 계급전쟁인 내전에 대해 살펴보겠다. 보스니아 반란 ① 끝나지 않은 내전, 민영..
영화 '명왕성'. ※아래 글에는 영화 '명왕성' '더 테러 라이브' '설국열차'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우승열패(優勝劣敗)'는 우리 시대 유일한 도덕률이다. 그렇다고 말해진다. 보다 나은 능력과 자원을 지닌 자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사회가 나뉘어지는 것은 당연하게 치부된다. 승자독식은 우승열패 사회의 당연한 결과다. 믿을 것은 자신의 몸뚱이 뿐인 노동자는 "겁에 질려 주춤주춤" 자본가의 작업장으로 걸어들어간다. 탈출구는 교육이다. 물론 자신은 탈출하지 못한다. 자신의 자식만이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교육은 상층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동아줄이 되어 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기회의 동아줄은 많지 않았고 그럴 수록 동아줄을 잡기 위한 노동계급 자녀들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평..
협동조합 '가장자리'의 격월간지 '말과활'이 창간됐다. 가장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홍세화 선생이 머리말에서 '민중'이란 말 대신 '인민'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이란 말이 우리 언어 생활에 그리 익숙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홍세화 선생은 왜 인민이란 말을 썼을까? 인민은 "국가를 구성하고 사회를 조직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은 이와 함께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를 말할 때 사용된다. 비슷한 단어로 '민중'이 있다. 둘 다 특정한 정치적 함의를 지니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력은 민중에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ㆍ사회적 집단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인민이란 단어가 남북 분단 상황에서 금기시 된 때문이다. "늘 친하게 어울리거나 함께..
최근 나온 신광영 교수의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후마니타스)'는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의 불평등 현실을 실증적 연구로 보여준다. 여성과 남성 사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20대와 그 기성세대의 불평등에 대한 말은 많았지만 이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피상적인 파악만으로 한국 사회 불평등 개선 방향을 모색할 수는 없다. 신 교수의 책은 우리가 불평등의 해결을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숙고하게 해준다. 배움이 모자라 많은 것을 얻을 순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계급을 고민해야 함을 되새기게 됐다. 매우 즐겁게 읽은 책이지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미뤄왔던 것은 '실증' 연구에 바탕한 책으로서 꽤나 심각해 보이는 결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결론을 바꿀 정도의 결정적인 결함은 아니지만 '실증..
워크 WORK: 열심히 일하면 어디까지 올라갈까 CrimethInc. 지음|박준호 옮김|마티 자본주의적 혁신은 어제까지 최신이었던 기술을 오늘 낡은 과거의 기술로 만들어버립니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격찬했던 부르주아지의 혁명적 역할은 오늘날까지도 그 기세가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생산과 생활에 필요한 각종 기술의 개발과 보급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삶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세탁기ㆍ청소기ㆍ전자레인지ㆍ식기세척기 등 주방의 혁명적 변화를 이끈 전자제품들은 여성을 가사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기대됐습니다. 현실은 그 기대와 다릅니다. 새롭게 쏟아지는 주방기기를 작동시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