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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2008년은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수 천년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평화롭게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산지 60년이 되는 해죠. 시온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정당화시키는 두 가지 신화가 있죠. 첫 번째는 홀로코스트입니다. 물론 많은 유태인들이 나치 독일에 의해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어야만 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고통 속에 독일의 패망을 기다려야만 했죠. 분명 그들의 희생을 우린 기억해야만 하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고 해서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 용서받을 순 없습니다. 더구나 아랍인들이 유태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주역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
권여선의 단편 모음집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과 쓸쓸함에 다 읽은 뒤에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책장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선은 기억에 남던 문장 몇몇 만 남겨봅니다.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소설집|창비 '가을이 오면' 여름 한낮의 시장 거리는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져 너울거리는 공기 너머로 본 것은 뜨거움과 조잡함이 우윳빛으로 뒤엉긴, 이를테면 순댓국 같은 풍경이었다. 발목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오감은 극도로 민감해졌다. 타는 햇볕과 눅눅한 습기, 지글거리는 화인(火印)이 가려운 부위에 선명히 찍히는 듯한 고통과 희열, 매운 고추 향과 찌르르한 매미 소리, 집요한 열정과 짜증스러운 절망, 정지한 바람과 짙은 녹음, 자장을..
토마스 휩커|남산 한겨레 창간 20돌을 맞아 7월 4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그넘 사진가 20명이 지난 1년간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거죠. 브레송과 카파의 뒤를 잇는 사진가들이 찍은 한국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에 지난 토요일(12일)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죠. 전시는 작가전과 주제전으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앨런 하비|제주도 우도 역광과 유리의 반사를 이용한 아뤼 그뤼에르, 무채색의 유화적 느낌이 강했던 게오르기 핀카소프의 사진들은 분명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겨줬습니다. 멀리 보이는 남산을 콘크리트 구조물의 프레임으로 감싼 토마스 휩커의 사진도 남산..
중앙, '사진연출' 진상조사위 꾸려 (기사보기 클릭!) ▲ 중앙일보 7월 8일자 2면 촛불정국이 가라앉지 않고있는 와중에 중앙일보에 실린 한 사진이 논란에 휩싸였네요. 검역개시와 거의 동시에 시중에 풀린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는 투의 기사에 실린 사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사진은 신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연출사진 중 하나죠. 특히 경제면 쪽에서 모 회사의 신상품 출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투의 기사에, 아니면 사진 단독으로 실리곤 하죠. 꼭 경제면이 아니더라도 사회면이나 이런 데서 특정 행사 사진을 실을 때 사진기자의 요청으로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연출된 사진'이 사용된다는 건 객관적 보도라는 신문의 주장이 거짓이란 걸 단적으로 드러내보인다고 생..
TV와 영화 속에는 다양한 성적 상징과 판타지가 넘쳐나고 성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도 상당히 자유로워졌다고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섹스, 성생활은 연인(그것이 이성애 커플이든 동성애 커플이든) 사이의 가장 은밀한 공간에 갇혀있다. 여기 이 글을 쓴 미술 평론가인 카트린 밀레가 '성행위'가 아닌 '성생활'이라는 제목을 쓴 것은 의도적이다. 그에게 있어서 섹스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하나의 '생활' 양식일 뿐이다. 우리가 공동체 내에서 관계의 유지를 위해 적절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나들이나 여행을 가듯 그녀는 섹스를 한다. 카트린M의 성생활 카트린 밀레 글|이세욱 옮김|열린책들 ※ 이 표지는 초판의 표지다. 2003년에 한..
'서재가 당신을 말한다' 기사 보러가기 클릭! 소설가 정이현의 서재. 사진=한겨레 어릴 때부터 서재를 갖는 게 꿈이었죠. 책이 많은 집에 가면 무척 부러웠어요. 금성사에서 나왔던 세계 위인전이라 던가 세계문학전집이라던가 심지어 만화책 보물섬까지 제 부모님은 어려웠던 가계 사정에도 책에 대한 투자만은 아끼지 않으셨죠. 그 영향 때문인지 '책 읽기'보다는 '책 모으기'에 흠뻑 빠졌었죠. 읽지 않지만 왠지 있어 보이는 책으로 지적 허영심을 때우는 건전한 습관은 이때부터 길들기 시작해 도무지 서문 끝까지도 독파가 요원한 푸코와 알튀세르와 지 따위로 책장을 채우던 대학시절 정점에 이르렀다. 저서 한 줄 안 읽었어도 들뢰즈를 만나면 선뜻 악수라도 요청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친근감을 불러 넣어준 를 책장에 차곡차곡 ..
뭐 재미로 보는거죠. 설마 이런걸 믿을 사람은 없겠죠? 관심 있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 '아스트랄 계의 공식으로 만든 당신의 은밀했던 전생이야기' 뭐 우연이겠지만... 나름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오니 그럴 듯 하게 느껴져요^^ 어쩐지 제가 마르크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래서인 듯
읽는 속도보다 지르는 속도가 빠르게 된지 몇 년 된 것 같아요. 무섭게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올해 초에 그런 결심을 했었죠. 올해는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읽자, 읽는 책은 모두 다이어리에 기록하자, 그리고 한 권 다 읽었을 때만 새로 한 권 구입하자라는 결심을요. 뭐 세 번째 결심은 애저녁에 어긴지 오래되긴 했죠. 하지만 나름 일주일에 한 권이라는 결심은 지켜왔다고 생각했는 데 지난 다이어리를 정리하다보니 그렇지 못하더군요. 26주의 시간에 24권의 책을 읽었네요. 어떤 주에는 두 세권을 읽은 적도 있지만 어떤 때는 한 달 내내 한 권도 못읽은 적도 있네요. 하반기엔 쫌더 힘내서 일 주일에 한 권이란 목표를 채워야 겠어요. 01_ 최종 이론의 꿈 스티븐 와인버그|이종필 옮김|사이언스북스 02_ 양자 중력..
경향신문 기사 보러가기(클릭!) 전투경찰과 대치 상황에서 시위대는 흔히 그들도 우리의 아들이고 형제고 친구라며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폭력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하곤 한다. 전경과 시위대로 다시 만난 친구와 연인의 사연들은 알게모르게 신화와 같이 이어지고 있고 만화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마도 그만큼, 흔치 않은 건 사실이겠지만, 현실 가능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내 선배들 중에도 전투경찰로 근무한 경우가 몇몇 있다. 물론 그 선배와 내가 만난 적은 없지만. 어제(28일) 밤, 경찰들의 폭력이 폭우 속에서 자행되던 그 시간, 전경들이 말 그대로 자신들이 인간의 자식이 아닌 야수들임을 증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 링크의 경향신문 기사를 읽어보면 된다. 그 부분만 인용해보면 이렇다. 김경숙씨(4..
6월 28일 밤 종로1가 광화문우체국 앞 거리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서 팔짱을 끼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어청수(라 쓰고 개색희라고 읽는)가 '80년대식 진압' 운운하더니 최루탄만 안나왔지 정말 그만큼 하는군요. 시청쪽 상황을 들어보니... 아예 작정하고 뒷 골목(조선일보 편집국 건물이 있는)쪽으로 진압 경찰을 투입했더군요. 제가 있던 교보 앞쪽은 9시부터인가 계속 쉬지 않고 물을 뿌려대더군요. 멀리서도 살수 소리가 들릴정도로 강한 압력으로 뿌려댔습니다. 계속 의료진을 부르는 소리가 이어지고... 아마도 그들은 이 상황에서 양보를 하면 앞으로 남은 4년 몇 개월을 식물 대통령으로 보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두려워 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과 약간 거리를 두던 우파 세력들도 이명박이 무너지면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