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한 회사의 사장과 직원, 수십억 원 대 자산가와 88만원 짜리 비정규 알바까지, 우리는 흔히 한 배에 탄 운명이란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나라가 잘 돼야, 회사가 잘 돼야 개인도 잘 될 수 있다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듣곤 하죠. 고바야시 다키지는 80여 년 전 캄차카의 차가운 바다에 떠있는 공업선을 배경으로 이 주장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게공선 고바야시 다키지|양희진|문파랑 지금도 이런 선박이 있는 지 모르겠네요. 이 소설의 배경이자 주인공이라 할 '게공선'은 바다에서 게를 잡아서 배 안에 있는 공장에서 바로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선박입니다. '공장'이라는 이유로 이 배는 항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공장'은 배라는 이유로 공장법의 적용을 받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즉 약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전 정책위 의장이었던 주대환씨가 뉴라이트 재단이 발행하는 계간지 '시대정신'에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라는 글을 실었다. 발빠른 조선일보는 류근일 칼럼 '어느 좌파 지식인의 '커밍아웃''(조선일보 9월 2일, A34면)에서 주대환씨의 글을 칭찬하고 나섰다. 한국의 좌파가 진정으로 유의미(有意味)한 진보로서 동시대인들의 행복추구에 기여하려면 그들은 그런 이중성에서 벗어나 주대환씨 등이 던진 안팎의 비판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주대환씨가 남한 좌파 내에서 노골적인 우파 사민주의 정책을 주장해 온 것은 꽤나 오래된 일이다. 그는 남한의 보수 우파에 대한 비판보다 NL의 민족주의ㆍ친북경향에 대한 비판에 더 큰 힘을 쏟아왔다. NL에 대한 공격만큼 급진적 좌파에 대한 공..
8월 15일 100회를 맞은 촛불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0일이 넘는 촛불은 참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줬습니다. 경쟁 지상주의 교육의 폐해와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 경찰의 폭력, 의료를 포함한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 비정규직 …. 이 모든 걸 하나의 범주로 아우르긴 쉽지 않을 겁니다. 편의를 위해서 일정한 개념을 제시하자면 그건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총체적 문제제기일 듯 싶네요. 촛불시위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무래도 방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부분이겠죠.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대의에 의한 위임권력의 근본적 한계와 한국적 현실..
새로운 혁명적 전위는 가능한가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행진. 1968 뉴욕. 오늘 소개할 책은 이 것입니다. 신좌파의 상상력 : 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 조지 카치아피카스 지음|이재원ㆍ이종태 옮김|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주요한 반란 세력들에겐 항상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율성'과 '의식성'의 문제입니다. '의식성'을 중요하게 보는 정치에선 사회의 객관적 조건과 운동을 지도하기 위해 사전에 조직된 혁명적 지도부의 존재를 강조하죠. '자율성'을 강조하는 정치와 실천에선 객관적 조건보다는 혁명 주체들의 '의지'와 대중의 자유로운 운동을 중요하게 봅니다. 쉽게 보자면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게 마르크스주의 내에도 이런 갈등은 항상 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