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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경향신문에서 5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65일간의 촛불시위의 기록을 담은 책을 내놨습니다. 촛불 그 65일의 기록 경향닷컴 촛불팀|경향신문사 물론 촛불시위는 그 후 8월 15일까지 100일 간 타올랐죠. 16일에도 여전히 촛불을 드신 분들도 계시고 강남에서는 어제도 여전히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한계는 7월 5일 이후의 상황을 담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책의 제작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했을 겁니다. 촛불이 다 꺼지길 기다려야 한다면 2MB가 물러날 때까지 미뤄야 했을지도 모르죠. 두 번째 한계는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들로만 책을 만들었다는 점이죠. 물론 아고라의 몇몇 글들도 인용되긴 했지만 큰 분량은 아닙니다. 즉 이 책은 촛불이 타오르는 와중에 신문 지면을 벗어나서..
푸르른 틈새 권여선 장편소설|문학동네 몇일 전 모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온라인 카페죠. 이 카페엔 '자기소개'란이 있습니다. 참 오랜만에 '자기소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던 생활이 지겨웠던 전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남들 앞에 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가장 첫 관문이었던 '자기소개'. 과, 동아리, MT, 미팅 … 수십 번의 경험에도 끝내 익숙해지기는 어렵더군요. 그건 아마 '자기소개'의 본질이 "소극적인 자들이 도태되고 적극적이고 용감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세계로의 입사식"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푸르른 틈새|23p. '자기소개'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했다. 다들 자연스럽게 나..
녹턴 세실 바즈브로 소설|홍은주 옮김|문학동네 동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 망망함으로 인해 '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곤 합니다. 남해안에서 본 바다는, 점점이 떠있는 섬들 사이로 이어지는 뱃길들, 하지만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때론 강제로 고립시키는 어떤 '운명'의 시작을 생각케 하더군요. 이틀에 걸쳐 해남에 다녀오면서 본 바다는 마침 때맞춰 읽은(하지만 의도하진 않았던) 세실 바즈브로의 소설집 '녹턴'의 바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페리의 밤' '등댓불' '바다로 보낸 병' '혼자라면' 4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입니다. 모두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 이곳의 바다는 사람을 혹은 어떤 사건을 만나게 하고 떠나게 하고 다시 그 사람을 '이해하게' 합니다. 헤어짐으로 이어주는 바다랄까요. 자세한 서평..
지난 3달간의 촛불시위를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참가자들의 유머였죠. 대한민국의 유머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됐달까. 2MB가 잘한게 있다면 딱 그거겠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우리 국방부께서 '불온서적'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더군요. 물론 그동안에도 '금서' 목록이 있긴 있었지만 기무사가 아닌 국방부에서 나서서 '불온서적'을 선정해주셨더군요. 농담삼아 저 출판사들이 이걸 홍보 소스로 사용하면 어떨까 했어요. 띠지에 '2008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이라고 크게 넣어서요. 그냥 농담이었죠. 근데 알라딘에서 그걸 정말로 했네요. 링크는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인터넷 서점의 정치적 편향을 말하는 게 쉽진 않지만 알라딘이 다른 서점에 비해 인문ㆍ사회과학 쪽 책이 많이 팔린다는 기사가 나온적은 있습니다. 어쨌..
권여선의 단편 모음집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과 쓸쓸함에 다 읽은 뒤에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책장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선은 기억에 남던 문장 몇몇 만 남겨봅니다.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소설집|창비 '가을이 오면' 여름 한낮의 시장 거리는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져 너울거리는 공기 너머로 본 것은 뜨거움과 조잡함이 우윳빛으로 뒤엉긴, 이를테면 순댓국 같은 풍경이었다. 발목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오감은 극도로 민감해졌다. 타는 햇볕과 눅눅한 습기, 지글거리는 화인(火印)이 가려운 부위에 선명히 찍히는 듯한 고통과 희열, 매운 고추 향과 찌르르한 매미 소리, 집요한 열정과 짜증스러운 절망, 정지한 바람과 짙은 녹음, 자장을..
TV와 영화 속에는 다양한 성적 상징과 판타지가 넘쳐나고 성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도 상당히 자유로워졌다고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섹스, 성생활은 연인(그것이 이성애 커플이든 동성애 커플이든) 사이의 가장 은밀한 공간에 갇혀있다. 여기 이 글을 쓴 미술 평론가인 카트린 밀레가 '성행위'가 아닌 '성생활'이라는 제목을 쓴 것은 의도적이다. 그에게 있어서 섹스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하나의 '생활' 양식일 뿐이다. 우리가 공동체 내에서 관계의 유지를 위해 적절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나들이나 여행을 가듯 그녀는 섹스를 한다. 카트린M의 성생활 카트린 밀레 글|이세욱 옮김|열린책들 ※ 이 표지는 초판의 표지다. 2003년에 한..
읽는 속도보다 지르는 속도가 빠르게 된지 몇 년 된 것 같아요. 무섭게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올해 초에 그런 결심을 했었죠. 올해는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읽자, 읽는 책은 모두 다이어리에 기록하자, 그리고 한 권 다 읽었을 때만 새로 한 권 구입하자라는 결심을요. 뭐 세 번째 결심은 애저녁에 어긴지 오래되긴 했죠. 하지만 나름 일주일에 한 권이라는 결심은 지켜왔다고 생각했는 데 지난 다이어리를 정리하다보니 그렇지 못하더군요. 26주의 시간에 24권의 책을 읽었네요. 어떤 주에는 두 세권을 읽은 적도 있지만 어떤 때는 한 달 내내 한 권도 못읽은 적도 있네요. 하반기엔 쫌더 힘내서 일 주일에 한 권이란 목표를 채워야 겠어요. 01_ 최종 이론의 꿈 스티븐 와인버그|이종필 옮김|사이언스북스 02_ 양자 중력..
촛불시위는 매우 온건하게 시작됐습니다. 그저 청계광장에 앉아서 촛불을 밝혔을 뿐이었죠. 얼마나 엉성했냐 하면 혹시라도 이명박의 심기가 상할까봐 종로 경찰서장이 집시법에도 없는 내용을 갖고 초기 촛불시위 주최자들을 협박했었고 그게 먹혀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촛불시위는 계속됐고 결정적 고비 때마다 조금씩 행동의 수위를 높여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된 구호 중 하나는 '비폭력'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디까지를 비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매우 난감한 문제입니다. 사실 초창기만 하더라도 경찰 버스를 끌어내는 일, 그 위에 올라가는 일 자체를 '폭력'이라고 했었죠. 지금에 와서 많은 시민들은 그것은 퍼포먼스고 '평화적인 한도' 내에서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는 '비폭력 저항'이라고 말하고 ..
역사는 시간을 뛰어넘어 반복되기도 하지만 그 장소가 꼭 같은 장소인 것 만은 아니죠. 지난 5월 초부터 시작된 촛불시위는 한국적 상황에서 시작되고 발전돼 왔지만 많은 부분 1968년 프랑스의 상황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운동의 원인과 발전 방향이 그렇다기 보다는 정부와 우파의 대응, 그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과 운동을 뒤쫓아 다니기에 급급한 좌파들의 모습이 그렇다는 거죠. [1968년 5월의 혁명이 결국 드골의 승리로 끝나게 된 것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진정한 과오는 다른 데 있었다. 혁명운동의 관건은 기회 있을 때마다 바리케이드를 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조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기를 인식하고 그에 맞게 적절히 행동하는 데 있다. 프랑스공산당은 이렇게 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자본주..
전 달콤한 사랑을 꿈 꿔요. 아마도 많은 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네요. 굳이 TV 드라마에 나오는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들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 행복해 보이는 여러 연인들과 부부들을 만나곤 하죠. 물론 연인, 부부의 관계는 매우 은밀한, 개인적인 관계이니까, 제가 그 내밀한 속 사정까지 알긴 힘들죠. 하지만 항상 부럽긴 해요. 몇 년 전부터 솔로당 선언이라고 꽤나 유행했었죠. 지금도 많은 분들이 솔로당의 탈퇴를 꿈꾸며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있죠. 솔로당의 탈퇴와 커플제국 시민권의 획득, 과연 실현 가능한 희망일까요? 무라카미 류는 그 희망은 단연코 누구에게나 가능한 희망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무라카미 류|웅진닷컴 솔직히 이 책은 그리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라고 봐요. 연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