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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살리려면 노동시간 단축부터

때때로 2013. 4. 24. 12:43


[사진 한겨레]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칼럼에서 조한혜정 교수는 '동네 나눔 부엌'을 상상해보자고 한다(한겨레 4월 24일자 30면ㆍ링크). 그는 이 나눔 부엌이 "지속가능한 삶의 시대를 열"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협동조합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런 주장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사인 293호에도 성북구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한 글이 실렸다.

그런데 오전 6~7시에 출근해 오후 8~9시는 돼야 집에 오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동네 나눔 부엌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OECD에 의하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연간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부지런하다는 독일은 1408시간, 일본은 1733시간 일한다
(OECD Factbook 2012ㆍ링크). 주말이나 휴일에라도 시간이 나면 다행이다. 주말이나 휴일 특근은 제외하더라도 휴일 자체가 적다. 선진국들에 비해 5~13일 덜 쉰다. 2009년 기준으로 평균 휴일 수는 연차휴가 19일을 합해 25일이라고 한다(경향신문 4월 23일자 3면ㆍ링크).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 매여 있기에 개인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은 최소화 되기 일쑤다. 마을 공동체를 위한 시간은 더 말해 뭐할까. 마을과 협동조합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지만 현실은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일까. 조한혜정 교수는 "여유가 생긴 주부"와 "프리랜서"를 '동네 나눔 부엌'의 제일 첫 구성원으로 꼽는다. 시사인의 기사에서도 주부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전업주부라고 낮시간에 회사에 매여 있어야 하는 직장인보다 시간이 더 날리도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업주부 연봉찾기 서비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30대 전업주부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9시간40분에 달한다고 한다
(링크). 취업 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과 그리 다를바 없다(2009년 기준 연간노동시간 2232시간을 휴일ㆍ휴가 129일을 제외한 236일로 나누면 9시간27분정도 된다. 단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시간 조사는 개인이 직접 입력한 시간을 평균한 것으로 엄밀한 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집안일을 도울 '아줌마'를 쓸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마을일에 신경쓸 여유가 있을리 없다. 프리랜서는 그 이름 만큼 자유로운가? 가당찮은 말이다.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보다 더 가혹한 조건으로 자신 스스로를 몰아넣어야만 생존 가능한 게 대다수 프리랜서의 현실이다.

마을ㆍ공동체ㆍ협동조합 모두 좋다. 그런데 그 시작은 무엇보다 노동시간의 절대적인 단축이 되어야 한다. 정치 참여를 늘려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넣기 위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필수다. 술자리 욕지거리들을 정치 참여라고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노동시간의 단축은 전제 조건이다. 곧 있으면 노동절이다. 1886년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벌인 미국 노동자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자본주의 역사 내내 가장 큰 갈등의 축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른 말들의 잔치보다 '노동시간 단축' 이 하나에 힘을 모을 방법은 없을까.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은 매우 훌륭한 슬로건이다.

※ 마을 공동체의 형성에 좌파나 진보 지식인만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다. 건설사들은 몇년 전부터 주민 공동 편의시설인 '커뮤니티 센터'를 아파트 홍보에 적극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피트니스센터와 같은 것들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주민 회의실이나 독서실ㆍ카페 등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시설로 확대되고 있다. 홍보업체들은 "상류층, 그들 만의 커뮤니티"를 홍보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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