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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그리스 국민과 무자비한 유럽 자본주의의 투쟁
아디티야 차크라보티ㆍ가디언ㆍ2015년 6월 29일링크

유럽의 고위 정치가들은 그리스 국민이 이번 일요일 할 투표가 어떤 나라에서든 가장 중요한 문제에 답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물론 그들은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에게 이는 그의 인민이 '가혹하고 굴욕적인 긴축정책'을 앞으로도 더 받아들일 것이냐는 것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리스 국민들의 선택은 유로존에 남을 것인지 드라크마화로 돌아갈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여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장인 장 클로드 융커에 의해 판돈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그는 다가올 주말 '전 세계'는 그리스가 유럽에 남으려 할지 않을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틀린 주장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 주장들은 지금 이 순간 핵심을 비켜가고 있을 뿐이다. 이번 주말 그리스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1100만 명의 사람들이 나머지 우리들 또한 어느날 밟아야 할 단계를 시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와 실패한 정치ㆍ경제 체제와의 싸움 말이다.

인민이 원하는 것과 지배자들이 아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들의 턱밑에 대고 강요하는 것 사이의 전투는 그리스의 최근 역사에서 극적인 모든 순간마다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그의 나라가 긴축으로 붕괴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메르켈에게 간청했던, 그리고 그녀가 냉정하게 "우리 누구도 이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던 2010년 봄 이 전투는 이미 벌어졌다. 이는 2011년 여름 그리스의 북적이는 보통 도시들에서 연줄로 묶인 부패한 정치 엘리트들과 유로관리들, 금융가들에 대한 대안을 요구했을 때 더 명확히 드러났다.

국가를 경제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스스로 문제를 키워온 잔혹한 긴축정책을 시리자가 거꾸러뜨리고 명백히 국민이 뽑은 정부로 선출된 올해 1월 이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끔 됐다.

지난 주 치프라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IMF의 트로이카 채권단들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는 구석에까지 몰렸다. 그에겐 그의 유권자들의 민주적 선택에 호소하는 것 외에 어떤 선택지도 남지 않았다.

실제론 잔혹하고 실행 불가능한 형태의 자본주의와 인민 사이의 전투를 의미하는 이 문제에서 경제와 금융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투표의 진정한 쟁점은 브뤼셀에서 전해진 소식과 아테네에서 가장 최근 전개된 것들 사이의 문제다. 은행의 폐쇄는 분명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적 통제의 황금률은 그것이 어떤 자본주의든 인민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당신이 TV에서 보는, 텅빈 현금지급기 사이를 서성이는 그리스 국민들은 연금수급자, 제조업 노동자, 성난 교사들이다. 그리스 은행들에선 몇 년 전부터 대부분 현금으로 큰 돈이 빠져나갔다. 2011년 여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경제학자들은 이미 '조용한 뱅크런'에 대한 염려를 늘어놓았었다. 한 고위 투자은행가는 당시 내게 3만 유로를 가방에 싸 창고에 숨겨둔 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가 말하길 "그 가방은 이전에 음식을 보관하던 것이어서 쥐들이 끓더니 지폐를 갉아 먹었다".

이 이야기가 말해주는 바는 그리스가 최근 붕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록적인 불황 중에 경비 삭감과 '구조조정'이 - 또는 노동자 권리의 분쇄, 공적 자산의 헐값 매각과 복지국가에 대한 계속된 공격 등이 - 어떻게든 그리스를 제자리 찾게 할 것이라는 환상을 트로이카는 2010년부터 퍼뜨려 왔다. 5년이 지난 지금 항상 의심스럽던 그 전망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나라는 더 최악으로 빠져들었다. 그런데도 기술관료들은 비참한 현실에 처한 그 주제들에 대한 선전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리스 인민이 한 편에 있고 고장난 경제가 다른 한 편에 있다. 이는 당신 생각 이상으로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 양립 불가능한 둘을 화해시키려 한 이가 치프라스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위기 이전 유로존 회원국 중 가장 열광적인 유로 지지자로 꼽히던 나라에서 시리자는 단일 통화에 꼼짝 못하는 처지로 남아있다.

국가가 가난했던 기억을 노인들만 갖고 있는 다른 유럽의 나라들에서처럼 그리스 지배자들은 단일 통화 사용을 제1세계에 속해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취급한다. 재무 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아직 학교에 남아있을 때 유럽 통화 연합을 가능케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몇 년간을 쏟아부었다.

북유럽 언론이 마구잡이로 모욕하긴 하지만 시리자의 주요 정책 입안자들은 유로화 신자였다. 끝내 환멸하게 됐지만 말이다. 지난 주 정부는 그리스 채권자들에게 타협안을 제출했다. 타협안을 제출한 바루파키스가 이전에 썼던 말로 표현하자면 이 안은 '긴축적'이며 '불황을 불러올 것'이다. 물론 보도에 따르자면 시리자의 부유세에 관한 계획에 대해 트집을 잡고 있는 채권자들은 이 제안이 긴축 정책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협상은 이걸로 마침내 결렬됐다.

치프라스나 바루파키스보다 덜 이상적인 사람들은 이 결과로부터 짐작할 것이다. 2010년 유로 위기가 분출한 후 대륙의 넓은 지역이, 민주주의와의 타협점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한 기구의 지배 하에 들어갔다. 이중 가장 중요한 기구는 - 선출되지도 않고 거의 전적으로 책임지지도 않는 - 유럽중앙은행과 융커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다. 이들은 그리스ㆍ포르투갈
아일랜드스페인에서 일자리를 잃고, 임금과 수당이 깎인 사람들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유로존 재무 장관들의 비공식적 유로그룹 회의 또한 민주주의와의 친밀성에 있어서 이 체제가 도달한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쾰른의 막스플랑크 사회과학 연구소 전 소장인 프리츠 샤프는 이렇게 말한다. "지나치게 비대해져 부적합하게 설계된 통화 동맹을 구제하기 위해 설립된 이 체제가 유럽의 민주적 자치정부들을 실제로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 정치구조는 대륙 전체에서 노동자들의 익금을 이들의 생활수준에 이르지 못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하지만 이는 합법적이지 않다. 또 룩셈부르크 총리였던 융커는 나라가 세금 회피에 전념할 수 있게 하고선 그리스의 세금 체계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장 클로드 융커가 룩셈부르크 총리 재임 당시 다국적 기업들의 집중적인 세금 탈루가 있었음이 2014년 하반기 폭로됐다. 정부가 세금 탈루를 도왔고 융커 총리도 이를 눈감았다는 것이다. 융커는 "내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에 이런 일들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나는 룩셈부르크의 조세제도를 설계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부정했다]. 그런 후 선거에서 시리자가 당선되자 마자 ECB는 그리스 정부의 채권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발표한다. - 이는 미국 중앙은행이 워싱턴의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말한 것과 비슷하다.

그리스 국민이 해야만 하는 선택은 이 체제에 의해 정치적이고 경제적으로 조용이 목졸려 살해당하는 존재로 남을 것인지 여기서 벗어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어떤 선택지도 그리스와 유럽에 편안한 것 만은 아니다. 2년 전, 현재 시리자에 참여하고 있는 한 경제학자는, 유로화를 벗어던지는 것은 현금지급기에 군인을 배치하고 산업을 강제로 국유화해야 함을 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황이 매우 위험하고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용한 죽음과 혼돈으로의 발걸음 사이에 주어진 어려운 선택에서 내가 끌리는 것은 두 번째 것이다. 만약 그리스 국민이 이를 선택하면 나머지 우리는 이를 응원할 것이다. 그들의 - 인민과 이 고약한 자본주의 사이의 - 전투는 우리의 전투이기도 하다.


2008년 11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시민들이 경제난에 거리로 나서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레이캬비크=신화/뉴시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자 워싱톤은 대규모의 구제금융을 준비했습니다. 인쇄기에서 찍어낸 막대한 달러가 주요 은행과 기업들에 뿌려졌습니다. 공화당은 이를 공산주의라고 비난했죠.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부시가 대통령이었지만 막상 구제금융이 본격화되던 때는 오바마 정부였으니 공화당으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맘껏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악선전을 퍼부을 수 있었겠죠. 이 악선전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티파티라는 극우 운동은 공화당에서 꽤나 큰 지분을 차지하기까지 했습니다.

구제금융을 공산주의라고 비난한 공화당의 악선전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젝은 이를 비꼬아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라고 불렀습니다. 정부에게 막대한 재정부담을 안긴 금융위기에도 대다수의 부자는 자신의 재산과 지위를 지킬 수 있었죠. 막강한 달러의 힘 때문에 지금 당장엔 인쇄기를 돌리는 것 빼고 큰 부담이 없을 수 있지만 결국 미래 노동자들이 세금으로 메꿔야 할 빚이 엄청나게 쌓인 것이죠.

다른 나라들에선 이와 같이 위기를 넘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약한 경제를 지닌 나라들은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긴축을 시도하고 있죠. 부자들 스스로 저지른 잘못으로 인한 손해를 가난한 이들에게 메꾸라는 것입니다. IMF와 국제금융기관들은 구제금융의 대가로 긴축정책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내정간섭이라고 할정도의 협박도 서슴지 않고 말입니다.

해외 채권자를 안심시키고자 하는 정부는 굴욕적인 조건이라도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자신의 국민보다는 국내외의 소수 자본이 중요하다는 듯한 태도는 얼핏 이해 안가지만 자본주의적 세계에서 거의 모든 나라 정부의 공통된 입장이죠. 스페인과 그리스 등 남부유럽을 휩쓸고 있는 저항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경찰력을 동원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국민을 피흘리게 해서라도 IMF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자본가들을 안심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러한 방법 밖에 없을까요? 아이슬란드의 사례는 다른 길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남유럽에서 저항이 폭발한 최근 트위터에서 아이슬란드가 다시 한 번 관심을 끈 이유일 것입니다.

2008년 위기가 터졌을 때 아이슬란드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08년 2/4분기 아이슬란드의 대외채무는 GDP의 7.3배 규모인 120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9월 말 기준 36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29쪽). 아이슬란드 정부는 여러 나라에 손을 벌려야만 했고 결국 그해 11월 IMF로부터 2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모든 은행을 포함한 공기업 민영화. 금융시장 개방과 규제완화. 법인세 감세. 신자유주의 정책을 모범적으로 따르던 아이슬란드는 한 때 선망의 대상이었죠. 인구 32만 명의 화산섬 나라가 1인당 GDP 6만 달러의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떠올랐으니까요. 한 때 우리나라에서 추진하던 '동북아 금융허브'의 모델로 두바이와 함께 언급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곳이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나라로 급락한 것입니다.

금융위기를 다룬 기사와 책은 아이슬란드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 아이슬란드의 위기와 관련된 이야기는 사라졌습니다. 2010년 봄 화산폭발로 잠시 관심을 받긴 했지만 위기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었죠. 여러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이슬란드 뉴스가 없다고? 왜지? 우리가 지난번 들었던 것은 인민이 봉기하고 은행가들을 쓸어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TV와 신문에선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신문과 TV는 은행가들이 어떻게 [봉기를] 성공적으로 진압하고 또다른 반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는지 왜 말해주지 않는 것일까?"

답은 놀라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 그들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인민이 승리한 것이다."(보도되지 않는 아이슬란드의 놀라운 혁명ㆍCrazyemailsandbackstories)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돌멩이를 든 채 총리실과 의회로 향하던 시위대의 소식은 얼핏 기억나는데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이 질문을 담아온 블로거는 흔치 않은 아이슬란드에 관한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혁명이, 평화적인 변혁이 진행됐다고 전합니다. 아래는 여러 기사들로부터 간략한 사실들만 추린 것입니다.

- 2008년 주요 은행이 국유화
- 2010년 350억 유로를 5.5%의 이자로 향후 15년간 영국과 네덜란드에 갚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해 시민들이 봉기
- 대통령은 시민의 저항에 굴복해 이 계획안 승인을 국민투표에 부침
- 2010년 3월 국민투표에서 93%의 유권자가 부채상환 반대에 표를 던짐
- IMF는 즉시 구제금융을 동결
- 중단하지 않은 시민들의 투쟁으로 금융위기 책임자들에 대한 민사ㆍ형사소추 시작
- 가장 큰 은행의 경영진을 포함한 90명 가량의 기소 추진
- 집값의 110%를 넘는 가계부채를 탕감키로 결정
- 대법원은 2010년 6월 외환채무는 무효라고 판결
- 2011년 외환부채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새 헌법을 제정키로 함
- 18세 이상 성인 중 30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522명의 후보 중제헌의회 의원 25명 선출
- 온라인을 활용한 시민들의 참여로 헌법초안 작성

그야말로 놀라운 얘기들입니다. 특히 사실상 국유화에 가까운 막대한 재정을 민간기업에 투입하고도 경영권에 대한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 미국과 비교하면 더 믿기 어렵죠. 게다가 미국에선 버나드 메이도프와 같은 사기꾼을 제외한다면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으로 그 어떤 금융가와 기업가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dailykos의 필자는 아이슬란드의 교훈을 우리 모두가 꼼꼼히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스의 인민은 공공 부문의 민영화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들어왔고 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도 같은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그리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 등 위기에 직면한 나라의] 그들은 아이슬란드를 봐야 한다. 외국 [금융세력의] 이익에 굴복하는 것을 거절하고, 작은 나라는 인민에게 권력이 있음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Daily Kos)

아직 외부로부터의 위기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우리 서민은 더 길어진 노동시간, 더 강해진 노동, 더 적은 고용, 더 많은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분담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아이슬란드 인민의 투쟁과 승리는 우리에게 누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지 묻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내외의 한줌 부자들을 위한 것인지.

● 참고한 기사와 글
[Crazyemailsandbackstories]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놀라운 혁명
[Daily Kos] 아이슬란드의 계속되는 혁명
[Bloomberg] 분노한 아이슬란드인, 부채를 탕감시키다
[한겨레] 아이슬란드, 민주적 참여로 67년 만에 헌법 개정

● 함께 읽어볼 만한 글
[자유롭지 못한] 뜨거운 10월 … 긴축에 맞선 인민의 저항이 폭발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3개월. 실망하기에 이른 시간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 인민도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에 나서고 있다. 9월 30일 프랑스 좌파전선의 긴축정책 항의 시위. [페이스북]

9월 25일 스페인 시민 6000명이 의회봉쇄를 시도했을 때 사태가 이토록 커지리라고는 예상 못했었습니다.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맞서 경찰은 상상 이상의 폭력을 휘둘렀고 많은 이들이 다쳤습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평온하던 스페인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하나의 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미 지난해부터 분노한 사람들(인디그나도스 los indignados)의 항의가 나라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광부들이 영웅적인 투쟁으로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마드리드에 입성했었죠.


벼랑 끝에 선 마드리드: S25→S29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에서의 저항과 경찰 폭력을 담은 다큐멘터리. [globaluprising.org]

29일까지 이어진 항의 시위는 스페인을 넘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의 나라에까지 확산됐습니다. 이토록 손쉽게 저항이 유럽 전역을 흔들며 세계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인민이 겪고 있는 문제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긴축'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 나라의 정부들은 자국의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죠. 이는 결국 정부재정의 부실로 이어졌습니다. '복지' 때문에 정부재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죠. 정부부채 규모가 2007년을 전후해서 급등했다는 게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합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heesang님은 지난해 블로그에 적은 짧은 글에서 이를 지적했었죠.

"지금 (내 생각에는) 극복되고 있는 이 위기는 채권자들의 위기이다. 이 위기를 넘어서면 시민들의 위기가 시작된다. 미국 정치인들은 재정지출은 줄이되 세금은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는 연대세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부유세를 신설했는데, 그런 점에서 유럽의 사정은 더 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감세와 민영화와 정부지출 축소는 여전히 신자유주의의 전위이고, 긴축의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 계급의 몫일 것이다. 자본이 낳은 위기를 국가가 떠안았으며, 다시 이제 자본은 이를 본격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떠넘기려한다. 그런 점에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민의 투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긴축의 시대와 채권자의 승리ㆍ링크)

민간 부문의 부실을 떠안은 정부는 대규모 긴축으로 손실을 만회하려 하고 있죠. 유럽에서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는 구제금융 무기로 각 나라에 긴축정책을 강요하고 있죠. 그리스에서 저 세 개의 기구가 트로이카로 불리며 분노의 촛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불안하게도 이러한 구도는 외국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며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좌파 운동의 강력한 성장이 이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노골적인 개입도 주저하지 않았던 트로이카의 협박에도 그리스 인민은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몇 차례 반복된 총선에서도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지지는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긴축에 맞선 투쟁이 분출했을 때 그리스에서도 어김없이 저항이 폭발했습니다.

그리스 인민은 9월 26일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섰습니다. 전력 노동자들은 투쟁을 더 강력하게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48시간 파업 반복을 선언했습니다. 재무부 노동자는 이틀 더 파업을 벌였죠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선 노동자들ㆍ레프트21). 10월 4일 조선소 노동자는 국방부로 쳐들어갔고 농부 수백 명은 트렉터로 공항 봉쇄를 시도했습니다. 이들 모두의 요구는 긴축정책의 중단이었습니다(스페인 수십만 긴축 반대ㆍ참세상).

지난달 말 투쟁을 앞장섰던 스페인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6일에도 시위를 벌였습니다. 분노한 인민의 항의에도 스페인 정부는 9월 27일 390억 유로 규모의 긴축을 결정하는 등 노동자 계급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스페인 노동조합 연맹들은 11월 14일 파업을 준비하고 있죠
(스페인 수십만 긴축 반대ㆍ참세상).

유럽 뿐 아니라 남미와 북미에서 저항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퀘벡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리 이후에도 무상교육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칠레에서도 무상교육을 위한 학생들의 투쟁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점화된 칠레 학생시위 "교육은 권리다"ㆍ참세상). 올 초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미국의 오큐파이 운동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InterOccpy.net을 만들어 세계적 운동을 연결하고 협력하며 조직하는 것(Connect, Collaborate, Organize)을 모토로 다양한 연대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가들이 10월 13일 전 세계 공동 냄비시위, 매월 22일 공동행동 등을 제안하고 준비하고 있죠(OccupyWallst.org, interoccupy.net).

더해가는 경제 위기, 정확히는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지배자들의 태도가 더 노골적으로 되면서 이에 맞선 저항도 더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와 정치적 상황 모두에서 다른 나라들과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우리도 결국 저들과 다르지 않은 문제를 겪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복지 지출 비중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복지시대 역주행ㆍ한겨레). 워낙에 부족한 복지이기에 실상 그리 큰 영향이 없어 보이죠.

기업들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게 문제입니다.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부문별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의 칼바람 조짐도 있습니다. 가장 불안한 곳은 건설업계죠. 정말 거의 마지막 한올까지 끊어버린 듯한 부동산 규제에도 주택시장은 요지부동입니다. 문제는 상업시설과 사무실입니다. 과잉공급으로 서울시내 중심가의 최신 건물에도 빈 사무실을 곧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용산 재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으니 예외로 치더라도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와 종로1가 등 대규모 개발지들이 기대 만큼의 수익을 만들어낼 지는 의문입니다.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을 겁니다. 2008년 촛불시위와 같은 갑작스러운 저항이 터져나올 수도 있죠. 지난해 희망버스의 놀라운 성공처럼 말입니다. 이에 대비할 때 만이 좌파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시대를 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참고한 기사와 글
[참세상] 스페인 56개 도시 수십만 긴축 반대
[참세상] 다시 점화된 칠레 학생시위 "교육은 권리다"
[레프트21]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선 그리스 노동자들
[한겨레] 복지시대 역주행 … 내년 예산안 복지비중 첫 감소
[SocialandMaterial.net] 긴축의 시대와 채권자의 승리

경제위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 폭발하고 있죠. 이탈리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탈리아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2년 2분기 경제 성장률은 -0.7%입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로존 내 세 번째 크기의 경제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의 위기는 그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의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페인은 10년짜리 국채 금리가 7.6%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도 1.5%로 내려앉았습니다. 중국도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6분기 연속 떨어졌습니다. 2분기에는 3년 만에 8% 아래로 내려갔죠.

● [연합뉴스]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7월 인하 효과 지켜본다'(링크)
● [한겨레] "중국에 국가위기 없는 건 민중에 부채를 떠넘기기 때문"(링크)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비롯한 이번 위기의 여파가 참으로 깊고도 끈질깁니다. 금융권에 대한 막대한 구제금융은 정부의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미국 정부야 버티지만 그러한 힘이 없을 뿐 아니라 통화정책도 펼칠 수 없는 유로존 국가들은 그야말로 함정에 빠진 격입니다. 금융권으로 유입된 돈은 곡물에 대한 투기로 이어져 세계 곡물가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고 이는 2011년 '아랍의 봄'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 위기가 발생하자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산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죠. 폰지사기와 같은 관행이 만연하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버나드 메이도프가 대표적이죠. 지나친 규제 완화와 금융화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고 사는 이들조차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도 폭로됐습니다.

1997년 위기 때 부정ㆍ부패가 만연한 '정실 자본주의'가 위기의 근원으로 지목됐던 것처럼, 이번에는 혼란을 키운 활극의 주인공으로 금융산업에 비판의 촛점이 맞춰졌습니다. 당연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가간 금융거래의 장벽도 높여야 하고 말입니다.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는 다른 분석과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물론 마르크스주의 내에도 다양한 경향이 경합하고 있죠). 오늘 살펴볼 책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책갈피, 이하 '21세기 대공황')는 마르크스주의 내에서도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 이하 TRPF)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입장을 담고 있습니다(저자 중 짐 킨케이드는 비판적 입장에서 저자 중 한 명인 크리스 하먼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이하에서 그의 주장은 제외합니다).

TRPF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원재료ㆍ원료ㆍ생산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노동력에 대한 투자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전자를 불변자본이라 부르고 후자를 가변자본이라고 부르죠. 마르크스에 의하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의 노동입니다. 따라서 자본가에게 중요한 이윤이 되는 잉여가치도 인간의 노동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죠. 결국 완성된 상품에 기존의 가치를 이전만 시키는 불변자본이 급격히 증가하면 이윤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마르크스는 다양한 상쇄경향이 있어서 항상 저하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21세기 대공황'의 저자들은 마르크스의 바로 이 TRPF가 현재 경제위기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주장합니다. 1960년대 최고 수준에 다다렀던 이윤율은 1970년대 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있다고 합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잠시 성장하지만 결코 1960년대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죠.

"최근의 금융위기는 1970년대부터 세계 자본주의를 괴롭혀 왔던 바로 그 질병, 즉 이윤율 하락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착취율 증가 덕분에 이윤율 하락세가 잠시 멈췄고 심지어 약간 회복되기도 했지만, 거듭되는 침체를 막기에 충분할 정도의 기업 투자를 독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신용경색부터 세계 경제위기의 공포까지', 크리스 하먼, '21세기 대공황' 139쪽(이하 모두 같은 책).

"이번 위기는 직접적으로 1990년대 이후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양산한 호황에서 비롯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이번 위기는 1970년대 이후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을 반영한 자본주의의 장기 불황 국면에서 발생했다."
-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세계 경제의 위기', 장시복 250쪽.

"이번 위기의 배경은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 세계 체제 전반에 걸쳐 시작된 이윤율의 장기 저하와 그 결과인 장기 불황이다."
- '21세기 세계 대공황', 정성진 257쪽.

이러한 이윤율의 장기적 저하는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가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구체적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1970년대 급락한 이윤율은 1980년대 이후 조금씩 회복되지만 결코 과거의 수준에 이르지 못합니다. 거의 정체하고 있다는 것이죠. 신경제라 불리며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경제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찬양받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1년까지의 미국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2001년 위기에서 회복된 후 2007년 다시 붕괴하기까지의 성장도 그렇습니다.

"모슬리의 수치들은 장기 호황기(1947~1968년)에 이윤율이 18~22퍼센트를 맴돌았음을 보여준다. 그 후 이윤율은 1970년대 내내 11~22퍼센트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1980년대 말에는 약 14~15퍼센트까지 올라갔고, 1990년대 중반에는 16~18퍼센트를 기록했다. 다시 2000년대 초에 14~15퍼센트까지 떨어졌다가, 2004년에 19퍼센트까지 올라갔다. 다시 말해, 지난 25년 동안 단지 한 해(2004년)에만 장기 호황기 당시의 최저 수치에 근접했던 것이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대차대조표도 2005~2006년에 이윤율이 하락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 '이윤율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크리스 하먼 168~169쪽.

이렇게 장기적으로 저하한 이윤율이 경제위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것을 살피기 위해 저자들은 우선 1970년대의 추락으로부터 나온 지배계급의 대응, 신자유주의를 언급합니다.


신자유주의의 부흥: 착취율의 증가와 금융화

실질임금의 하락, 노동시간의 증가로 나타나는 착취율의 상승이 1980년대 이윤율 회복을 위한 주요 신자유주의적 전략으로 등장합니다. 미국의 실질임금은 "1970년보다 1995년에 더 낮았"고 연간 노동시간은 "1980년 1883시간에서 1997년 1966시간으로 늘었"습니다(크리스 하먼 40쪽, 73쪽). 장시복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이윤율 상승에서도 착취율 증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시기 "상층 노동계급의 실질임금도 정체하고 하층 노동계급의 실질임금은 가장 낮은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노동생산성은 증가했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정체됨으로써 이윤율이 상승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장시복 219~220쪽).

신자유주의 전략의 다른 한 축, 금융화는 1970년대의 위기를 지연시키고 연이은 두 거품(1990년대 IT 거품, 2000년대 부동산시장 거품과 소비 붐)으로 일시적 호황이 가능케 한 힘입니다.

자본이득에서 소득 최상위 20%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9년 75.2%에서 2000년에는 82.9%로 증가했습니다. 자산을 기초로 한 부의 증가(그것이 실현됐든 미래에 실현될 것이든)는 상층 계급의 소비증가로 이어졌죠. 마찬가지로 최상위 20% 계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는 1992년 95.1%에서 2000년 104.4%로 증가합니다
(장시복 223쪽).

비금융 기업의 이윤율 하락은 이러한 금융화를 재촉하기도 합니다. 크리스 하먼은 미국의 회계법인 PwC 최고경영자 새뮤얼 디피아자를 인용합니다. 2000년대 많은 기업들이 자산담보증권(ABS)과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하는 등의 방법으로 하락한 이윤을 금융에 의존해 보충하려 했다는 겁니다. 결국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외견상 높아 보였던 것은 그들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 가치가 금융 거품으로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졌기 때문"인 것이죠
(크리스 하먼138쪽).

또한 이러한 금융화는 정부가 주도해 이뤄집니다. 로버트 브레너는 정성진과의 대담에서 "미국을 비롯한 몇몇 정부들이 실물경제에서 이윤율이 떨어지는 데 대처하기 위해, 금융 부문의 규제를 완화해서 금융으로 전환하는 것을 부추"겼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계속 나빠졌기 때문에, 규제 완화로 금융 부문의 경쟁은 더 심해졌고 이윤 창출은 더 어렵게 됐으며 더 큰 투기와 위험 감수가 조장"됐습니다
(로버트 브레너-정성진 대담 286쪽).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추진한 것도 이런 와중이었습니다. 당시 '야인'으로 있던 이명박은 직접 금융시장에 뛰어들기도 했죠. 경쟁의 격화로 이윤 창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금 봐서는 매우 바보스럽지만) 김경준이라는 사기꾼과 손을 잡는 것도 거리끼지 않았죠. 2008년의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파생금융상품 거래량은 3년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8억1900만건이 거래됐고 이는 전 세계 거래량의 27%에 이르는 물량입니다
(조선일보ㆍ링크).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겠다는 세재개편안에 경제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2008년의 붕괴는 2000년대의 매우 특이한 경제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자산 가격 케인스주의(asset price Keynesianism)'가 전통적 케인스주의를 대신했습니다. 지난 10여 년 이상 세계 경제는 매우 특이하게도 자본축적이 그야말로 사상 유례없는 투기 파동에 의존해서 지속되는 체제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의 주식시장 거품과 2000년대 초 주택과 신용 시장 거품이 바로 그것입니다."
- '세계 대공황의 전망과 대안', 로버트 브레너와 정성진의 대담 중 브레너 답변, 283쪽.


신자유주의의 몰락: 자본주의의 한계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전략은 무한정 계속될 수 없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의 나라에서 이미 엄청난 수준으로 증가한 착취율은 더 이상 높아질 수 없습니다. 노동시간의 증가와 저임금을 견뎌내기 위해선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수준입니다.

상대적으로 착취율이 낮은 유럽에서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독일에서는 직접적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려 하고 있고, 직접적 임금과 함께 사회적 임금으로서 각종 복지와 연금을 축소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협약은 바로 유럽 노동자계급의 강력한 힘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즉 유럽 지배계급이 기존의 사회협약을 파기하고 착취율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콧대를 먼저 눌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 자본가들은 과거에 '사회 평화'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양보했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는 공세를 펼칠 것이다. 이런 시도는 유럽에서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거대한 규모의 계급투쟁을 촉발할 수 있다."
- '스냅사진으로 보는 자본주의의 오늘과 내일', 크리스 하먼 79쪽.

2010년 프랑스, 2011년부터 지금까지 그리스와 스페인 등지에서 우리는 그러한 투쟁을 이미 목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지배계급의 공격에 맞선 투쟁이 성장하고 있죠. 2011년 위스콘신에서는 공무원 노동권에 대한 공격에 맞선 장기간의 노동자ㆍ시민의 점거투쟁이 진행됐습니다. 2008년 위기로 드러난 금융기업들의 부패에 분노한 청년들은 뉴욕 주코티 공원에 모여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고 선동하고 있죠.

착취율 증대에 의한 이윤율 회복이 불충분하기도 했지만 더이상의 착취율 증가를 노동계급이 받아들일 가능성조차 적어지고 있는 것입니다(물론 이후 노동계급이 1980년대 초 영국 광산노동자와 미국 항공관제사 노동자와 같은 결정적 패배를 당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2000년대 성장한 금융 부문도 2008년 위기로 드러난 사기와 협잡에 대한 대중적 혐오가 너무 커서 더 이상 성장이 지속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실물부분에서의 이윤율 하락을 금융에서의 거품으로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장벽 없는 세계시장에서의 금융화는 위기의 여파를 더 빠른 속도로 세계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외환 거래를 포함한 금융 거래세의 도입이 힘을 얻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금융 규제의 강화, 복지의 확대, 정부의 적자재정 정책과 같은 것들은 이번 위기의 대안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가 무엇보다 이윤율 하락에서 비롯한 1970년대부터의 장기적인 하강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의 위기 때 케인스주의가 실패한 이후 신자유주의적 대응이 등장합니다. 이는 약간의 성공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결국 자본주의 자체의 한계 때문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케인스주의가 다시 각광받고 있지만 이는 이미 실패한 대안일 뿐이라는 겁니다. 2008년 위기를 막을 수 없었던 신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크리스 하먼은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 또한 이 케인즈주의적 대안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 정책과 마찬가지로, 사적 자본을 대대적으로 침탈하지 않는 국가 개입은 기껏해야 완전한 붕괴만 막을 수 있을 뿐이지, 그 자체로 이윤율 저하에서 비롯한 근본적 불균형을 치유하고 경제의 활력을 소생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일본의 경험은 시사하는 듯하다."
- '1930년대 대공황과 오늘날의 위기', 크리스 하먼 209쪽.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달리 정부 지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이미 매우 큽니다.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몫이 1929년 2.5%에서 2007년 약 20%로 커졌죠. 경제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해야 할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습니다(크리스 하먼 199~200쪽).

게다가 개별 기업의 크기도 매우 커졌습니다. 따라서 위기에 빠진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치뤄야 할 대가도 함께 늘었습니다. 결국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매우 큰 제한이 있습니다
(크리스 하먼 201~202쪽).


자본주의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대안

현재 진행 중인 위기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폭발하면서 나타난 총체적 위기"라는 게 저자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일시적인 금융 위기나 실물 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며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계기를 형성할 것"입니다(장시복 251쪽).

정성진은 진보 진영에게 이렇게 요청합니다.

"진보 진영은 이제 공황을 막기 위한 이런저런 정책 대안들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공황이라는 파괴와 낭비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적ㆍ적대적 성격을 고발하고, 공황기에 노골화되는 자본주의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비판해야 한다. 동시에, 반자본주의ㆍ탈자본주의 대안을 구체화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대중운동을 건설하는 데 주력해야한다."
- '21세기 세계 대공황', 정성진 277~278쪽.

크리스 하먼이 지적했고 현실에서 드러났듯이 대중운동은 좌파의 개입과 독립적으로, 자본주의적 압력 그 자체에 의해 발생하고 성장합니다. 각 나라의 정치적 전통과 지형에 따라 좌파가 큰 역할을 하는 곳(스페인ㆍ그리스)도 있고 좌파의 존재가 미미한 곳(미국)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이 호소하는 좌파의 과제는 나라별로 매우 상이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랍의 봄'에서 위스콘신의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뉴욕의 청년들이 영감을 얻었듯이 세계화된 경제 만큼 저항 또한 세계화되고 있습니다. 결코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경제 위기를 맞이한 좌파는 그 만큼 장기간의 안목으로 현재의 행동을 계획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나 지배자들의 양보는 노동계급의 강력한 투쟁에 의해서만 이뤄졌습니다. 브레너는 "루스벨트 정부는 거대한 대중 파업 물결이 일자 압력을 받아 그제서야 와그너법[노동조합의 권리를 정한 법]과 사회보장을 비롯한 주요 진보적 뉴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지적하며 "오바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로버트 브레너 290쪽). 우리에게도 그렇습니다. 안철수건, 문재인이건, 심상정이건 실재 세계를 쟁취할 힘은 노동계급 자신에게만 있습니다. 대중 스스로의 행동을 고무하고, 그 안에서 대안을 건설하는 것이 좌파의 행동지침이 돼야 할 것입니다.

5월 6일 솔로몬ㆍ미래ㆍ한주ㆍ한국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됐습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업계 1위의 자리였기에 충격이 더 큽니다. 4개 저축은행에 예금을 맡긴 사람은 36만8000여 명에 달합니다. 금액은 7조4400억원에 이른다고 하죠. 조금이라도 나은 이자를 찾아 쌈짓돈을 맡겼을 서민들에겐 무척 충격적인 사건일 것입니다.

이 사건을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은 미래저축은행의 회장 김찬경의 해외 도피 시도 때문입니다. 서울대 법대생 사칭, 160억원을 연체한 신용불량자 …. 과거가 한꺼플씩 벝겨지면서 이러한 사기꾼이 '저축은행'의 회장까지 될 수 있었던 과정에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오늘 주요 언론에 보도된 저축은행 관련기사를 엮어봅니다.


'은행'으로 신분세탁에 성공한 상호신용금고

중앙일보에 의하면 김찬경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은 1999년입니다. 당시는 아직 '상호신용금고'라고 불리던 때죠. 신용금고는 1972년 계와 고리대금업을 양성화하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뿌리는 사채인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유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했죠.

번성하던 신용금고도 1997년 외환위기를 빗겨갈 순 없었습니다. 1998년 한해만 100여 개의 신용금고가 퇴출됐습니다. 공적자금을 아끼기 위해 금융당국은 인수자만 나타나면 그 자격을 검증할 겨를도 없이 넘기기에 급급했죠. 당시 금융시장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사람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돈만 싸 들고 오면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공적자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인수자가 나타나면 자격을 묻지 않고 부실 금고를 넘겨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찬경이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것도 이때입니다. 정부는 1999년 이후 신용금고 확대 정책을 이어갑니다. 2001년에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려줍니다. 2002년에는 이름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꿔주고 2006년엔 아예 '저축은행'으로 부르게 했죠. 법인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인수합병도 적극 권장해 저축은행의 덩치 키우기를 도와줍니다.

그러나 규제는 저축은행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2010년에야 도입됩니다. 김찬경이 저축은행의 회장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심사가 시행되기 전인 2006년부터 이미 신용불량자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급'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한겨레에 의하면 대주주가 경영을 장악하는 구조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62.2%, 1조원 이하의 경우에는 70.4%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한겨레] 신용불량자도 대주주 … 지분 70% 쥐고 전횡
●[중앙일보] 6년째 신용불량자, 어떻게 저축은행 회장님 됐나


"부동산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을 비롯해 지난해 퇴출된 저축은행들 모두 여지 없이 그 소유주들이 불법 행위가 드러나 더 충격을 주고 있죠. 이와 관련해 언론들은 한결 같이 금융당국의 규제ㆍ관리 부실과 저축은행의 잘못된 소유구조를 짚고 있습니다. 앞에 링크한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그들의 성공 비결입니다. 프레시안은 "저축은행이 지금처럼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PF 사업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의 확장은 중소 건설사와 시행사까지 대규모 사업에 뛰어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들 중소 건설ㆍ시행사는 "낮은 신용도 때문에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과 거래하기 어렵고, 자본시장에서 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도 불가능하기에 대출 이자율은 높지만 비교적 문턱이 낮은 저축은행에 손을 벌리" 게 된다는 것이죠.

정부에서도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해 저축은행의 대출 확대를 도와줍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부동산시장의 끊임없는 확대는 이들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이게 했죠. 저축은행들도 PF 대출에 앞다퉈 나서게 됩니다. 지난해 저축은행 퇴출과 관련해 열린 청문회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부동산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입 맞춰 말한 이유입니다. 조선일보 송희영은 이에 대해 "역대 금융감독원장들 중 누구도 책임지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죠.

그러나 하락하기 시작한 부동산시장과 함께 PF 대출은 대출은 준 쪽도, 대출을 받은 쪽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PF 사업은 시중 은행보다 높은 대출이자 때문에 빠르게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록 이익이 남는 구조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이시티 사업의 이자율은 연 17%였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자를 무는 것보다 적당한 뇌물로 빠르게 인ㆍ허가를 받는게 훨씬 수지에 맞는 일입니다. 정부 관료들과 사업자ㆍ저축은행의 결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하죠. 게다가 부실한 저축은행 관리 체계에 안개에 가려진 특수목적회사(SPC)들은 뇌물과 부정을 위한 비자금 조성을 쉽게 해줍니다. 부패와 사기, 부정한 결탁, 저축은행의 부실화가 하나의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 됩니다.

●[프레시안] 문 닫은 저축은행, '그들'은 웃는다


소나기는 지나갔는가?

이번 영업정지 조치로 20여 곳의 저축은행이 퇴출됐습니다(아직 절차가 남아있긴 합니다). 업계 1위의 회사까지 영업정지 됐으니 이제 큰 위험은 다 해결한 것일까요?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게 보이진 않습니다. 문제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갖고 있는 저축은행의 부실 PF채권이 6조원 규모나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국내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받아 침체하게 됩니다. 대규모 PF 사업들도 좌초하게 되고 이 곳에 투자했던 저축은행들도 위기에 처합니다. 캠코는 484개 사업장 7조3863억원어치의 부실 PF대출을 저축은행으로부터 장부가격의 70%에 인수합니다.

저축은행은 숨통을 틔게 됐죠. 그러나 이것은 한시적인 조치일 뿐입니다. 캠코가 5년동안 이 부실 채권을 팔아보고, 안 팔리면 저축은행이 다시 되사야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이 중 팔린 것은 1조5677억원으로 전체 부실 PF채권 규모의 21%에 불과합니다. 즉 여전히 부실 PF채권이 6조원가량 남아있고, 이것들이 내년까지 팔리지 않으면 저축은행들이 다시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내년까지 6조원의 부실 PF채권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3월 기준 전체 부동산 PF 부실채권 비율은 9.09%입니다. 이는 지난해 3월(18.09%)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말(8.14%)보다는 높은 수치죠.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그토록 애쓰는 데 이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한겨레에 의하면 PF 사업의 부실화로 새로운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답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4.7%로 일반은행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한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조선일보] 그래도 남은 PF 시한폭탄 6조
●[한겨레] 퇴로 막히고 출구 비좁고 … 남은 저축은행도 '불안'
●[서울신문] 가계대출 부실비율 5년만에 최고치


"저축은행 사태가 저축은행 울타리 안에서 끝나기만을 …"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사기 행각은 어이 없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한국사회의 허술함에 혀를 차게도 하죠. 그러나 이것을 꼭 한국 만의 후진국적 현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하이라이트는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사기(돌려막기의 방법으로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사기)가 장식했었죠. 메이도프의 사기극은 월스트리트 첨단 사기기법의 일례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월스트리트 사기극의 주범들은 그대로 등장합니다. 부동산과 가계대출의 확대, 금융 당국의 안이함 또는 결탁, 신용평가기관의 신용 남발(경향신문ㆍ링크), 금융기관의 부정ㆍ부패 ….

지난해 5월 조선일보 송희영이 "저축은행 사태가 저축은행 울타리 안에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적은 것은 이 때문이죠. 1년이 지나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은 일단락을 지은 듯도 싶습니다. 그러나 그 뿌리는 여전히 건재한 듯 보입니다.

노동자ㆍ서민의 고통도 그대로입니다. 예금을 맡긴 쪽도, 대출을 받은 쪽도 모두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당장의 생활비ㆍ학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벌어보려고 그들은 저축은행을 찾았습니다. '저축은행'을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학자금 대출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가 수없이 나오더군요. 솔로몬저축은행의 가장 큰 지점이 신촌에 있었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라면서도 그럴만 하다고 고개를 끄덕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이명박에게는 정말 운이 좋게도)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재빨리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융부문의 위기가 정부부문으로 전가돼 유럽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듯이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2008년 미국과 거의 비슷한 문제를 여전히 떠안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사태를 그저 몇몇 모리배들의 사기행각 만으로 바라봐선 안 될 이유입니다.

●[조선일보] 저축은행에서 나온 폭발물

30일 벨기에가 파업으로 멈춰섰다. 파업은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EU 특별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준비됐다. 벨기에 3대 노총이 공동으로 조직한 이번 파업으로 정부와 EU의 긴축정책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유럽 전역에서 높아지고 있다. [브뤼셀 로이터=뉴시스/중앙일보]


[연합뉴스] 벨기에 노동계 EU 정상회의 맞춰 총파업 단행(링크)

30일 벨기에가 파업의 물결에 휩쌓였습니다. 브뤼셀 EU 정상회의 기간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파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번 파업은 정부가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예산을 120억 유로 이상 감축, 각종 복지혜택을 줄이고 임금을 동결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벨기에 3대 노총이 10년 만에 공동으로 조직한 것이다."

파업의 영향이 상당한 듯 합니다. 우체국, 청소용역업체, 슈퍼마켓, 은행, 학교가 정상 운영되지 않고, 전차ㆍ버스ㆍ항공도 마비상태, 심지어 소방서 경찰서 병원까지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방송도 파행이고요. 벨기에에서는 지난해 12월에도 공공부문 노동자를 중심으로 연금개악에 맞서 파업이 진행됐었죠.

벨기에의 파업은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우선 지난해 그리스와 이탈리아와 같은 남부유럽을 파업으로 몸살 앓게 했던 정부의 재정위기와 그 대처로서의 긴축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보이던 자본주의 국가들인 서부유럽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는 겁니다.

재정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대한 금융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금융기업들의 부채를 정부가 떠안으면서 예고됐던 바죠. 한마디로 사고는 금융귀족이 쳐놓고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물게 하는 것이 현재의 긴축 정책입니다. 미국에서 '점령하라(Occupy)' 운동이 공감을 얻게 된 것도 금융기업의 후안무치한 행위-그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느라 정부와 메인스트리트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여전한 보너스 잔치 등-에 대한 광범위한 분노 때문이죠.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이번 EU 정상회의입니다. 그러나 회의의 결과는 회의적입니다. '신(新)재정협약' 최종안이 합의되고 유로안정화기구(ESM)을 1년 앞당겨 7월 출범시키기로 했지만 형식적이라는 평가입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0.5%로 끌어내리려는 신재정협약의 목표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하면 "헤라클레스나 해낼 불가능한 수준의 목표"입니다. "케인즈주의적인 경기부양책을 불법화 하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습니다.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EU 특별 정상회의도 '형식적 성과'에 그쳐(링크)

두번째로 현재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하지만 불균형하게) 성장하고 있듯이 현재의 파업과 '점령하라' '분노하라' 운동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한계를 넘어 세계적 지배체제에 직접 도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벨기에 노동자들이 EU 정상회의에 맞춰 총파업을 벌인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죠.

디폴트 위기에 처해있는 그리스에 강력한 긴축-노동자의 생활 수준의 급격한 하락-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른바 트로이카라고 불리는 국제적 기구-EU, ECB, IMF-입니다. 심지어 그리스 정부를 이끌고 있는 파파데모스 총리는 ECB의 부총재 출신이기도 합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제적 운동을 보다 의식적인 공동의 목표를 위한 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방식의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고요.

더구나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재정위기와 긴축이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진 않죠. 물론 외국의 사례에서 배울 바는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긴급해보이는 것은 민간 부문의 부동산시장입니다. 이미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건설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건설기업과 관련 금융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은 미국과 유럽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모습에서 그 구체적 모습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전망 하에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노동자와 서민이 피해를 받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중운동을 준비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닷새가 지났네요. 지난해 마지막 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 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했습니다. 미 국방수권법의 발효는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중동지역의 긴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인 것이죠. 한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빗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 법이 국제법 위에 올라섰다며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中외교부, 美 국방수권법에 반대 표명' 연합뉴스ㆍ링크).

이 법이 이란과의 적대적 갈등만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수권법은 '법 절차 없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미국 시민'에 대해 공판 없이 무기한 구금(indefinite detenition without trial)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9ㆍ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애국법(Patriot Act)를 떠올리게 합니다. 애국법이 대외적으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위한 법이자, 대내적으로는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었듯이 말입니다
('부시 향해 질주하는 오바마, 인권의 적은 누구인가?' 참세상ㆍ링크).

미국-이란의 갈등과 별개로 국방수권법은 미국 내에서 지난 한해 크게 성장한 점령하라 운동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오미 울프는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 세계에서 시위에 대한 대처는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국가와 기업들은 민주주의의 허울을 유지하면서 반대의 의견을 짓누르는 최선의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울프는 그들이 배운 '방법'의 대표로 미국의 국방수권법을 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 경찰이 SNS 계정과 스마트폰 감시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영국 군대가 런던에 대규모 SAS 주둔지를 건설하는 것, 이스라엘 정부가 취재활동 제한ㆍ좌파 단체에 대한 기부 금지를 포함하는 법안을 밀어붙인 것을 들고 있습니다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 자본 대충돌' 프레시안ㆍ링크).

하지만 울프는 "전 세계 시위에 대한 이러한 조직화된 대응은 …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점점 더 교묘한 방법을 찾겠지만 지방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에 맞서 벌어졌던 중국 우칸촌 주민 시위의 승리에서 보여지 듯이 가장 강력한 억압기구를 갖춘 정부도 단결한 인민에게 승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울프는 SNS와 신기술이 효과적인 저항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하 OWS)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글에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live video streaming)가 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SNS는 더 선명하고, 잘 조직된 시위을 가능케 했다. 또 진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자본 대충돌', 나오미 울프, 프레시안

"주류 언론이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를 이용해 우리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법을 튀니지, 이집트, 이란에서의 지도자 없는 저항 운동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우리는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데 있어 중앙집권화, 기업의 투자를 받는 주류 언론으로부터 더더욱 무관한 급진적으로 민주화된 세계적 운동의 한 부분입니다. 정보의 신속한 교환은 우리가 신속하게 공동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세계 곳곳에서의 보고와 제안을 토론할 수 있게 하며, 효과적인 직접행동의 동원, 경찰 폭력의 기록을 가능케 했습니다. 우리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외칠 때 이것은 더이상 말뿐인 위협이 아니게 됐습니다."
- '2011: 반란의 해', OWS

정부와 기업의 강해지는 탄압에도 2012년이 지난해 못지 않은 반란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단지 SNS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닙니다. 튀니지의 청년 부아지지가 가난과 실업의 고통에 항거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였듯이, 위스콘신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주 정부의 노동권 공격에 맞서 주 청사를 점거했듯이, 스페인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실업과 빈곤에 맞서 광장을 점거했듯이 2011년의 투쟁은 2008년 이후 헤어나오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99%의 절박한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정부의 재정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기업들을 살려내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그러함에도 기업들은 바로 자신들에게 수혈된 그 돈 때문에 정부가 위기에 처했음은 깨끗이 잊은 체 노동자의 고통만을 강요하는 긴축과 노동권 축소를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벗어날 전망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3일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이 집행되지 않으면 유로화를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로존에 머물기 위해서는 추가 긴축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죠. 헝가리에서는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저항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새해 두번째 날부터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10만 명의 시민이 모여 집권 피데스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해부터 마트ㆍ음식점ㆍ술집이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24시간 영업할 수 있게끔 규제를 풀었습니다. 이에 상인연합회와 상인노동조합은 "영업시간 규제를 풀면 상당수 영세상인들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죠
('그리스, 유로존 탈퇴 첫 공식 언급 … 유로존 붕괴설 재점화' 프레시안ㆍ링크).

한국에서도 지난 한 해 예전과 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었죠. 홍익대 청소ㆍ경비노동자 투쟁서부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까지, 예전과 달리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가 확대됐습니다. 세계적인 저항이 한국으로 번질까 겁났던 것일까요.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무늬만 버핏세'라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율구조 또한 기형적으로 만들어 통과되자 마자 재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편된다 한들 제대로 된 '부자증세'가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버핏세와 반대로 부자를 위한 정책에는 팔걷고 나서고 있습니다. 12월 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은 그 이름과는 달리 서민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부자들의 주택 투기를 권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 계급전쟁'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시장 대책에도 불구하고 침체한 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저축은행의 위기, 부패ㆍ비리 스캔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저축은행 사태, 저축은행 만으로 끝날까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지난해 내내 금융 당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저축은행 사태는 여전히 진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정지 된 16개의 저축은행에 이어 다음 달 추가적인 영업정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저축은행 5곳, 내달 건전성 평가 앞두고 긴장' 경향신문ㆍ링크). 정부의 바람대로 저축은행 만으로 이 불을 끌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위기와 긴축을 둘러싼 세계적 차원의 갈등에서 한국도 그리 예외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물론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고, 반MB 정서("이 모든게 이명박 때문이다")가 압도적인데다가, 경제 상황이 여타 위기에 처한 나라들보다는 그럭저럭 낫기 때문에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이 동일한 형태로 터져나오진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돌아가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블로그에 직접 올린 마지막 글에서 호소했듯이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가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의 형태를 조형하는 틀이 될 것입니다
('2012년을 점령하라' 김근태ㆍ링크).

그렇지만 저는 2012년의 전투가 두 번의 선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2002년의 환호가 절망의 비명으로 바뀌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듯, 미국의 오바마가 부시의 애국법과 다르지 않은 국방수권법을 만들었듯이 두 선거를 통해 만들어질 정부가 현재의 위기와 갈등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국의 작가 레베카 솔니트가 부아지지에게 쓴 편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운동은 태동하기까지 3년이 지연됐습니다. … 미국 경제는 3년 전에 붕괴됐고, 당시에도 몇몇 분노한 이들이 있었지만 실제 반응은 미뤄졌거나 다른 방식으로 유인되었습니다. 당시 분노는 사실 우리를 위해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대선 후보에 집중하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운동이었고, 희망에 가득 찬 운동이었습니다. 그 운동은 자신들의 후보[오바마]를 백악관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떠나버렸습니다. 운동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저는 이 운동이 정치가와 선거에 대한 환멸을 느낀 다음 망가져 버린 제도의 힘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한 청년의 분신이 전 세계 99%를 일깨웠다', 레베카 솔니트, 프레시안

OWS는 "부자와 가난한 이 사이의 커지는 불평등, 극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정부 정책, 근본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점령하라' 운동의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OWS는 추위와 경찰의 폭력에 그 위세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2012년을 또다른 반란의 해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진보/보수, 민주/공화의 이분법이 99%와 1%의 대결이라는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실제 사회적 갈등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기 위해 대통령 후보자들의 사무실을 점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2011: 반란의 해' OWSㆍ링크).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한국이라고 다를바 없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둘러싼 투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2011년의 '점령하라'는 한진중공업 크레인 85호와 희망버스였듯이 올해의 '점령하라'는 쌍용자동차 희망텐트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새해를 해고통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2월 31일 밤, 60대 비정규직 해고 날벼락' 프레시안ㆍ링크).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급여만 높이는 것은 시혜적 정책이다. 보수는 이것만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쟁의 관련 정책을 바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며 연대할 수 있게 만들면, 노동의 교섭력이 높아져서 제도를 바꿀 힘이 된다. 이런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진보다"라고 말합니다('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넘어선 근로빈곤의 해결' 한겨레ㆍ링크). 약자에게 시혜를 배푸는게 아니라 그들과 연대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보라는 걸 진보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단결과 연대가 더 큰 희망으로 자라는 한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경제위기가 시작된지 2년이 넘었지만 그 여파는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제위기 관련 책도 꾸준히 나오는 편이죠. 오늘 소개하는 '눈먼 자들의 경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면에서 월가의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제목으로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고 되어 있고,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두 편의 글을 실었지만 이 책은 2008년 경제위기에 대한 경제'학'적인 분석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월가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행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2008년 금융위기의 절정을 장식했던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에 관한 글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티글리츠를 제외한) 이 책의 저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위기의 주역이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라는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버나드 메이도프에 관한 4부는 그의 사기행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메이도프 자신, 그의 두 아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를 추적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메이도프 뿐 아니라 너무나 어이없는 사기 행각들 때문에, "이것이 금융의 최첨단을 달리는 월가에서 정말 일어난 일인가?"라는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3부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추적하는 앨런 스탠포드와 마크 드레이어의 행각은 싸구려 사기꾼과 다를바 없어 보입니다. 그러한 사기꾼들이 활개칠 수 있었던 월가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기업의 부패가 꼭 이번 금융위기에서만 문제된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사례로 엔론의 분식회계가 있었죠.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에도 기업과 시장의 부패는 여럿 있었고 최근에는 저축은행 사태가 이러한 부정부패의 대표 사례죠.

※은행이 아닌 곳을 정부가 나서서 '저축은행'이라는 이름, 즉 대중이 '은행'으로 착각할 수 있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점에서 결국 이러한 부패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700여 쪽의 두꺼운 이 책을 '심심할 때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추천하는 것은 이 책이 골치 아픈 '시스템'보다는 흥미로운 '사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이 것은 이 책의 대표적인 단점이자 장점입니다. 굳이 각 잡고 앉아서 밑줄 쳐가면서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죠. 그렇지만 간혹 보여지는 저널리즘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구절은 인용해 써먹기 좋은 자료일 것 같습니다.

11월 22일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가 진압군이 발사한 최루탄을 들어 던지고 있다. [the Atlantic/Reuters/Amr Abdallah Dalsh]

오늘(28일) 이집트에서는 무바라크 독재가 종식된 후 첫 선거가 열립니다. 하원 498명, 상원 390명의 의원을 뽑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될 기나긴 선거의 시작입니다. 민주주의의 쟁취를 기뻐하고 그 권리를 향유해야 할 이집트 인민에게 오늘의 선거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군부독재의 종료와 민주적 정권 이양을 요구하며 18일 시작된 저항이 열흘 넘게 이어지며 40여 명의 사망자 등 수 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기 때문이죠.

최고군사위원회(SCAF)가 장악한 정권은 민주적 권리 확대에 있어서 불철저할 뿐 아니라 되레 무바라크 독재 종식을 위해 거리로 나섰던 청년과 노동자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해 민주세력을 탄압했죠. 엠네스티에 의하면 1만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군사법정에서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중 적어도 13명은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필립 루더 엠네스티 중동ㆍ북아프리카 실행감독은 무바라크의 억압적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최고군사위원회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평화적 저항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수천명의 시민을 군사재판에 회부함으로써 평화적 저항을 분쇄하고 무바라크 비상법의 영향(소관)을 확대해왔다. 최고군사위원회는 1월 25일 시위대가 끝장내기 위해 싸워왔던 억압적인 지배를 계속하고 있다." - 필립 루더 엠네스티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 실행감독
● [엠네스티] 이집트: 군부독재가 1월 25일 저항의 희망을 깨뜨리다(링크)

"사회 긴장이 고조되자 정부는 깡패와 군사 법원을 동원해 시위 참가자와 파업 노동자 들을 공격했다. 노동자들은 법원의 사유화 철회 결정을 환영하며 사유화된 기업들의 재국유화를 바랐지만, 정부는 이 염원을 철저히 무시했다. 또, 정부는 옛 무바라크 정당 인사들의 선거 참가 금지를 명한 법원 결정을 무시했다. 현 이집트 정부는 자신이 무바라크 정권과 연속선상에 있음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 11월 20일 이집트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성명서
● [레프트21] "군사독재 물러나라, 무바라크 통치 종식하라!"(링크)

이집트 인민의 불만은 지난 몇 개월간 차곡차곡 쌓여왔습니다. 민주주의적 권리는 확대되지 못했으며 경제적 상황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부정당했습니다. 10월 9일에는 군부가 콥트교도를 공격해 28명이 학살당하기도 했죠.

내년 3월까지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선거계획도 군부정권의 민주화 이행 의지에 대한 의심을 부추겼습니다. 오늘(28일) 열리는 하원선거도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하는 게 아닙니다. 28일, 29일 이틀에 걸친 첫 선거는 9개 주 240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6번의 선거를 치뤄야 1단계가 끝나죠. 군부는 대통령 선거 등 정권의 민간이양에 관한 정확한 일정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기도 하죠.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11월 초 발표한 군부의 '신(新)헌법 기본원칙'입니다. 그들이 제시한 기본원칙은 민간정부가 군부를 통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죠.

● [뉴시스] 이집트, 혼란 속에 하원 선거 실시(링크)
이집트 인민은 왜 다시 거리로 나섰나?(링크)


11월 20일 부상당한 시위대 한 명이 타흐리르 광장 인근 병원에서 진압군에 의해 사용된 탄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boston.com/Reuters/Amr Abdallah Dalsh]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 진압을 위해 사용된 최루탄. 'Made in U.S.A.'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the Atlantic/AP]

이집트 인민은 군부의 잔혹한 시위진압으로 더 큰 분노에 휩쌓이고 있습니다. 특히 진압군이 사용하는 고무총탄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죠. 시위대에 의하면 훈련된 저격수가 시위 참가자의 '눈'을 목표로 저격한다고 합니다.

아흐메드 하라라는 1월 29일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한쪽 눈을 실명했습니다. 그는 그날의 싸움을 기억하기 위해 실명한 눈을 가린 안대에 그 날짜를 적어놨었죠. 하라라는 11월 20일 다시 시위에서 다른 쪽 눈도 잃었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쯤 타흐리르 광장에 나갔는데 7~10m 거리에서 진압군이 쏜 고무탄환에 눈을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집트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사메 나기브에 의하면 '11월 20일'이 적힌 새로운 안대를 한 하라라는 여전히 시위대와 함께 저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잔혹한 진압군 저격수는 시위대에게 '아이 헌터(eye hunter)'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물론 군부는 고무총탄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최고군사위원회가 임명한 만수르 알에사위 내무장관은 "진압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은 물론 고무탄ㆍ새총 등을 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려면 손발이라도 맞아야죠. 히샴 시하 보건부 대변인은 "지난주 시위사태에서 실탄ㆍ고무탄ㆍ새총에 의해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3250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죠.

● [레프트21] 정권에 맞선 이집트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다(링크)
● [조선일보] 이집트 시위대 "아이 헌터 처형하라"(링크)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은 11월 25일 뉴욕 이집트 영사관을 방문해 군부정권의 폭력적 시위 진압에 항의했다. 이들은 미국산 최루탄이 이집트 군부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며 12월 1일에는 펜실배니아 제임스타운의 군수공장으로 항의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occupywallst.org]

이집트 군부의 폭력적 진압에 항의하는 국제적인 연대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는 미국이 만든 최루가스와 무기가 이집트 인민에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 무기의 생산과 수출을 중단시켜달라며 연대를 호소했었습니다. 군부독재를 대변하는 이집트 대사관과 이집트 군사정권과 거래를 하는 자국 정부에게 항의해달라고도 요청했죠.

이에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Occupy Wall Street) 참가자 수백명은 11월 25일 뉴욕의 이집트 영사관으로 항의행진을 진행했습니다. 12월 1일에는 이집트 군부독재 정권에 최루가스를 공급하는 펜실배니아 제임스타운의 공장으로 항의 행진을 할 계획입니다.

이집트 인민에 대한 연대의 행동은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시민ㆍ사회단체 회원 50여 명은 11월 25일 이집트 대사관 앞에 모여 군부정권의 폭력적 시위진압에 항의했습니다.

● [occupywallst.org] 이집트 인민의 연대 요청에 답하다(링크)


오늘 시작된 이집트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군부가 될 듯 합니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온 무슬림형제단은 자칫 자신들이 '다수파'가 될 이번 총선이 무산될까 전전긍긍하며 18일 시작된 저항에 불참하고 있죠. 그들의 이러한 착각은 정권을 민간정부가 가져온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군부의 손을 들어줄 뿐입니다. 이는 제국주의에 대한 급진적 저항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어온 이들이 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향한 대중의 행동에 얼마나 큰 해악을 미치는지 입증해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종교적 반제국주의가 아닌 세속적 대안정치세력의 성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집트는 앞으로 더 큰 변화의 혼란에 휩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혼란은 때론 이란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퇴행적 정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세속적 대안정치의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이번 이집트 혁명이 단순히 법적인 '민주주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겁니다. 아랍의 봄이 시작된 것은 튀니지에서 노점단속을 당한 한 청년의 분신 때문이었습니다. 이집트 또한 최근 고통스러운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무바라크 정권의 공기업 사유화 정책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행동이 성장하면서 이번 혁명의 배경을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가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수의 참여로 만들어질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아랍봉쇄에 협조한 댓가로 이집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경제원조의 댓가는 결코 국민경제 전체를 살찌운 것이 아니었다. 예시적으로 사회주의적 민족주의노선의 낫세르하인 1960년~7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배 증가했으나 이후 사다트, 무바라크를 잇는 70년~2000년 1인당 국민소득은 거의 제로상태라고 한다. 이어 1991년이후 지금껏 314여개 국영기업 중 150개를 사유화(다수를 서방에 팔아먹은) 할 정도로 일방적인 신자유주의를 펴면서 경제가 파탄지경이다. 특히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후 세계경제 불황속에서 미국의 양적완화정책, 저금리기조는 전세계적으로 제삼세계 국가들에 물가압력(인플레이션)으로 전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요의 폭증에다 국제투기세력에 의한 곡물 및 석유 투기까지 겹치면서, 이집트에서도 빈곤과 물가상승, 실업난등 생활고가 극심해졌다. 현재 이집트 시위는 이런 정치경제적 맥락하에서 발발했다.
현재의 시위는 ①애초에 두 명의 빈민노점상의 분신항의에서 촉발했듯이 사회경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 ②그러면서 국영기업을 주축으로 한 '국가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한 이 나라에서는 정치엘리트=경제엘리트(소위 state business elite)인지라, 무바라크등 소수 정치엘리트에 대한 공격과 경제적인 요구의 양자가 구분되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예를 들어 이 국가는 군부가 방산업체 대부분을 경영하는 식이다). 토니 블레어, 오바마등이 그래서 이집트사태 해결에 '경제개혁'이 중요한 과제라고 이미 말했었다." - 권영숙, 1월 31일
이집트 시위의 성격과 전망(링크)

이집트 인민의 봉기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뉴욕의 점령하라 운동이 월스트리트에 맞서 싸우는 것, 유럽의 분노하라 시위대가 정부와 탐욕적 자본에 맞서 싸우는 것, 이집트의 인민이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것 모두 99% 인민의 삶을 파괴하고 소수 1%의 이익만 늘려주는 이 체제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혁명이 귀환하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무능력하고 자신감 없는 급진적 정치세력의 외소한 모습이 너무나 아쉬운 때입니다.

이집트 인민에게 승리의 영광이 있기를 바랍니다.


11월 22일 타흐리르 광장 인근의 시위대. [the Atlantic/AFP/Getty Images/Mahmud Hams]

※ 아래 링크에서 더 많은 이집트 저항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간혹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인한 잔인한 사진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the Atlantic] 이집트의 끝나지 않은 혁명(링크)
● [boston.com] 이집트, 새로운 저항이 폭발하다(링크)

시장 선거다 뭐다 국내 정치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중에 회사 일도 바빠 한동안 못갔었죠. 오랜만에 OccupyWallst.org에 들어갔더니 무척 멋진 포스터가 올라와있더군요.



Occupy Oakland는 10월 26일 총회에서 11월 2일 총파업을 호소할 것을 결정하고 행동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총파업 호소 결의안 투표에는 1607명이 참여해 1484명이 찬성, 77명이 기권, 46명이 반대에 표를 던졌습니다. 오클랜드시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많은 수가 이 투표에 참여하진 않았죠. 보통 노동조합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 투표율 자체가 찬성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고려하면 무척 높은 찬성률입니다. 그만큼 점령하라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오클랜드 시민의 결의가 대단하다는 거겠죠. 오클랜드의 점령자들은 1%의 탐욕을 중단시키고 오클랜드시를 해방시키겠다는 용기로 가득한 듯 보입니다.

특히 이 소식을 전하는 글의 마지막 문구가 멋집니다.

"The whole world is watching Oakland. Let’s show them what is possible."
"전 세계가 오클랜드를 보고 있다. 그들에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자."(링크)

우리의 시야가 잠시 멀어져있던 순간에도 미국의 점령하라 운동은 급진적 전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OccupyWallst.org 홈페이지 오른편에는 크게 "the only solution is World Revolutio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없었던 거죠.

정말 유일하게 가능한 해결책은 'Revolution'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소리 없는 죽음이던가요. 오늘 레디앙에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현재의 그리스 위기까지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를 추적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골드만삭스와 IMFㆍ유럽은행 등이 1% 부자의 탐욕으로 일어난 경제위기의 고통을 그리스의 평범한 인민에게 전가하는 과정을 읽다보면 울분이 솟습니다. 글을 읽던 중 문득 더 읽어내려가지 못하고 멈춰야만 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강력한 긴축정책이 추진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율과 범죄율을 폭증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캠브리지 대학 사회학과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랜스와 스페인 그리고 그리스 등지에서 자살율이 지난 몇 년 동안 폭증했고, 그 가운데 그리스의 경우는 올해 들어 16%나 증가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파블로스 티마스 교수는 “사람들이 매우 극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자살을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 와중에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국은 어떤 모습으로 오고 있나? 신희영, 레디앙

우리에게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닙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의 모습, 지금까지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지금 그리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만은 아니죠. 전 세계적으로 부자들의 탐욕과 실수로 인한 책임을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하려는 1%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는 99%의 행동은 아직은 미약해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타오른 작은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고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내는 것은 그들이 처한 문제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0월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Occupy Seoul 집회에는 한국인 뿐 아니라 미국, 독일, 스페인에서 온 젊은이도 참가했다.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다고 한다. 10월 15일 대한문 앞 Occupy 집회에 참석해 알게 된 후 22일에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사진=自由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