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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의 2011년과 2013년.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쫓아낸 지 2년 만에 다시 광장으로 돌아온 이집트 인민들. 다시 출발한 이들이 도착할 곳은 어디일까. [사진 ROARMAG.org 페이스북]

6월 30일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 이집트의 주요 도시 거리에 수 백만 명이 쏟아져나왔다. 이들은 이미 2011년 독재자 무바라크를 쫓아낸 경험이 있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떠난 자리에 오른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은 종교의 탈을 쓴 또 다른 독재자였을 뿐이다. 이집트의 동지들은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물론 일시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다시 일어섰다. 이 점이 중요하다. 애초 2011년 이후 미국의 점령하라 운동, 스페인의 분노하라 운동, 2012년 터키와 브라질 반란에 영감을 전해줬던 이집트 동지들이 다시 터키와 브라질 반란으로부터 고무받아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다시 시작된 이집트의 운동은 전과는 다를 것이다. 전에 멈춘 곳에서 출발하게 된 운동은 그 결과가 인민의 승리든 패배든 더 격렬하게 지배자들과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30일 시위 전날인 29일 로어매그(ROARMAG.org)에 실린 이집트 활동가들의 편지는 그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스로를 '카이로의 동지들'이라고 칭한 이들은 단지 "권리나 시민권 개혁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합법성에 대한 강조"가 체제의 진정한 핵심을 가리고 있다는 이들의 주장은 이번 행동이 보다 근본적인 것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들 스스로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목표가 거리로 나온 시위대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어제의 시위는 이들의 주장이 허언 만은 아닐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이집트 활동가들의 공개 편지를 아래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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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가스 속 탁심과 리우의 동지들에게
Roarmag.org 6월 29일ㆍ링크

우리와 함께 투쟁하는 당신에게,

우리에게 6월 30일은 2011년 1월 25일과 28일 시작된 반란의 새로운 단계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경제적 착취와 경찰 폭력, 고문과 살해의 더 심한 판본일 뿐인 무슬림형제단의 통치에 맞서 일어선다.

'민주주의'의 도입에 관해 말하자면 그것은 적절한 생계수단과 존엄의 [향상을 나타내는] 어떤 지표를 지닌 괜찮은 삶을 누릴 가능성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다. 선거 과정에서의 합법성에 대한 강조는 이집트에서 우리가 투쟁을 계속해야 만 하는 이유, 즉 얼굴만 바뀌었을 뿐 탄압과 긴축, 경찰 폭력의 원리는 그대로인 억압적 체제의 영구화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든다. 정권은 여전히 공중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고 고위직은 개인의 권력과 부를 획득할 기회로만 이해된다.

6월 30일 다시 시작될 혁명의 외침은 이거다: "인민은 체제의 폐지를 원한다". 우리는 비겁한 권위주의나 무슬림형제단의 식민주의적 자본주의, 여전히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 삶의 목을 죄는 군부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무바라크 시대의 구체제로 돌아가지 않는 미래를 찾고 있다. 6월 30일 거리로 쏟아져나올 시위대 구성원들은 아직 이 요구로 하나가 되진 않았지만, 피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우리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 [활동가] 네트워크는 여전히 약하지만 최근의 봉기, 특히 터키와 브라질의 봉기로부터 희망과 영감을 받고 있다. 그것들은 각자 다른 정치적ㆍ경제적 현실에서 비롯했지만 우리 모두는 인민에게 도움이 될 것은 생각도 안하는 체제를 영구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최상층의 지배를 받아왔다. 우리는 2003년 브라질 바히아의 무상교통운동의 수평적 조직과 터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민중의회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은 지역화된 신자유주의 원리가 인민의 삶을 짓밟는 과정에 오직 종교적 허식만을 추가했을 뿐이다. 민간 부분을 공격적으로 성장시킨 터키의 전략은 반대자들과 진보적 계획에 대한 시도를 억압하는 주요 무기로서 경찰의 폭력적 지배와 같은 원리의 권위주의적 지배로 변화했다. 브라질에서 혁명적 전통에 뿌리를 둔 정부는 그들의 과거가 인민과 자연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지배에 협력하는 자신을 가리는 가면일 뿐임을 입증했다.

최근의 이러한 투쟁들은 보다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쿠르드족과 라틴 아메리카 토착민 투쟁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10여 년간 터키와 브라질 정부는 생존을 위한 이 운동을 진압하려고 시도해왔지만 실패했다. 정부 탄압에 맞선 그들의 저항은 터키와 브라질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저항 물결의 선구자다. 우리는 각자의 투쟁이 중대함을 인식하는 것의 절실함을 알고, 새로운 공간과 주민, 공동체로 확산되는 반란의 양식을 찾아냈다.

우리의 투쟁은 국가들로 구성된 세계 체제에 맞설 수 있는 잠재력을 공유하고 있다. 무바라크와 군부, 무슬림형제단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집트에서는 위세를 떨치고 있는 위기 때 국가가 권력을 사용해 저들의 부와 특혜를 보호하고 확산하기 위해 [인민의] 재산을 빼앗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투쟁하는 우리는 고립돼 있지 않다. 우리는 바레인, 브라질, 보스니아, 칠레, 팔레스타인, 시리아, 터키, 쿠르디스탄, 튀니지, 수단, 사하라 서부 지역과 이집트에서 공통의 적에 맞서고 있다. 이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모든 곳에서 그들은 우리를 폭력배, 파괴자, 약탈자,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 우리는 경제적 착취, 적나라한 경찰 폭력, 부조리한 법질서에 이상의 것에 맞서 싸우고 있다. 권리나 시민권 개혁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우리는 지역 지배자들이 우리의 삶을 착취할 수 있게 하거나 세계적 권력이 우리 매일의 삶에 대한 통치권을 유지시킬 수 있게 하는 중앙집권적 억압기구로서 국가에 반대한다. 총탄과 방송, 그리고 그 둘 사이의 모든 것이 동시에 작동한다. 우리는 우리의 다양한 투쟁을 [억지로] 통일하려 하거나 동일시 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투쟁들의 배경에는 우리가 싸우고 해체해 쓰러뜨리려 하는 지배와 권력의 동일한 구조가 있다. 함께하면 우리의 투쟁은 더 강해질 것이다.

우리는 체제를 쓰러뜨리길 바란다.

카이로의 동지가.

※ 위 편지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제가 임의로 옮긴 것임으로 인용하거나 퍼가시려면 꼭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잘못 옮겼거나 틀리게 이해한 데 대한 지적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3개월. 실망하기에 이른 시간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 인민도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에 나서고 있다. 9월 30일 프랑스 좌파전선의 긴축정책 항의 시위. [페이스북]

9월 25일 스페인 시민 6000명이 의회봉쇄를 시도했을 때 사태가 이토록 커지리라고는 예상 못했었습니다.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맞서 경찰은 상상 이상의 폭력을 휘둘렀고 많은 이들이 다쳤습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평온하던 스페인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하나의 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미 지난해부터 분노한 사람들(인디그나도스 los indignados)의 항의가 나라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광부들이 영웅적인 투쟁으로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마드리드에 입성했었죠.


벼랑 끝에 선 마드리드: S25→S29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에서의 저항과 경찰 폭력을 담은 다큐멘터리. [globaluprising.org]

29일까지 이어진 항의 시위는 스페인을 넘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의 나라에까지 확산됐습니다. 이토록 손쉽게 저항이 유럽 전역을 흔들며 세계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인민이 겪고 있는 문제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긴축'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 나라의 정부들은 자국의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죠. 이는 결국 정부재정의 부실로 이어졌습니다. '복지' 때문에 정부재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죠. 정부부채 규모가 2007년을 전후해서 급등했다는 게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합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heesang님은 지난해 블로그에 적은 짧은 글에서 이를 지적했었죠.

"지금 (내 생각에는) 극복되고 있는 이 위기는 채권자들의 위기이다. 이 위기를 넘어서면 시민들의 위기가 시작된다. 미국 정치인들은 재정지출은 줄이되 세금은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는 연대세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부유세를 신설했는데, 그런 점에서 유럽의 사정은 더 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감세와 민영화와 정부지출 축소는 여전히 신자유주의의 전위이고, 긴축의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 계급의 몫일 것이다. 자본이 낳은 위기를 국가가 떠안았으며, 다시 이제 자본은 이를 본격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떠넘기려한다. 그런 점에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민의 투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긴축의 시대와 채권자의 승리ㆍ링크)

민간 부문의 부실을 떠안은 정부는 대규모 긴축으로 손실을 만회하려 하고 있죠. 유럽에서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는 구제금융 무기로 각 나라에 긴축정책을 강요하고 있죠. 그리스에서 저 세 개의 기구가 트로이카로 불리며 분노의 촛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불안하게도 이러한 구도는 외국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며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좌파 운동의 강력한 성장이 이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노골적인 개입도 주저하지 않았던 트로이카의 협박에도 그리스 인민은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몇 차례 반복된 총선에서도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지지는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긴축에 맞선 투쟁이 분출했을 때 그리스에서도 어김없이 저항이 폭발했습니다.

그리스 인민은 9월 26일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섰습니다. 전력 노동자들은 투쟁을 더 강력하게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48시간 파업 반복을 선언했습니다. 재무부 노동자는 이틀 더 파업을 벌였죠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선 노동자들ㆍ레프트21). 10월 4일 조선소 노동자는 국방부로 쳐들어갔고 농부 수백 명은 트렉터로 공항 봉쇄를 시도했습니다. 이들 모두의 요구는 긴축정책의 중단이었습니다(스페인 수십만 긴축 반대ㆍ참세상).

지난달 말 투쟁을 앞장섰던 스페인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6일에도 시위를 벌였습니다. 분노한 인민의 항의에도 스페인 정부는 9월 27일 390억 유로 규모의 긴축을 결정하는 등 노동자 계급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스페인 노동조합 연맹들은 11월 14일 파업을 준비하고 있죠
(스페인 수십만 긴축 반대ㆍ참세상).

유럽 뿐 아니라 남미와 북미에서 저항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퀘벡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리 이후에도 무상교육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칠레에서도 무상교육을 위한 학생들의 투쟁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점화된 칠레 학생시위 "교육은 권리다"ㆍ참세상). 올 초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미국의 오큐파이 운동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InterOccpy.net을 만들어 세계적 운동을 연결하고 협력하며 조직하는 것(Connect, Collaborate, Organize)을 모토로 다양한 연대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가들이 10월 13일 전 세계 공동 냄비시위, 매월 22일 공동행동 등을 제안하고 준비하고 있죠(OccupyWallst.org, interoccupy.net).

더해가는 경제 위기, 정확히는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지배자들의 태도가 더 노골적으로 되면서 이에 맞선 저항도 더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와 정치적 상황 모두에서 다른 나라들과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우리도 결국 저들과 다르지 않은 문제를 겪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복지 지출 비중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복지시대 역주행ㆍ한겨레). 워낙에 부족한 복지이기에 실상 그리 큰 영향이 없어 보이죠.

기업들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게 문제입니다.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부문별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의 칼바람 조짐도 있습니다. 가장 불안한 곳은 건설업계죠. 정말 거의 마지막 한올까지 끊어버린 듯한 부동산 규제에도 주택시장은 요지부동입니다. 문제는 상업시설과 사무실입니다. 과잉공급으로 서울시내 중심가의 최신 건물에도 빈 사무실을 곧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용산 재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으니 예외로 치더라도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와 종로1가 등 대규모 개발지들이 기대 만큼의 수익을 만들어낼 지는 의문입니다.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을 겁니다. 2008년 촛불시위와 같은 갑작스러운 저항이 터져나올 수도 있죠. 지난해 희망버스의 놀라운 성공처럼 말입니다. 이에 대비할 때 만이 좌파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시대를 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참고한 기사와 글
[참세상] 스페인 56개 도시 수십만 긴축 반대
[참세상] 다시 점화된 칠레 학생시위 "교육은 권리다"
[레프트21]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선 그리스 노동자들
[한겨레] 복지시대 역주행 … 내년 예산안 복지비중 첫 감소
[SocialandMaterial.net] 긴축의 시대와 채권자의 승리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피켓팅, 과거와 현재 [CTU 페이스북]

9월 10일 시카고 시내에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교사들의 물결로 가득 찼습니다. 학생 성적과 연동한 교원평가제 도입, 고용안정 후퇴, 수업일수 연장 등 교육에 기업원리를 도입하려는 개혁에 반대해 2만5000명의 교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것입니다. 25년 만의 일이죠. 시카고교원노조 CTU(the Chicago Teachers Union)의 이번 파업은 현지시간으로 12일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원평가제를 둘러싼 협상에 진척이 없어 파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이번 파업은 미국의 대선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원노조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 CTU가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미국 민주당입니다. 교원평가제 도입과 교육의 기업화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오바마의 남자'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죠. 바로 그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이런 교육정책을 공화당이 굳이 반대할리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한나라당이 한미FTA 추진을 칭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교원노조가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ABC뉴스는 롬니의 런닝메이트인 폴 라이언이 "이매뉴얼 … 시장의 오늘 입장은 옳았다"며 "교육개혁은 초당파적 이슈"라고 이매뉴얼 시장을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단지 시카고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같은 교육정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시카고 교육감인 아른 던컨은 오바마 정권의 교육부 장관으로 현재 시카고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과 같은 정책을 미국 전역에서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워싱톤포스트'는 "교원평가제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교육개혁 프로그램 중 하나로 보스톤ㆍ클리블랜드ㆍ로스앤젤레스 등 다른 대도시 지역에서도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고 지적했죠.

민주당과 공화당, 주요 언론들이 교사들의 파업을 비난하고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네요. 같은 미국 언론을 받아써서일까요 중앙일보는 물론이고 한겨레에서도 "이날 파업으로 거의 40만 명에 이르는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자 맞벌이 부부들은 곤욕을 치렀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파업이 시작되면 누군가 불편을 겪겠죠.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교사들 '만'의 파업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좋은 교육은 아이들을 시험하고, 교사를 모욕하고, 학교를 닫는 전략으로 만들지 못한다" CTU를 지지하는 부모들 [OWS 홈페이지]

'오큐파이 시카고 트리뷴'에 의하면 이번 파업은 교육 민영화에 반대해온 지난 몇 년간의 지역 공동체 활동의 일부입니다. 공식적인 노조지도부로부터 독립적인 평교사 모임 CORE(Cacus of Rank-and File Educators)가 2010년 노조 내 선거에서 CTU의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데는 지역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디에트 고등학교 학생들은 다른 16개 주 학생들을 따라 학교 내 인종차별적 대우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청원을 교육부에 제출했고, 오는 20일에는 워싱톤을 향해 '프리돔 라이더(1960년대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진행된 운동.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버스를 타고 남부로 모여들었고 이들을 '프리돔 라이더'라고 불렀습니다.)'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사회정의 고등학교(2001년 지역 빈민공동체의 파업과 투쟁으로 2005년 론데일의 리틀 빌리지에 개교한 학교)' 학생들은 학교의 해체(아마 '폐교'를 뜻하는 듯)를 막기 위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즉 CORE와 CTU는 "더 나은 공교육을 위해 투쟁하는 지역 공동체 그룹의 일원"일 뿐입니다.

쟁점이 되는 교원평가제를 시카고의 사회적 상황에 놓고 보면 이러한 정책이 의미하는 바가 뚜렷해집니다. 시카고 학생 40만 명 중 80%가 빈곤층입니다. 가난 때문에 시카고 고등학생 중 60% 만이 학업을 마칠 수 있습니다. 미국 평균 졸업률은 75%이죠. 부모의 실업과 가난, 공교육에 대한 지원의 축소와 같은 것은 개선할 생각 없이 학생의 성적에 연동해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공교육을 더욱 축소시키고 교사의 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사회정의 고등학교 해체와 같은 공공교육의 축소와 이어지는 일이죠.

가디언은 보수 양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교원노조의 위태로운 모습을 "알카에다와 바이러스 사이 중간에 위치한 혐오스러운 대상"이라고 묘사했죠. 그는 이렇게 묻습니다.

"공립학교가 형편없어진 원인이 불공평한 재산세제나 무책임한 학교 이사진, 빈곤과 실업, 마약경제, 가정 불안 등이 될 수 없는 것인가?"

다른 모든 원인을 제쳐두고 교사들 만 탓하는 게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은 미국의 현실입니다. 결국 가디언의 칼럼은 이런 상황을 변화시킬 것은 오바마나 민주당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10일 시작한 파업이 12일까지 사흘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꽤 긴 기간 미국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메여 있던 노동조합이 행동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입니다. 물론 지난해 위스콘신에서의 투쟁이 있었지만 위스콘신 주정부는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었죠. 달라진 상황이 노동조합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큐파이 시카고 트리뷴'이 말하 듯 이번 투쟁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사실상 예고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 공동활동이 파업에 나설 용기를 줬다고 할 수 있겠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종종 한국 교육을 칭찬해 왔습니다. 보통은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했던 것으로 이해됐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가 부러웠던 것은 기업원리 도입에 적극적인 한국의 교육정책이었던가 봅니다. 교원평가제는 한국이 앞서 도입한 정책이죠. 한국의 자립형학교 정책은 미국의 차터스쿨로부터 배워온 것이죠. 교육에 기업원리의 도입하는 정책을 서로 배우며 고무하는 한국과 미국이기에 시카고 교사 노동자들의 파업이 남의 일로만 느껴지진 않습니다.

곧 있으면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이 시작된지 1년이 됩니다. 시카고 교사 노동자들의 파업은 오큐파이 운동의 가장 성대한 기념식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참고한 기사
[참세상] 미국 교사 3만 명 파업 … 보수 양당 체제에 물음표
[프레시안] 시카고 교사 25년만의 총파업, 그 '불편한 진실'
[한겨레] 시카고 교사 25년만에 파업 … 오바마 재선 발목 잡나
[Occupied Chicago Tribune] Seeing Red: Chicago Teachers Elevate Anti-Privatization Fight to National Level
[WBEZ91.5] Veteran teachers out at Social Justice High School

신대륙의 흔한 시위 코스 |2월 시작된 퀘벡의 학생파업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4개월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학생파업을 분쇄하기 위해 학생 시위 봉쇄 비상입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퀘벡 학생시위대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코스가 '신대륙의 흔한 시위 코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소개되고 있다.

2008년의 경제위기가 4년 만에 더 큰 파도로 세계를 덮치고 있습니다. 민간 은행과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위기의 근원을 치료하지 못한 채 경제위기를 공공부문으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뻔뻔한 은행가들과 사장들은 자신들의 실패는 잊어버리고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 특히 복지예산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EU와 ECB(유럽중앙은행), IMF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끝을 알 수 없는 긴축을 요구했죠. 그리스 국민들은 일자리와 연금을 잃고, 교육과 각종 복지의 축소로 삶의 질이 후퇴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스만이 아니죠. 스페인도 예산 삭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GDP의 8.9%인 재정적자를 5.3%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교육 예산을 30억유로(약 4조4600억원)로 삭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학 등록금은 기존 평균 1000유로(약 150만원)에서 1500유로(약 220만원)로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이 52%에 달하는 상황은 스페인 청년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듭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주목받고 있는 인디그나도스(Indignados:분노한 시민들)의 저항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교사ㆍ학생ㆍ학부모가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5월 22일 열렸습니다. 이날 시위는 5개 교직원 노동조합이 함께 준비했고 스페인의 17개 자치주 중 14개 주에서 80%의 교사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노조에 의하면 마드리드에는 10만명, 바르셀로나에서는 15만명이 시위에 나섰다고 합니다.

● [경향신문] 스페인 교육 예산 삭감에 교사 파업, 수십만명 시위(링크)

대서양 건너 캐나다에서도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시위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퀘벡 주정부는 현 2519달러(280여만 원) 수준의 등록금을 올 하반기부터 5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해 4144달러(470여만 원)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2월부터 가두시위와 파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학생파업이 주목받는 것은 경제위기 시기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시위와 파업이 계속되자 퀘벡 주정부는 학생들의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듭니다. 우리 나라의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떠오르게 하는 법이죠. 5월 18일 주의회에서 통과된 비상입법안에서는 25명 이상이 참여하는 시위는 경찰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수업 방해, 등교 저지 시위에 참여한 개인에게는 1000~5000달러(110만~570만원)의 벌금, 시위 주동자에게는 7000~3만5000달러(800만~398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캐나다 퀘벡주, 학생 시위 봉쇄 비상입법(링크)

정부의 강경 조치에도 저항은 중단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시위에 동참해 5월 30일 1차 야간 냄비시위(the Casseroles Night in Canada), 6월 6일 2차 야간 냄비시위가 진행됐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퀘벡 학생과 연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OWS 홈페이지는 6월 6일 전 세계 130개 도시에서 연대시위가 열렸다고 알렸습니다.

특히 미국에서의 학생운동은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과 이주민 운동이 결합되며 더 큰 힘을 받고 있는 듯 싶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노동운동이 서부의 이주노동자 운동의 활력으로 재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960~7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민권 운동이 미국의 급진적 사회운동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을 상키시키기도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출발해 워싱턴D.C.까지 3000마일(4800여㎞)을 행진하고 있는 이주민 청년들의 핵심 구호는 '추방이 아니라 교육이다(Education Not Deportation)'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드림액트(
DREAM Act:주로 히스패닉계인 미등록 이주민 자녀 학비지원 등을 포함한 이민법 개정안. 오바마의 2008년 대선 공약 중 하나. 링크 1, 링크 2)의 의회 통과를 요구하는 행진이죠. 이와 함께 이 법이 통과됐을 때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방을 금지하는 대통령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행진의 참여자들은 5일 콜로라도 덴버의 오바마 선거운동 본부를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두 명은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죠.

● [OWS] 학생ㆍ미등록 이주 청년이 국제적 교육운동 이끈다(링크)

6월 5일 치러진 위스콘신 주지사 소환선거에서의 패배는 점령하라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입니다(링크). 미국의 우파들은 이 소식을 올 연말 대선에서의 승리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도 의기소침해지는 소식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의기소침할 수록 경제위기는 우리의 삶을 더욱 갉아먹을 것입니다.

경제위기는 언제나 양방향으로 정치를 발전시킵니다. 이른바 '양극화'죠.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의 올랑드가 당선됐지만, 극우파 장 마리 르펜의 선전은 좌파들에게 경악할 소식이었습니다. 그리스 극우파 황금새벽당의 대변인은 TV 생방송 토론에서 상대 토론자에게 폭력을 행사에 해외토픽에 실렸죠. 이 황금새벽당 또한 지난 5월 총선에서 급진좌파정당 시리자(SYRIZA)와 함께 약진했습니다.

분명히 경제위기는 현재의 세계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은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인민을 위한 체제로 변할 수도 있고, 자본과 권력자들에게만 더 유리한 체제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퀘벡에서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극우 정치인들 뿐 아니라 현재 세계의 지배자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는 반민주주의적 행동에도 거침없이 나설 것입니다. 우리 99% 인민의 정치가 투표장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 위에 링크한 OWS 홈페이지의 '학생ㆍ미등록 이주 청년이 국제적 교육운동 이끈다' 글을 제멋대로 아래 옮겨놓습니다. 제 영어실력이 요즘 초등생보다 못해 상당한 오역이 있으니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세요. 원문 링크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시카고에서 열린 퀘벡 연대 행진.

학생ㆍ미등록 이주 청년이 국제적 교육운동 이끈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 냄비시위(the Casseroles Night in Canada)가 진행되는 동안 전 세계 130개 도시에서 저항이 표출됐다. 시위대는 냄비와 후라이팬을 두드려 퀘벡 학생운동과 캐나다 역사상 가장 장기간 진행되며 긴축시대에 사회운동의 가능성을 재정립하는 학생파업에 연대했다. 무기한 총파업은 정치가들과 언론에 계속 충격을 주고 있다. 그것(학생파업)을 불법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운동을 파괴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단지 캐나다에서 광범위한 시민불복종을 만들 뿐이고 전 세계적로 반란의 불꽃이 퍼지는 것을 도울 뿐이다.

전 세계적인 학생, 점령자들, 분노한 사람들, 사회운동은 거리를 점령하고 단지 퀘벡의 우리 동료들 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무상의 해방된 교육제도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 우리는 빚에 기반한 사회와 착취 경제에 저항하기 위해 봉기했다. 점점 더 우리의 다양한 지역 운동들은 거대한 국제연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막 시작했다.

이주민 청년들, 오바마 선거캠프 점령

'드림액트(DREAM Act)'를 요구하며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출발해 워싱턴D.C.까지 3000마일을 도보행진 중인 이주민 학생의 모임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캠페인(The Campaign for an American Dream)'이 콜로라도 덴버 서쪽 77번 도로 9번가의 오바마 선거운동(the Obama for America) 본부를 점령하기 위해 덴버에서 멈췄다. 시위대는 6월 5일 오후 5시30분쯤 선거운동본부에 들어가 경찰과 대치하는 대신 선거운동원과 함께 밤을 보냈다. 몇몇 청년들은 체포됐을 때 추방당할 위험이 있었다. 적어도 두 명의 시위대는 드림액트가 시행됐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사람들의 추방을 중단시키는 대통령령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오큐파이 덴버의 수백명의 사람들은 사무실 밖에서 시위를 했다. 이 시위는 사무실을 고립시키려는 작전을 막았다.

오레곤 학생들, 등록금 인상 반대 연좌시위

'빌어먹게도 비싼 등록금 동맹(the Tuition is Too Damn High Coalition)'은 최근 오레곤 대학의 등록금 6.1% 인상안 승인에 대한 대응으로 로버트 버달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예산 삭감 반대, 등록금 반대, 무상교육 실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존슨홀에서 행진했다. 버달 총장은 오늘(6월 7일) 학생 수십 명이 참여하는 비공개 면담을 승낙했다.

시카고ㆍ뉴욕 점령자들, 퀘벡 연대행진

시카고를 점령하라는 퀘벡의 무기한 총파업을 지지하는 소란스러운, 하지만 완벽하게 비폭력적인 행진을 진행했다. 엄청난 수의 경찰이 시위대를 뒤쫓아 마치 고양이 쥐 게임처럼 도시 곳곳을 누볐다. 경찰은 전에 미시건과 오하이오에서 시위대를 야만스럽게 공격한 것 처럼 학생들을 길가로 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시카고를 점령하라 활동가에 의하면 여성들이 길 위로 질질 끌려갔고 그 외에 많은 사람들도 경찰의 곤봉에 맞았다. 목표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12명의 핵심 조직자들은 체포됐다.

퀘벡 외에 가장 큰 시위 중 하나는 2000여 명이 행진한 토론토 시위다. 그 밖에도 지난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밴쿠버, 자그레브, 시애틀에서 있었다. 뉴욕에서는 10여 명이 체포됐다.

5월 30일 수요일 캐나다에서 첫번째 냄비시위(the Casseroles Night in Canada)가 열렸을 때에는 뉴욕, 토론토, 밴쿠버, 브뤼셀,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를린, 런던 등지에서 연대시위가 열렸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워싱턴D.C., 아틀란타, 오클랜드, 덴버, 리틀록에서 연대 행진이 있었다.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뉴욕에서의 일상생활은 "녹초가 되었고, 도시의 분위기는 비참해졌다.". 도시 정부, 지역 노동운동, 그리고 뉴욕의 노동계급은 "지난 30년 동안 쌓아올렸던 권력의 많은 부분"을 결국 박탈당했다. 탈도덕화된 뉴욕의 노동계급은 마지못해 새로운 현실을 인정했다. ……

기업복지가 사람 복지를 대체했다. 도시의 엘리트 기관들은 ('I♡NY'라는 유명한 로고를 고안하면서) 문화센터이며 관광지로서 뉴욕의 이미지를 팔기 위해 동원되었다. 지배 엘리트는 종종 까다롭게 다양한 범세계적 경향들의 모든 방식들이 도입될 수 있도록 문화적 장의 개방을 지원했다. 자아, 성, 정체성으로의 자기중심적 천착이 부르주아적 도시문화의 주요 동기가 되었다. 도시의 강력한 문화기관들에 의해 촉진된 예술적 자유와 방종은 결과적으로 문화의 신자유주의화를 유도했다. 쿨하스의 기억할 만한 문구인 '광란의 뉴욕(Delirious New York)'은 민주적 뉴욕에 관한 집단 기억을 지워버렸다.

- 2장/ 68쪽

하비에 의하면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TV와 인쇄물의 수많은 여행 기사를 통해 받아들인 뉴욕의 이미지는 '계급 전쟁'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점령하라> - 슬라보예 지젝 / 유영훈
D는 내가 그의 큰할아버지와 연락하여 '과격파 어르신'들이 뉴욕에서 '현장 실습'을 할 수 있게끔 좀 도와달라고 했다. …… D의 큰할아버지가 계신 양로원의 많은 노인분들이 열정적으로 점령 시위 참여를 원한다고 했다. 공원까지 올 밴과 운전사도 이미 구해놨단다. 이곳은 좌파의 고향 뉴욕이다. '과격파 어르신 시위'에 동참을 원하는 연로한 좌파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 분명하다. 나이든 분들도 점령을 원한다. 돕는 게 도리다. - 31 소문들, '애스트라 테일러/ 276쪽

최근 '점령하라'의 이 부분을 읽으며 하비가 70년대 뉴욕시의 재정 위기를 설명한 부분이 떠오른 것은 필연적일 것입니다. "마지못해 인정"인정했던 현실이 30여년 만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찌 흥분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편 같은 책 16장 '뉴욕 경찰과 월가 점령, 스타일의 충돌'이라는 장에서 브루클린대 사회학과 부교수인 앨릭스 비텔리는 70년대 뉴욕시의 재정 위기 이후 뉴욕 경찰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핍니다.

30일 벨기에가 파업으로 멈춰섰다. 파업은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EU 특별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준비됐다. 벨기에 3대 노총이 공동으로 조직한 이번 파업으로 정부와 EU의 긴축정책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유럽 전역에서 높아지고 있다. [브뤼셀 로이터=뉴시스/중앙일보]


[연합뉴스] 벨기에 노동계 EU 정상회의 맞춰 총파업 단행(링크)

30일 벨기에가 파업의 물결에 휩쌓였습니다. 브뤼셀 EU 정상회의 기간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파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번 파업은 정부가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예산을 120억 유로 이상 감축, 각종 복지혜택을 줄이고 임금을 동결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벨기에 3대 노총이 10년 만에 공동으로 조직한 것이다."

파업의 영향이 상당한 듯 합니다. 우체국, 청소용역업체, 슈퍼마켓, 은행, 학교가 정상 운영되지 않고, 전차ㆍ버스ㆍ항공도 마비상태, 심지어 소방서 경찰서 병원까지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방송도 파행이고요. 벨기에에서는 지난해 12월에도 공공부문 노동자를 중심으로 연금개악에 맞서 파업이 진행됐었죠.

벨기에의 파업은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우선 지난해 그리스와 이탈리아와 같은 남부유럽을 파업으로 몸살 앓게 했던 정부의 재정위기와 그 대처로서의 긴축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보이던 자본주의 국가들인 서부유럽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는 겁니다.

재정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대한 금융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금융기업들의 부채를 정부가 떠안으면서 예고됐던 바죠. 한마디로 사고는 금융귀족이 쳐놓고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물게 하는 것이 현재의 긴축 정책입니다. 미국에서 '점령하라(Occupy)' 운동이 공감을 얻게 된 것도 금융기업의 후안무치한 행위-그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느라 정부와 메인스트리트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여전한 보너스 잔치 등-에 대한 광범위한 분노 때문이죠.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이번 EU 정상회의입니다. 그러나 회의의 결과는 회의적입니다. '신(新)재정협약' 최종안이 합의되고 유로안정화기구(ESM)을 1년 앞당겨 7월 출범시키기로 했지만 형식적이라는 평가입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0.5%로 끌어내리려는 신재정협약의 목표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하면 "헤라클레스나 해낼 불가능한 수준의 목표"입니다. "케인즈주의적인 경기부양책을 불법화 하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습니다.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EU 특별 정상회의도 '형식적 성과'에 그쳐(링크)

두번째로 현재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하지만 불균형하게) 성장하고 있듯이 현재의 파업과 '점령하라' '분노하라' 운동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한계를 넘어 세계적 지배체제에 직접 도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벨기에 노동자들이 EU 정상회의에 맞춰 총파업을 벌인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죠.

디폴트 위기에 처해있는 그리스에 강력한 긴축-노동자의 생활 수준의 급격한 하락-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른바 트로이카라고 불리는 국제적 기구-EU, ECB, IMF-입니다. 심지어 그리스 정부를 이끌고 있는 파파데모스 총리는 ECB의 부총재 출신이기도 합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제적 운동을 보다 의식적인 공동의 목표를 위한 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방식의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고요.

더구나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재정위기와 긴축이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진 않죠. 물론 외국의 사례에서 배울 바는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긴급해보이는 것은 민간 부문의 부동산시장입니다. 이미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건설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건설기업과 관련 금융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은 미국과 유럽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모습에서 그 구체적 모습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전망 하에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노동자와 서민이 피해를 받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중운동을 준비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1. 나이지리아는 1월 9일부터 파업 중입니다. 정부의 유류보조금 축소로 기름 값이 크게 오르기 때문입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입니다. 하지만 정유시설이 없어 해외에서 기름을 수입해야 합니다. 석유 시추 시설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착취와 폭력이 자행되고, 주변 지역에서는 (석유 시추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세스 토보크먼의 책 '나는 왜 저항하는가'에 간략히 언급됩니다.

어쨌든 이 나이지리아에서 정부의 유류보조금 축소 때문에 9일 총파업이 벌어졌습니다.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400만명의 조합원을 지닌 나이지리아노동자협의회(NLC: the Nigerian Labor Congress)의 호소로 시작된 총파업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3~6명의 희생자가 났다고 합니다. 시위대 중 일부는 '나이지리아를 점령하라'는 티셔츠를 입고 있기도 했답니다.

OWS 홈페이지에는 1월 7일 나이지리아의 9일 총파업을 알리는 글과 함께 연대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점령하라' 운동은 단지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OWS가 이집트와 스페인에서 배웠 듯이, 아프리카는 미국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나이지리아서 이틀째 반정부 노조 파업(링크)
● [OWS] 나이지리아 1월 총파업 … 연대에 동참해주십시오(링크)


2. 1925년 1월 15일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태어납니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은 모르는 사람이 없죠. 그의 '비폭력 저항' 정신을 잇고 있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하 OWS)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태어난 1월 15일 오후 7시 세계 모든 곳에서 함께 촛불시위를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OWS는 '비폭력 직접 행동'을 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편에서든 반대하는 편에서든 '비폭력 저항'을 유화적인, 급진적이지 않은 항의의 일종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비폭력 저항 운동의 원칙은 가장 단호하고 강력하게 이 체제의 폭력적 본질에 저항하는 원칙입니다.

안타까운 건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 이후 킹 목사의 변화가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말년의 말콤 X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1968년 4월 4일,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청소 노동자 파업에 연대하기 위해 멤피스에 방문했다가 살해당합니다.

● [OWS] 1월 15일 세계 전역에서 단결을 위한 촛불을 밝힙시다(링크)

포틀랜드를 점령하라 운동이 미국 주의회협의체(ALEC: the 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와 기업들의 반노동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입법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2월 29일 비폭력 직접행동의 날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이 행동 계획은 포틀랜드를 점령하라 운동의 대중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합니다.


F29: 기업 활동을 중단시키자
Occupy Portland & Portland Action Lab, 2012년 1월 6일

포틀랜드를 점령하라 운동은 기업의 활동을 중단시켜 우리의 목소리를 되찾고 이윤과 탐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강박을 변화시키기 위한 비폭력 직접 행동의 날을 제안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 수 없게끔 하는 사회를 거부합니다. 민주적이이고 협력적이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점령 운동과 모든 사람들이 행동의 날에 참여햏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기를 요청합니다.

우리 사회를 그 밖의 모든 것을 훼손한채 파괴적인 소비ㆍ이윤ㆍ탐욕을의 추구로 몰고 가, 사회를 형성하고 만들어갈 우리의 민주적 능력 훔친 1%가 있습니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매수하고 인민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입법을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인 주의회협의체(ALEC: the 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에 소속된 회사를 목표로 할 것을 호소합니다. 기업들은 이것(ALEC)을 이용해 위스콘신에서 반노동자적인 법을 만들었고 애리조나에서는 인종차별적인 SB 1070법(불법체류자로 의심되는 히스패닉을 경찰이 의로 검문해 즉각 추방할 수 있게 한 애리조나주의 이민법) 등 가 밖에 많은 악법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ALEC를 이용해 이와 같은 친기업적인 법률을 나라 전체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날의 행동은 민주주의 재창조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날 행동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조직된 사회를 만드는 첫 움직임이 될 것입니다.

2월 29일, 우리는 1%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만들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해주십시오! 행동에 나섭시다! 우리의 미래를 되찾읍시다! 기업 활동을 중단시킵시다!

※ 2월 29일의 행동 계획은 2012년 1월 1일 일요일, 포틀랜드의 대중총회(General Assembly)에서 만장일치의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하 OWS)은 핵심 목표에서 뿐 아니라 운동의 방식에서도 저항운동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중요한 원칙들을 재발견해주었습니다. 권위의 민주적 수립, 참여의 확대, 계급ㆍ인종ㆍ성을 넘나드는 연대 등이 그것입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LGBTQ와의 연대는 계급 내 분열을 극복하고 진정한 단결을 이뤄내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운동이 시작될 때 주류 언론이 이 운동을 백인 중산층 대학 졸업 실업자들의 운동으로 폄훼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제는 더욱 절실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운동의 참여자들은 대출을 갚지 못해 집을 잃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기 집 되찾기' 운동에 적극 연대하고, 오클랜드에서 노동조합 투쟁에 지지와 지원을 보내고, 여성과 LGBTQ에게 더 안전한 점령하라 운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글은 이 중 여성과 LGBTQ의 'safe space'를 위한 OWS의 호소문입니다. 결국 탈당하긴 했지만 진보신당의 공직후보자로 나선 이가 여성을 비하하는 폭력적인 언사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 사건이 불과 한달여 전입니다. 진보신당 여성위원회는 몇몇 사람들에게 당 파괴의 주범으로 몰려 공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진보신당을 파괴하고 분열시키며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공격입니다. 아래 소개하는 글이 단결과 연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는데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점령할 권리가 있습니다
- 2011년 11월 8일 OccupyWallSt

여성과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or Questioning의 약자)는 오랫동안 안전하게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노력해왔습니다. 아쉽게도 작은 성공들만 거뒀을 뿐이죠. 여성과 LGBTQ 개인들에게 언어폭력, 추행, 노출증(바바리맨), 폭행은 전 세계에서 매일매일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주 이러한 부정의한 현실은 여성ㆍ성전환자ㆍ동성애자들에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것들로 간주되어 그 어떤 반응도 얻지 못했습니다. 점령하라 운동의 지지자로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공공 장소를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세계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강력하고 지속적인 운동으로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조직이 99%를 덜 대변할 수록 덜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를 망친 월스트리트의 1%의 대부분이 불평등하게도 이성애자와 남성이라는 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죠. 급격한 사회변화를 추진할 수록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평등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성과 LGBTQ가 점령하라 운동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점령지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언어폭력과 폭행은 모든 곳에서 일어납니다. 점령하라 운동도 우리나라의 공원과 주차장들보다 더 안전한 곳은 아니죠. 또한 여성과 LGBTQ 개인이 안전하지 못한 운동은 99%의 이해에 기여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아래로부터 이미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점령하라 운동의 모든 대중총회(General Asssembly)에서 연대의 핵심 규약으로 반-언어폭력, 반-폭행을 책택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와 함께 운동 내의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점령지가 안전한 공간이 될수 있게끔 하는데 필요한 시간ㆍ장소ㆍ자원과 권한을 여성ㆍLGBTQ 점령자들에게 줄 것을 모든 도시의 대중총회에 요청합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닷새가 지났네요. 지난해 마지막 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 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했습니다. 미 국방수권법의 발효는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중동지역의 긴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인 것이죠. 한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빗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 법이 국제법 위에 올라섰다며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中외교부, 美 국방수권법에 반대 표명' 연합뉴스ㆍ링크).

이 법이 이란과의 적대적 갈등만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수권법은 '법 절차 없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미국 시민'에 대해 공판 없이 무기한 구금(indefinite detenition without trial)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9ㆍ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애국법(Patriot Act)를 떠올리게 합니다. 애국법이 대외적으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위한 법이자, 대내적으로는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었듯이 말입니다
('부시 향해 질주하는 오바마, 인권의 적은 누구인가?' 참세상ㆍ링크).

미국-이란의 갈등과 별개로 국방수권법은 미국 내에서 지난 한해 크게 성장한 점령하라 운동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오미 울프는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 세계에서 시위에 대한 대처는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국가와 기업들은 민주주의의 허울을 유지하면서 반대의 의견을 짓누르는 최선의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울프는 그들이 배운 '방법'의 대표로 미국의 국방수권법을 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 경찰이 SNS 계정과 스마트폰 감시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영국 군대가 런던에 대규모 SAS 주둔지를 건설하는 것, 이스라엘 정부가 취재활동 제한ㆍ좌파 단체에 대한 기부 금지를 포함하는 법안을 밀어붙인 것을 들고 있습니다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 자본 대충돌' 프레시안ㆍ링크).

하지만 울프는 "전 세계 시위에 대한 이러한 조직화된 대응은 …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점점 더 교묘한 방법을 찾겠지만 지방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에 맞서 벌어졌던 중국 우칸촌 주민 시위의 승리에서 보여지 듯이 가장 강력한 억압기구를 갖춘 정부도 단결한 인민에게 승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울프는 SNS와 신기술이 효과적인 저항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하 OWS)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글에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live video streaming)가 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SNS는 더 선명하고, 잘 조직된 시위을 가능케 했다. 또 진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자본 대충돌', 나오미 울프, 프레시안

"주류 언론이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를 이용해 우리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법을 튀니지, 이집트, 이란에서의 지도자 없는 저항 운동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우리는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데 있어 중앙집권화, 기업의 투자를 받는 주류 언론으로부터 더더욱 무관한 급진적으로 민주화된 세계적 운동의 한 부분입니다. 정보의 신속한 교환은 우리가 신속하게 공동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세계 곳곳에서의 보고와 제안을 토론할 수 있게 하며, 효과적인 직접행동의 동원, 경찰 폭력의 기록을 가능케 했습니다. 우리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외칠 때 이것은 더이상 말뿐인 위협이 아니게 됐습니다."
- '2011: 반란의 해', OWS

정부와 기업의 강해지는 탄압에도 2012년이 지난해 못지 않은 반란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단지 SNS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닙니다. 튀니지의 청년 부아지지가 가난과 실업의 고통에 항거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였듯이, 위스콘신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주 정부의 노동권 공격에 맞서 주 청사를 점거했듯이, 스페인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실업과 빈곤에 맞서 광장을 점거했듯이 2011년의 투쟁은 2008년 이후 헤어나오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99%의 절박한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정부의 재정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기업들을 살려내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그러함에도 기업들은 바로 자신들에게 수혈된 그 돈 때문에 정부가 위기에 처했음은 깨끗이 잊은 체 노동자의 고통만을 강요하는 긴축과 노동권 축소를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벗어날 전망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3일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이 집행되지 않으면 유로화를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로존에 머물기 위해서는 추가 긴축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죠. 헝가리에서는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저항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새해 두번째 날부터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10만 명의 시민이 모여 집권 피데스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해부터 마트ㆍ음식점ㆍ술집이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24시간 영업할 수 있게끔 규제를 풀었습니다. 이에 상인연합회와 상인노동조합은 "영업시간 규제를 풀면 상당수 영세상인들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죠
('그리스, 유로존 탈퇴 첫 공식 언급 … 유로존 붕괴설 재점화' 프레시안ㆍ링크).

한국에서도 지난 한 해 예전과 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었죠. 홍익대 청소ㆍ경비노동자 투쟁서부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까지, 예전과 달리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가 확대됐습니다. 세계적인 저항이 한국으로 번질까 겁났던 것일까요.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무늬만 버핏세'라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율구조 또한 기형적으로 만들어 통과되자 마자 재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편된다 한들 제대로 된 '부자증세'가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버핏세와 반대로 부자를 위한 정책에는 팔걷고 나서고 있습니다. 12월 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은 그 이름과는 달리 서민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부자들의 주택 투기를 권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 계급전쟁'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시장 대책에도 불구하고 침체한 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저축은행의 위기, 부패ㆍ비리 스캔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저축은행 사태, 저축은행 만으로 끝날까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지난해 내내 금융 당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저축은행 사태는 여전히 진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정지 된 16개의 저축은행에 이어 다음 달 추가적인 영업정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저축은행 5곳, 내달 건전성 평가 앞두고 긴장' 경향신문ㆍ링크). 정부의 바람대로 저축은행 만으로 이 불을 끌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위기와 긴축을 둘러싼 세계적 차원의 갈등에서 한국도 그리 예외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물론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고, 반MB 정서("이 모든게 이명박 때문이다")가 압도적인데다가, 경제 상황이 여타 위기에 처한 나라들보다는 그럭저럭 낫기 때문에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이 동일한 형태로 터져나오진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돌아가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블로그에 직접 올린 마지막 글에서 호소했듯이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가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의 형태를 조형하는 틀이 될 것입니다
('2012년을 점령하라' 김근태ㆍ링크).

그렇지만 저는 2012년의 전투가 두 번의 선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2002년의 환호가 절망의 비명으로 바뀌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듯, 미국의 오바마가 부시의 애국법과 다르지 않은 국방수권법을 만들었듯이 두 선거를 통해 만들어질 정부가 현재의 위기와 갈등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국의 작가 레베카 솔니트가 부아지지에게 쓴 편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운동은 태동하기까지 3년이 지연됐습니다. … 미국 경제는 3년 전에 붕괴됐고, 당시에도 몇몇 분노한 이들이 있었지만 실제 반응은 미뤄졌거나 다른 방식으로 유인되었습니다. 당시 분노는 사실 우리를 위해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대선 후보에 집중하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운동이었고, 희망에 가득 찬 운동이었습니다. 그 운동은 자신들의 후보[오바마]를 백악관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떠나버렸습니다. 운동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저는 이 운동이 정치가와 선거에 대한 환멸을 느낀 다음 망가져 버린 제도의 힘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한 청년의 분신이 전 세계 99%를 일깨웠다', 레베카 솔니트, 프레시안

OWS는 "부자와 가난한 이 사이의 커지는 불평등, 극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정부 정책, 근본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점령하라' 운동의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OWS는 추위와 경찰의 폭력에 그 위세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2012년을 또다른 반란의 해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진보/보수, 민주/공화의 이분법이 99%와 1%의 대결이라는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실제 사회적 갈등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기 위해 대통령 후보자들의 사무실을 점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2011: 반란의 해' OWSㆍ링크).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한국이라고 다를바 없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둘러싼 투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2011년의 '점령하라'는 한진중공업 크레인 85호와 희망버스였듯이 올해의 '점령하라'는 쌍용자동차 희망텐트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새해를 해고통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2월 31일 밤, 60대 비정규직 해고 날벼락' 프레시안ㆍ링크).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급여만 높이는 것은 시혜적 정책이다. 보수는 이것만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쟁의 관련 정책을 바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며 연대할 수 있게 만들면, 노동의 교섭력이 높아져서 제도를 바꿀 힘이 된다. 이런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진보다"라고 말합니다('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넘어선 근로빈곤의 해결' 한겨레ㆍ링크). 약자에게 시혜를 배푸는게 아니라 그들과 연대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보라는 걸 진보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단결과 연대가 더 큰 희망으로 자라는 한해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