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09

« 2018/09 »

  •  
  •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  
  •  
  •  
  •  

22일 한미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당일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과 명동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하며 시위를 벌인데 이어 23일에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1만5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비준 무효" "이명박 퇴진"을 외치며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한 시민은 여의도 국회는 1%만을 위한 곳이라며 "여기가 99%의 국회다. 총사퇴! 조기총선!"이라는 팻말을 만들어 오기도 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정당연설회로 열린 서울광장의 시위에는 이정희 의원, 김선동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연사로 나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정희 의원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더군요. 참가자들이 "이정희"를 연호해서 진행이 늦어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연사들 중 가장 재밌는 발언은 역시 '나꼼수'의 정봉주 의원이었습니다. 그는 "뒤에서 아군에게 총을 쏳아댄 이들"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말해 열띤 반응을 얻었습니다.

9시경 민주노동당의 정당연설회가 끝나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1000여 명의 시민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단호한 거리시위를 전개했습니다. 경찰은 가두행진이 시작되자 마자 을지로입구, 청계천 방향 두 곳을 봉쇄하고 물대포 차량 3대를 동원해 진압작전을 펼쳤습니다. 경찰의 체포조는 대열 앞에서 적극적으로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찍어'서 연행을 시도하는 등 어제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몇몇 시민은 동료 시민들의 도움으로 연행되지 않았지만 얼마나 경찰에 끌려갔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광장 앞에서의 가두행진이 경찰의 저지로 막히자 시민들은 지하도를 이용해 명동으로 이동했습니다.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 입구에 모인 500여 명의 시민은 구호를 외치며 명동 안쪽 길을 이용해 밀리오레로 이동해 정리집회를 하고 흩어졌습니다. 집회 주최측은 24일, 25일에도 계속 모여 비준을 무효화 시키자고 호소했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미FTA 날치기 비준에 분노해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이러한 분노는 다음을 위한 든든한 밑받침이 될 듯 합니다.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아래 사진 중 경찰의 수사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부득이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사진=自由魂]이라고만 표시하면 영리나 수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퍼가실 수 있습니다.



"야당은 1%를 위한 여의도를 탈출하라! 여기가 99%의 국회다"는 너무나 적절한 말입니다.




어두운 밤에도 밝게 빛나는 진보신당의 LED 깃발입니다. 실제로 보면 더 예뻐요.








서울광장은 스케이트장 공사 준비로 비좁았습니다. 1만5000여 명의 시민은 발디딜 틈 없이 가득 광장을 메웠고 일부는 어쩔수 없이 거리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집회 중간 경찰은 거리로 밀려난 시민들을 위협해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9시경 집회를 마치고 가두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은 물대포 차량 세대를 동원해 강제진압에 나섰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더욱 치명적인 물대포에도 굴하지 않고 한미FTA 국회 비준에 대한 분노를 단호하게 표현했습니다. 경찰은 여라 차례 특정 시민을 '찍어' 연행을 시도했습니다.




시민들이 지하도를 이용해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 입구에 다시 모이자 경찰은 시민의 통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봉쇄했습니다. 앞의 시위대와 뒤의 경찰에도 불구하고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포장마차의 주인 아저씨는 밝은 웃음을 잃지 않으시더군요.




물에 좀 젖었더니 배가 고파지더군요. 명동 거리에서 소시지 꼬치 하나 사먹었더니 지금도 든든합니다.












500여 명의 시민은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11시까지 항의 시위를 계속했습니다. 이들은 24일, 25일, 26일 계속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모이자며 이날 집회를 마무리 했습니다.

2011.11.05 01:40

멕시코, FTA, 우리 99%의 삶 쟁점/11 한미FTA2011.11.05 01:40

한미FTA를 반대하는 주장에서 멕시코의 사례를 근거로 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몇년 전 방영한 KBS 프로그램의 영향인 듯 싶어요. 그러나 근거의 제시는 정확해야 합니다다. 어설피 "NAFTA 이후 멕시코인의 90%가 빈민으로 전락했다"는 것과 같은 믿기 어려운 주장을 펴면 반격 당하기 딱 쉽죠. 오늘 낮 찾은 몇 가지 통계를 먼저 보여드리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2000년대 후반 지니계수
- OECD 평균 : 0.31
- 한국 : 0.32
- 멕시코 : 0.48(칠레에 이어 2위)
※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지니계수는 OECD 평균 0.3% 증가, 멕시코는 0.2% 증가 => OECD 평균보다는 덜 악화됐으나 소득분배가 악화됐음을 보여줍니다.
● [Society at a Glance 2011: OECD Social Indicators] Income inequality(링크)

2. 2000년대 후반 균등화 중위 가계소득의 50% 이하로 사는 사람의 수
- OECD 평균 : 11.1%
- 한국 : 15.0%
- 멕시코 : 21.0%(1위)
※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빈곤률은 OECD 평균 1.0% 증가, 멕시코 0.1% 증가 => 지니계수와 마찬가지로 마찬가지로 OECD 평균보다는 덜 악화됐으나 소득불균형이 심해졌음을 보여주죠.
● [Society at a Glance 2011: OECD Social Indicators] Poverty(링크)

3. 미국 달러로 환산한 연간 균등화 중위 가처분 가계소득(2007년 경상가격과 PPP로 환산)
- OECD 평균 : 1만9000 달러
- 한국 : 1만9000 달러
- 멕시코 : 5000 달러(역시 끝에서 1위)
※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또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중위 가계소득의 실질 연평균 성장은 OECD 평균 1.7%, 멕시코 1.2% 증가. => 실질적인 소득의 증가에 있어서 OECD 평균보다 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 [Society at a Glance 2011: OECD Social Indicators] Household income(링크)

4. 2008년 15~64세의 고용률
- OECD 평균 66.1%
- 한국 : 62.9%
- 멕시코 : 59.4%(끝에서 12위)
※ (이건 의미 없겠지만)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고용률은 OECD 평균 1.4퍼센트포인트 감소, 한국 1.0퍼센트포인트 감소, 멕시코 1.6퍼센트포인트 감소. => 멕시코의 실업률은 OECD 국가 중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고용률로 보면 OECD 평균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Society at a Glance 2011: OECD Social Indicators] Employment(링크)

5. 2009년 미국 국토안보부가 발표한 '불법체류 이민자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월을 기준으로 멕시코계 불법이민자가 730만명으로 1위를 기록. 2위인 엘살바도르의 57만명과는 큰 차이. 멕시코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1990년대 이후 멕시코계 이민자의 급격한 증가는 멕시코 내부의 경제ㆍ사회적 상황의 부정적 변화를 반영하지 않나 싶습니다.
● [노컷뉴스] 미국내 한인 불법체류자 24만명, 국가별 6위(링크)

FTA 찬성론자라면 위의 통계가 아니라 NAFTA 이후 멕시코의 경제성장률과 GDP 등의 통계를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실제로 저는 그러한 통계 제시에 반박하기 위해 위의 통계를 찾았습니다). 제가 위 통계를 제시한 것은 NAFTA 이후 멕시코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멕시코의 경제성장률과 GDP가 NAFTA 이후 멕시코 노동자ㆍ농민의 삶을 못 보여주듯이 제가 제시한 통계도 멕시코 노동자ㆍ농민의 삶이 악화된 이유가 NAFTA 때문임을 입증하진 못합니다. 산업구조, 정치제도의 안정성, 정부의 정책적 의지, 기업의 경영능력, 노동자ㆍ농민ㆍ학생의 저항 등 멕시코의 사회ㆍ경제적 삶을 규정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1970년대 이후 더욱 밀접하게 연관된 세계경제의 상황입니다.

FTA에서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 조항만 없으면 FTA가 선의의 제도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상징하는 것은 FTA가 무엇보다도 투자자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것입니다. 인구의 다수를 점하는, 요새 표현으로 하자면 99%의 노동자ㆍ농민ㆍ청년ㆍ실업자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이들 99%를 수탈하고, 억누르며, 착취하는 1%를 보호하기 위한게 이 FTA의 핵심 목표입니다.

즉 우리 99%의 삶을 악화시키려는 1%에 맞선 투쟁이 넘을 수 없진 않지만 꽤나 심각한 장애물이 FTA라는게 제 결론입니다. FTA 체결 이후 한국의 사회ㆍ경제적 상황이 멕시코처럼 악화될 수도, 때론 개선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는 사회 집단의 '의지'가 담긴 행동들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악마의 조항처럼 느껴지는 ISD조차도 볼리비아 인민의 단호한 행동과 이에 연대한 세계적 투쟁을 통해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①FTA 체결을 막고자 하는 단호한 결의와 행동하지만 FTA 체결로 우리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세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냉철한 판단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FTA와 멕시코 사례에 대한 지나친 악마화는 피해야 합니다. 우리는 FTA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FTA를 체결한 나라들의 구체적 사례에 대해 충분히 살펴보고 적절히 인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FTA 그 자체로 한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 나라 내부에서 계급ㆍ계층에 따른 손익이 갈릴 뿐이죠.

동아일보가 반가운 기사를 내놨습니다. '[팩트체크] 민주당 주장하는 '과테말라-볼리비아 ISD 사태' 진실은'(링크)이라는 기사입니다.

그들이 반박하려는 괴담은 이런 것입니다. ①벡텔의 자회사가 볼리비아의 상수도를 인수한 후 빗물을 받아먹는 행위까지도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죠. ②그리고 이게 모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때문이라는 것이 괴담의 요체입니다.

우선 동아일보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볼리비아는 "극단적 인플레이션을 겪은 뒤 IMF와 세계은행의 권고로 신경제정책(NEP)을 추진한다." 이후 1998년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을 통해 코차밤바의 수도사업체를 '아과스 데 투나리'라는 벡텔의 자회사에 매각합니다.

"[미국계 건설사인 벡텔이 주도한] 이 컨소시엄은 인수 조건으로 볼리비아 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볼리비아 정부가 '법률 2029'라는 이름으로 수용한 법에는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기존 상수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일반 시민이 지붕에 빗물통을 설치해 빗물을 받으려면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 [동아일보] 펙트체크 … 민주당 주장하는 '과테말라-볼리비아 ISD 사태' 진실은(링크)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니 괴담①은 결국 사실인가 봅니다. '팩트체크'라는 이름까지 달고 나간 기사이니 믿을 수 있겠죠(동아의 그동안의 패악질은 잠시 잊읍시다).

이렇게 코차밤바의 상수도 운영권을 가져간 벡텔의 자회사는 수돗물값을 급격히 올리죠. 저는 최대 200%라고 알고 있었는데, 동아일보에 의하면 최대 '400%'까지 폭등했다네요. 벡텔은 제 생각보다 더 악독한 놈들입니다. 위의 빗물통 단속법과 이어진 수도요금 인상으로 볼리비아 인민의 분노는 폭발했습니다. 볼리비아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했죠. "부상자 175명이 발생하는 등 시위가 확산되자 그해(2000년) 4월 코차밤바 시장과 중앙정부, 시민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 상수도 민영화는 취소"됐습니다.

여기까지는 부패하거나 무능력한 정부와 결탁한 기업의 탐욕을 인민의 집단적 힘으로 저지해낸 '해피엔딩' 이야기입니다. 괴담②가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여기부터입니다. 물론 트위터에서 도는 괴담에서는 이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말입니다.

볼리비아 정부의 민영화 취소에 벡텔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볼리비아 정부를 제소하죠. 벡텔의 본사가 있는 미국은 볼리비아와 FTA를 맺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제소했을까요? 벡텔은 네덜란드에 있는 자회사(사실은 '페이퍼 컴패니'죠)를 통해 제소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볼리비아와 BIT(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이 협정에는 ISD가 포함돼 있었던 거죠.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볼리비아에 투자한 돈은 100만 달러가 안됐음에도 벡텔은 볼리비아에 5000만 달러를 물어내라고 요구했습니다(이 것도 역시 저는 2600만 달러로 알고 있었는데, 벡텔이 제 생각보다 훨씬 탐욕스러운 집단이라는 것을 동아일보 때문에 알았네요).

결론은 다시 다행스럽게 '해피엔딩'입니다. 벡텔의 탐욕에 분노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이 들고일어났죠. 전 세계적인 연대가 벡텔을 포위해 강력한 항의를 지속했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내외의 강력한 지탄에 밀려 2006년 1월 단돈 2볼리비아노(약 400원)을 받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동아일보의 결론은 "무능하거나 부패한 정부와 해외 사업자 간의 결탁에 가까운 계약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겁니다. 저도 동아일보의 이 주장에 100% 동의합니다. 문제의 괴담②가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동아일보가 지적한 대로 볼리비아의 물 전쟁은 다행스럽게도 세계적 시민사회의 연대로 나름 원만한 해결을 봤죠. 하지만 이 사례는 부패하거나 무능한 정부와 결탁한 기업의 탐욕에 주권국가 국민이 정당하게 저항할 때, 바로 이 ISD 조항이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미FTA는 을사조약 같은 게 아닙니다. 나라 팔아먹는 일은 아니라는 거죠. 한국의 기업에게도 FTA와 그 안에 포함된 간접수용 보상 규정, 투자자-국가소송 분쟁해결절차 등은 필요합니다. 때로는 한국 기업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바로 그 '기업의 필요' '기업의 이익'이 평범한 '노동자의 필요' '노동자의 이익'과 배치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NAFTA를 들면서 흔히 멕시코를 안 좋은 사례의 대표로 듭니다. 그런데 멕시코에는 세계적 부자들이 즐비합니다. 어려운 것은 멕시코의 노동자와 농민ㆍ실업자ㆍ청년들이죠. 그렇다면 미국은 좋을까요? 미국의 기업에겐 좋죠. 하지만 미국의 기업들이 '싼 임금'을 찾아 멕시코의 마킬라도라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미국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멕시코의 노동자들이 저임금 노동자에 혹사당하는 반대편에는 미국 노동자 실업의 고통이 있죠.

당연히 한국과 멕시코는 같을 수 없습니다. 멕시코가 특별하게 피해를 많이 본 것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FTA를 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멕시코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볼리비아와 같은 사례가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한미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익'이 국민 전체가 공평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는 누군가의 이익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 '기업'의 이익보다 '노동자'의 이익을 선택할 것입니다. 지금 뉴욕의 리버티 광장에서 '우리가 99%'라면서 '1%'의 탐욕을 중단시키자고 외치고 있는 점령하라 시위대처럼 말입니다.

※'듀나의 영화 낙서판' 메인 게시판에 올라온 걍태공님의 글에 대한 반론입니다.

●걍태공 : ' 빗물도 못 먹는 볼리비아 사람들 얘기가 ISD의 악용 사례라고 해서 찾아봤습니다.'(링크)

"볼리비아 정부에서 낙후된 수도시설을 개발한다고 월드뱅크에서 돈을 빌림"이라는 1번 항목에서부터 제가 알고 있는 바와 많이 다르군요. 이미 엄청난 외채를 감당치 못한 볼리비아 정부가 1999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이에 IMF 는 우리나라에도 요구됐던바 있는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했죠. 우리나라에서 와 마찬가지로 각종 공기업의 민영화가 포함된 계획이었습니다. 그 요구안에 따라 상하수도 민영화에 나섰죠.

결국 볼리비아의 상하수도시설은 2만달러에 '아구아스 델 투나리'라는 회사에 넘 어갔습니다. 이 회사는 벡텔이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인터내셔널 워터 리미티 드가 5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벡텔의 손자뻘 회사라고 할 수 있죠.

벡텔은 운영권을 따낸 지 1주일만에 수돗물 가격을 급격히 인상했습니다. 평균 35%가 올랐고 일부 지역에서는 200%가 올랐습니다.

우물과 빗물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특별법이 소문이라고요? 과장됐을 수는 있지만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사실입니다. 한겨레21 771호 '남미 뒤흔드는 '물 의 전쟁''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죠. 아래와 같습니다.

"관련 법령이 바뀌어 빗물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자기 집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데도 요 금을 내야 했다."(링크)

이러한 와중에 거대한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결국 벡텔은 상하수도 운 영을 포기하고 볼리비아를 떠납니다. 볼리비아 정부조차도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 대를 투입해서도 진압하지 못해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는 외국 기업을 어떻게 지켜줄까요? 당연히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고 통보 할 수밖에요.

문제는 그 다음이죠. 민영화와 관련해 계약한 총액이 40년간 45억 달러라고요? 하 지만 벡텔이 실제로 볼리비아에서 지출한 비용은 100만 달러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벡텔은 네덜란드 자회사를 이용해 이 문제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로 끌고 갔고 거기서 2600만 달러의 배상을 청구했습 니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이익, 실제로 그 만큼 벌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금 액까지 청구하는게 옳은 일입니까?

분명히 볼리비아 정부는 막장이죠. 그런데 이게 온전히 볼리비아 정부만의 문제로 돌릴 수 있을까요? 애시당초 막대한 외채를 지니게 된 과정부터 해서 그 해결책으 로 공기업의 민영화를 대책으로 제시하는 것까지(민영화도 FTA 관련해서 중요한 쟁점이죠). 그리고 이후 분쟁의 해결 과정에서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배상 청구까 지 포함해서 이 모든 것들이 온전히 볼리비아 정부만의 책임일까요? 더군다나 그 '책임'의 대다수를 성실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ㆍ농민이 져야 한다면 그게 정 의로운 일일까요.

이른바 막장 정부의 외채와 부패를 부추기고 그 부패 아래서 돈을 벌었던 글로벌 기업들의 책임은 모두 어디로 가는거죠? 지금 그리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최근 국제적으로는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이 강력한 주장으로 떠오르고 있습 니다. 스티글리츠 같은 세계적 경제학자부터 거리의 99% 시위대까지 말입니다. FTA를 체결하면 이걸 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친환경 무상급식'이 대세로 부상 하면서 '복지'가 새롭게 화두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복지제도가 공적 서비스의 민영화와 충돌하지 않고 이 ISD 규정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이미 한국 사례도 있습니다. (벌써 몇 번째 반복하는지 지치네요) 한EU FTA 체결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기업형수퍼마켓 규제 관련 법률이 FTA와 충돌할 수 있다는 김종훈의 협박 때문에 좌절할 위기에 처했었고 현재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번 강조했습니다만, 한국에서 미국 기업에 의해 직접 ISD가 악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국 기업이 미국인 투자자를 이용해 정부의 대기업 규제를 저지하는데 이용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똑똑하신 대기업 경영자들께 서 이정도도 모를까요? 그리고 그들의 협상력을 이용해 실제로 분쟁이 생기기 전 정치권 내에서 (SSM 규제법의 사례처럼) 선제적으로 해결하겠죠.

● 볼리비아의 '물 전쟁'과 관련해서는 아 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 [프레시안] 코 차밤바의 '쓰디 쓴 승리'와 그 교훈
- [한겨레21 771호] 남미 뒤흔드는 '물의 전쟁'

● 볼리비아 정부의 국제투자분쟁해 결센터(ICSID) 탈퇴와 관련해서는 아래 블로그를 참조하세요.
- [foog.com] 볼리비아 정부, 2007년에 국제투자분쟁해 결기구에서 탈퇴

● 호주 정부의 ISD 조항 관련 결정 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 [프레시안, 홍기빈] 올해 4월, 호주는 왜 ISD를 '전면 거부'했나?
- [foog.com] 투자 자-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에 관한 호주 정부의 결정

● 그리스의 사례로 본 부패한 정부 와 글로벌 기업의 협력에 대해선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 [레디앙] 파국은 어떤 모습으로 오고 있나?
- [자작나무통신 블로 그] '희생자 비난하기'를 넘어, 국내정치 측면에서 살펴본 그리스 위기

Posted by 때때로

한미FTA에는 '간접수용'이라는 개념과 함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접수용을 포함한 수용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보상을 FTA(BIT를 포함해서)에서 규정하는 것은 생소한 법체계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을 본국에서와 같이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간접수용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실행할 수 있는 체계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마련된 겁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이 우리 법률체계에 없을 뿐 아니라 이 개념의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11-나 3. 제11.6조 제1항에 다루어진 두 번째 상황은 간접수용으로서, 당사국의 행위 또는 일련의 행위가 명의의 공식적 이전 또는 명백한 몰수 없이 직접수용에 동등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이다.
-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자유무역협정 2007. 5. 25일자 협정문 부속서

간접수용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법률적 개념으로 미국의 '규제적 수용'에서 발전해온 것입니다. '수용'은 정부가 개인(법인)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뜻합니다. '간접수용'은 이 '수용'의 개념을 확장해 직접적인 정부의 몰수나 명의의 이전 없이도 정부 정책에 의해 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것을 포함합니다.

물론 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모든 사항을 간접수용으로 규정하진 않습니다. 사안별로 사실에 기초해 판단하기로 돼 있죠. 부속서의 이어지는 항목에서는 "정부 행위가 투자에 근거한 분명하고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하는 정도" "목적 및 맥락을 포함한 정부행위의 성격" "공익을 위하여 투자자 또는 투자가 감수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을 넘어선 특별한 희생을 특정 투자자 또는 투자자에게 부과하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제11.6조 1항에서는 ①공공의 목적을 위한 경우 ②외국인에게 비차별적인 방식을 따르는 경우 ③적법한 절차와 당사자 간의 충분한 이해의 보호, 국제관습법에 따르는 경우는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문형석, '간접수용 및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관한 연구')

한미FTA에서 간접수용이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우선 부동산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법에서 사문화되어있긴 하지만 우리의 부동산 제도는 토지공개념에 입각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설립 당시 무제한에 가까운 공급량의 토지를 가졌던 미국에는 이러한 개념이 없죠. 우리는 토지공개념에 입각해 개발이익환수제, 개발제한구역, 용도별 토지의 구분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게 현재의 상태 그대로 유지될 때는 그리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변화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와 제도ㆍ분담금 등의 신설이 한미FTA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환경 문제로 연결됩니다. 멕시코ㆍ캐나다ㆍ볼리비아에서 발생했던 ISD의 문제는 거의 모두 환경과 건강에 대한 것들입니다. 악화되는 환경문제에 있어 새로운 규제와 제도의 신설은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미FTA가 비준된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의 신설은 필연적으로 미국 투자자(또는 미국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합리적 기대'라는 것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볼리비아의 경우 미국과 직접 FTA를 체결했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볼리비아의 상수도 공급권을 가지고 있던 벡텔사는 볼리비아와 BIT(투자협정, FTA는 보통 BIT 내용을 포함합니다)를 체결했던 네덜란드의 유령기업을 이용해 볼리비아 정부를 국제중재로 몰고 갔습니다.

즉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과 ISD 규정은 개별 주권국가의 역사와 전통에 입각한 법률 체계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지금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위헌'논란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여야 합의로 중소상권 보호를 위한 기업형 수퍼마켓(SSM)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걸 한EU FTA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종훈이 협박한 사례가 있습니다.

※ 11월 4일 23시41분 : 오해를 살까봐 추가합니다. 한EU FTA에는 ISD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 회원국 22개 나라와 한국이 맺은 BIT에는 이 ISD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양자간투자협정에서의 ISD는 FTA에서의 ISD와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10월 31일 A3면(한겨레나 경향을 근거로 내세우면 안 믿는 분들이 있어서 조선일보를 링크겁니다.)

이 조항들(간접수용에 대한 보상과 ISD)은 실제로 미국 투자자에게 이용되기보다 한국 기업들에 의해 이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FTA에 의해 규정된 투자자는 미국인의 직접적인 투자뿐 아니라 주식ㆍ특허ㆍ대출 등을 통한 지분 참여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위의 벡텔사 사례에서 보이 듯 한국 기업이 자신의 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인 투자자를 이용해 정부의 규제 시도를 저지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보여주는 것은 FTA의 확대가 결국 1인 1표의 평등한 정치적 권리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치체를 부정하고 투자자와 대기업의 권력에 더 큰 힘을 몰아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의 재산권 보호는 어떻게 보장받는지?" "한국 기업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투자할 때 어떻게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이 제기됩니다. 이미 현재에도 대부분의 대규모 투자에서 해당 국가와 별도의 분쟁조정 절차에 대한 합의를 거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총괄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개별 투자에 있어서 합의를 하는 것과는 그 수준이 다른 것이죠. 그렇기에 호주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이 조항(ISD)를 제외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앞으로 체결할 모든 FTA에서 이 조항을 제외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FTA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많은 교역을 통해서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교역의 방법이 꼭 투자자와 기업의 권력을 무제한으로 보장해주는 FTA와 같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남미의 좌파블록(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은 '아메리카 대륙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ALBA)'라는 호혜에 입각한 무역체계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기업의 이익이 아닌 환경과 공공선을 위한 무역협정이죠. 베네수엘라의 석유 때문에 가능한 대안이긴 하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시도한다면 불가능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미FTA가 체결된다고 해서 평범한 노동자ㆍ서민의 삶이 지금 당장에 최악의 구렁텅이로 빠지진 않을 것입니다. 이미 볼리비아의 사례(벡텔사의 시도는 혁명으로, 정부의 붕괴로 이어졌죠) 때문이라도 그들이 그토록 과격한 방법을 직접적으로 시행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좋은 경우에라도 한진중공업과 같은 사례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자본에게 국적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어졌지만 그 최소한의 제한도 풀려졌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NAFTA의 결과가 미국 내에서 일자리의 축소와 멕시코에서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로 나타났듯이 말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미국이 됐든 멕시코가 됐든 평범한 노동자들에겐 둘 모두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죠. 농산물 가격이 조금 싸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