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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4장에서는 단순상품유통이 자본으로서의 화폐 유통으로 전환한 모습을 살핌으로서 자본의 일반공식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화폐로 상품을 구매해 다시 판매함으로써 화폐를 얻은 자본가가 아닌 다른 상품 판매자 내지 상품 구매자 입장에서는 판매와 구매 순서의 뒤바뀜은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나 판매는 판매, 구매는 구매일 뿐이다. 즉 "우리가 순서를 거꾸로 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단순상품유통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203쪽). 중요한 것은 등가교환에 의한 단순상품유통이 '화폐-상품-화폐' 유통에서의 더 큰 가치(잉여가치)를 허용하느냐는 것이다. 우선 단순상품유통을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고찰해보자. 밀과 포도주를 교환한 당사자는 자기에게 쓸모없는 사용가치를 내놓고 필요한 사용가치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양자..
"화폐소유자는 자본가로서 앞장서 걸어가고, 노동력의 소유자는 그의 노동자로서 그 뒤를 따라간다. 전자는 거만하게 미소를 띠고 사업에 착수할 열의에 차 바삐 걸어가고, 후자는 자기 자신의 가죽을 시장에서 팔아버렸으므로 이제는 무두질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겁에 질려 주춤주춤 걸어가고 있다."(자본론 1권, 김수행 옮김, 231쪽)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옛 물건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신문에 가끔 실리곤 합니다(링크). 기사의 출처와 물건의 진위가 의심스럽긴 하죠. 의료기술의 발달로 신체의 일부(간ㆍ신장ㆍ혈액ㆍ안구 등)를 타인에게 기증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우리의 윤리의식과 법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거래'도 일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왜 마르크스는 18세기 이..
우리는 3장까지 상품과 그 교환과정을 살펴봤다. 상품유통의 결과 화폐를 발견했다. 이 화폐는 자본의 최초의 형태다. "상품유통은 자본(資本)의 출발점이다. …… 우리는 이 [상품유통] 과정의 최후의 산물로 화폐를 발견하게 된다. 상품유통의 이 최후의 산물은 자본의 최초의 현상형태(現象形態: form of appearance)이다."(189쪽) 우리가 살펴본 상품유통은 '상품-화폐-상품'의 과정이다. 앞으로 살펴볼 자본으로서 화폐의 유통 형태는 '화폐-상품-화폐'의 형태를 지닌다. 상품유통(단순상품유통):상품→화폐→상품 (C-M-C) 자본으로서의 화폐 유통:화폐→상품→화폐 (M-C-M) 상품유통과 자본으로서의 화폐 유통의 첫째 차이는 판매와 구매의 앞뒤가 바뀐다는 것이다. 자본의 유통은 구매가 판매를 앞선..
오늘(5월 5일)은 마르크스가 태어난 날입니다. 어쩌다보니 오늘 한 독서모임에서 류동민 교수가 쓴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를 읽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마르크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제가 아는 한에서 간단하게 끄적거려 봅니다. 1882년 병으로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알제리에서 머리카락을 모두 자른 마르크스는 1882년 4월 28일 엥겔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내 예언자의 턱수염과 왕관처럼 머리를 덮었던 영광을 없애버렸네." 마르크스는 1818년 5월 5일 독일의 트리어 지방에서 태어납니다. 마르크스는 개종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유대인임을 밝힌 바는 없습니다. 이사야 벌린의 '칼..
제1절 가치의 척도 가치로서 모든 상품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응고물이다. 따라서 상품들의 가치 크기는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있다. 하나의 특수한 상품이 측정을 위한 기준으로 등장한다. 이 특수한 상품 금은 상품세계 공통의 가치척도, 화폐가 된다. 화폐상품 금은 가치의 일반적 척도로 기능한다. 상품의 가격은 그 상품의 가치를 화폐상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상품 X량=화폐상품 Y량 스마트폰 1개=금 3돈(70만원) 가치등식은 이제 처음의 간단한 모양으로 돌아갔다. 이 등식을 거꾸로 읽으면, 즉 가격표를 거꾸로 읽으면(금 3돈은 스마트폰 1개다) 온갖 상품으로 표현된 화폐의 가치량(구매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화폐는 가격을 갖지 않는다. 화폐상품을 일반적 등가물로 유지하기 위해선 그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
우리는 마르크스와 함께 1장에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발전을 통해 화폐의 기원을 밝혔다. 우리는 2장에서 화폐가 “종류가 다른 노동생산물이 실제로 서로 동등시되고, 따라서 상품으로 전환되는 교환과정의 필연적인 산물”(112쪽)임을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상품은 스스로의 발로 시장에 나가 교환을 할 수 없다. 상품은 소유자들에 의해 시장에서 판매되고 구입된다. 상품의 소유자는 교환을 위해 서로의 소유를 인정해야만 한다. 철수가 영희의 연필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환은 불가능하다. 철수는 영희의 연필을 폭력적이거나 몰래 갈취할 수 있지만, 동등한 교환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법적 관계[또는 의지 관계]의 내용은 경제적 관계 그 자체에 의해 주어지고 있다”(108~109쪽)...
제1절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간단히 자본주의 사회)의 부(富)는 “상품의 방대한 집적(集積)”(43쪽)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개개의 상품은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 부의 기본형태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상품은 우선 사용가치다.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유용성은 상품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주어지고 상품 자체와 떨어질 수 없다. 상품의 자연적 속성은 유용성에 영향을 미치기에 상품을 사용가치로 만드는 한에서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교환관계에서 상품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사용가치이기만 하다면 교환될 수 있다. 그것이 지닌 유용한 속성이 어..
마르크스 '자본론 : 정치경제학 비판' 1권 발췌ㆍ요약을 진행합니다. 전공 선생님의 지도 없이 제 자신이 명료하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본론 1권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잘못 이해한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섣부른 현실과의 유비를 피하고 가능하면 마르크스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어가면서 떠오르는 영감에 흥이 겨워 무모한 시도를 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제나 배우는 자세로 제가 잘못 이해한 것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책은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비봉판을 이용했습니다. ……… 제1판 서문 발췌 “첫부분이 항상 어렵다는 것은 어느 과학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도 제1장, 특히 상품분석이 들어 있는 절을 이해하기가 가장..
경제와 정치, 사회가 위기를 겪을 때 마르크스는 재빨리 다시 호출되곤 합니다. 위기가 워낙 자주 찾아와서인지 마르크스가 호출되는 빈도도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마르크스의 이론에 공감하며 그의 사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실제로 더 늘어난다는 것과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주류 언론에서조차 마르크스를 언급하고, 출판 시장에서 마르크스에 관한 책이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죠. 지난해 나온 책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치다 타츠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가 쓴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갈라파고스ㆍ링크)'와 다니엘 벤사이드의 '마르크스 사용설명서(에코리브르ㆍ링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국내 저자가 쓴 또하나의 책이 나왔습니다. 류동민의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입니다. 마르크스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