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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1.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스티글리츠의 '스티글리츠 보고서'는 이미 소개해드렸죠(링크). 오늘 얘기할 책은 스티글리츠의 다른 책 '끝나지 않은 추락입니다. 끝나지 않은 추락 조지프 E. 스티글리츠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 '끝나지 않은 추락'은 2008년의 금융위기 전후를 추적한 책입니다. 월스트리트가 어떻게 거품을 일으키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탐욕을 채웠는지, 그러한 탐욕에 무방비하게 동승한 연방준비이사회와 미국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들에 대한 폭로로 가득한 책입니다. 그는 금융의 과도한 성장을 문제의 핵심으로 짚고 있습니다.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이 그 자체로 이윤의 원천으로 부각되면서 오히려 사회적으로 유해한 효과를 끼쳤다는 것이죠. 많은 곳에서 언급됐..
스티글리츠와 유엔총회 전문가위원회가 쓴 '스티글리츠 보고서'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 가지'를 연이어 읽었습니다. (장 하준의 표현에 의하면) 이 시대의 건강한 경제 시민이 꼭 읽어야 할 두 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두 책의 목적은 약간 다릅니다. 앞의 책은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유엔이 국제적 공조를 위한 처방전을 만든 것입니다. 얼핏 보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비슷한 얘기를 반복하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이 책이 매우 신중하게 현재의 경제위기를 진단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정책적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금융에 대한 규제, 국제적 기구(IMF 세계은행 등)의 개혁 방향 내지 새로운 국제기구의 제안, 달러 중심 통화 체제의 개혁(지역 기축 통화 및..
자본주의에 대한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위기로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안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오래된 질문은 '이 경제체제가 윤리적인가?'겠죠. 이 의문에 답하며 좌파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자 시도하는 책이 8월에 나왔습니다. 앙드레 콩트-스퐁빌이 쓴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입니다.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 : 우리 시대의 몇 가지 우스꽝스러움과 독재에 대한 고찰 앙드레 콩트-스퐁빌 지음|이현웅 옮김|생각의나무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자본주의는 윤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비윤리적인 자본주의를 윤리적인 경제체제로 대체해야 하는 걸까요? 저자는 그렇게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있어 자본주의는 (경제..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최근 사회에 비판적인 책의 출판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중 눈에 띄는 책, 기억해두고 나중에라도 찾아봐야 할 책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겠습니다. 그 첫번째 줄은 아무래도 빈곤ㆍ기아ㆍ가난에 대한 책입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는 분야죠. 최근에 나온 책으로 크리스티앙 트루베의 '새로운 기아'(알마), 로저 서로우ㆍ스코트 킬맨의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에이지21), 아이린 칸의 '들리지 않는 진실'(바오밥),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갈라파고스), 월든 벨로의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더숲)..
최규석의 새 만화가 최근 나왔습니다. '울기엔 좀 애매한' 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사계절 그의 작품이 모두 그렇듯, 이번 만화에서도 가난하고 천대받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울림이 유독 크더군요. 결코 울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벌써 30여년 쯤 흘렀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치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됐고, 그 아이의 자식들은 '돈도 재능이야'라고 말합니다. '예쁜 것도 재능'이고. 자신이 꿈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죠. 우리는 아이들의 스펙 경쟁에 대해 혀를 차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 아닌가요. 최규석이 그린 아이들은 여전히 꿈을 향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정신으로 달려갑니다. 자신이 노력한 결과가 어른에..
가난한 휴머니즘 : 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지음|이두부 옮김|이후 최근 몇년간 가장 인상에 남는 책이 '가난한 휴머니즘'입니다. 읽은 후 저자인 아리스티드에 대해 궁금해졌지만 '한글'로 된 정보를 찾긴 매우 어려웠습니다. 얼마전 아이티에 대지진이 온 후 언론에 잠시 아리스티드가 언급되긴 했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망명 중인 그는 재앙이 덥친 조국으로 복귀할 뜻을 비쳤지만 미국은 '개인' 자격으로만 허락한다고 말했고, 프랑스는 강력하게 반대했죠. 물론 언론에선 '망명'이라고 쓰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미 해병대에게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두 번 대통령이 됐지만 두 번 모두 미국이 후원한 것이 유력한 쿠데타를 통해 쫓겨났죠.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많이들 묻는 질문이죠. 근데 생각할 수록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게 되더란 말입니다. 단지 투표만 잘 하면 되는 것인가? 근데 그건 결국 4년 혹은 5년간의 '독재자'를 뽑는 것 아닌가? 우리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었다고 불리는 지난 10여년 간의 정권에서도 경찰의 폭력과 검찰의 전횡은 여전했죠. 삼성을 앞세운 재벌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힘은 더욱 커져만 갔죠. 결국 사람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부동산만 문제인가요. 펀드는 문제가 안될까요. 하지만 각자도생의 길에서조차 목숨 부치기에만 힘겨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간당 4천원의 최저임금에 자신의 삶을 거는 사람들이죠. 한겨레21에서 '노동OTL' 시리즈로 기자들이 직접 식당 종업원, 마찌꼬빠 직원 ..
운명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제인 제이콥스 지음|유강은 옮김|그린비 어쩌다보니 유강은씨가 번역한 책은 다 사는 듯.... 노무현이 꿈꾼 나라 : 대한민국 지식인들|노무현의 질문에 답하다|이정우 외 38명 지음|동녘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작 '진보의 미래'에 대한 지식인 39명의 답변입니다. 이 39명은 강수돌ㆍ강철규ㆍ고세훈ㆍ고철환ㆍ김기원ㆍ김병준ㆍ김수현ㆍ김용익ㆍ김은경ㆍ김창호ㆍ김학노ㆍ김호기ㆍ문정인ㆍ박기영ㆍ박동천ㆍ박주현ㆍ성경륭ㆍ안병진ㆍ윤진호ㆍ이동걸ㆍ이민원ㆍ이병천ㆍ이정우ㆍ이종석ㆍ이행봉ㆍ이혜경ㆍ임원혁ㆍ장하준ㆍ장하진ㆍ정해구ㆍ조기숙ㆍ조희연ㆍ최병선ㆍ하준경ㆍ한홍구ㆍ홍기빈ㆍ홍종학ㆍ황민영ㆍ황성현입니다. 운명이다 : 노무현 자서전|노무현재단 엮음|유시민 정리|돌베개 유시민씨가 관여한 책을 다시 사리라곤 꿈에도 몰랐습니..
오늘은 '책'이 아닌 다른 것을 잠시 소개하려 합니다. 아이폰용 어플 'iReaditNow'입니다. 책 읽기에 유용한 기능을 담은 프로그램이죠. 친절하게도 무료 어플입니다. 유료 버전이 또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작자 이름을 봐서는 한국 사람이 만든 것 같습니다. 이 어플의 기본 기능은 읽고 있는 책(Now Reading), 읽은 책(Read), 안 읽은 책(Unread), 읽고 싶은 책(Wishlist)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오른쪽 위의 '+' 버튼을 누르면 목록에 책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세팅에서 구글, 다음 등의 검색 엔진을 설정해 책을 추가할 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직접 표지사진을 찍고 정보를 입력할 수도 있죠. 이렇게 입력한 책은 우선 'Unread'에 정리됩니다. 'Sta..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1. 한때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공산주의'의 반대말이었죠. 조금더 자란 어느 시기에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권위주의 독재'의 반대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한 소수 직업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위한 쟁투의 대상으로만 비춰지고 있습니다. 1987년 우리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민주 정부를 수립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기본 권리인 신체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건강하고 기쁘게 일하고 자녀를 교육하고 문학적 혜택을 힘껏 누릴 수 있는 생존권이 보장된 사회를 만듭시다. … 함께 누릴 빛나는 새 세상이 목전에 임박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