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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투표권에 대한 작은 논란을 목격했습니다. 이건 약간의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긴 합니다. 진보신당 지지자들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참 고역스러운 일입니다. 차라리 '사표' 논란이 나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후보도 내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진보신당 지지자가 이번 선거에서 '선택'은 그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작은 논란에서 우려가 되는 것은 투표를 독려하는 이들이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고통'을 몰라줘서가 아닙니다. '투표'를 '권리'로서가 아니라 '의무'로서 도덕률로 제시하려 하기 때문이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자주 가는 게시판에 틈틈이 쓴 글을 여기에 옮깁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율의 저하는 민주적 정치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투표로 상..
최근 정치학 분야 출판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박상훈 대표가 새 책을 내놨습니다. '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가 그 책입니다. 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박상훈 지음|폴리테이아 이 책은 박상훈 대표가 지난해 진행한 한 강의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심상정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에서 마련한 강의입니다. 강의의 대상이 됐던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주로 '진보'라고 불리는 진영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일차적인 대상이 '진보파'임을 밝히고 서술을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더 뼈아픈 비판이 곳곳에 자리합니다. 저자는 작정하고 진보파에 ..
가난한 휴머니즘 : 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지음|이두부 옮김|이후 최근 몇년간 가장 인상에 남는 책이 '가난한 휴머니즘'입니다. 읽은 후 저자인 아리스티드에 대해 궁금해졌지만 '한글'로 된 정보를 찾긴 매우 어려웠습니다. 얼마전 아이티에 대지진이 온 후 언론에 잠시 아리스티드가 언급되긴 했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망명 중인 그는 재앙이 덥친 조국으로 복귀할 뜻을 비쳤지만 미국은 '개인' 자격으로만 허락한다고 말했고, 프랑스는 강력하게 반대했죠. 물론 언론에선 '망명'이라고 쓰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미 해병대에게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두 번 대통령이 됐지만 두 번 모두 미국이 후원한 것이 유력한 쿠데타를 통해 쫓겨났죠.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많이들 묻는 질문이죠. 근데 생각할 수록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게 되더란 말입니다. 단지 투표만 잘 하면 되는 것인가? 근데 그건 결국 4년 혹은 5년간의 '독재자'를 뽑는 것 아닌가? 우리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었다고 불리는 지난 10여년 간의 정권에서도 경찰의 폭력과 검찰의 전횡은 여전했죠. 삼성을 앞세운 재벌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힘은 더욱 커져만 갔죠. 결국 사람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부동산만 문제인가요. 펀드는 문제가 안될까요. 하지만 각자도생의 길에서조차 목숨 부치기에만 힘겨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간당 4천원의 최저임금에 자신의 삶을 거는 사람들이죠. 한겨레21에서 '노동OTL' 시리즈로 기자들이 직접 식당 종업원, 마찌꼬빠 직원 ..
운명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제인 제이콥스 지음|유강은 옮김|그린비 어쩌다보니 유강은씨가 번역한 책은 다 사는 듯.... 노무현이 꿈꾼 나라 : 대한민국 지식인들|노무현의 질문에 답하다|이정우 외 38명 지음|동녘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작 '진보의 미래'에 대한 지식인 39명의 답변입니다. 이 39명은 강수돌ㆍ강철규ㆍ고세훈ㆍ고철환ㆍ김기원ㆍ김병준ㆍ김수현ㆍ김용익ㆍ김은경ㆍ김창호ㆍ김학노ㆍ김호기ㆍ문정인ㆍ박기영ㆍ박동천ㆍ박주현ㆍ성경륭ㆍ안병진ㆍ윤진호ㆍ이동걸ㆍ이민원ㆍ이병천ㆍ이정우ㆍ이종석ㆍ이행봉ㆍ이혜경ㆍ임원혁ㆍ장하준ㆍ장하진ㆍ정해구ㆍ조기숙ㆍ조희연ㆍ최병선ㆍ하준경ㆍ한홍구ㆍ홍기빈ㆍ홍종학ㆍ황민영ㆍ황성현입니다. 운명이다 : 노무현 자서전|노무현재단 엮음|유시민 정리|돌베개 유시민씨가 관여한 책을 다시 사리라곤 꿈에도 몰랐습니..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1. 한때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공산주의'의 반대말이었죠. 조금더 자란 어느 시기에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권위주의 독재'의 반대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한 소수 직업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위한 쟁투의 대상으로만 비춰지고 있습니다. 1987년 우리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민주 정부를 수립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기본 권리인 신체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건강하고 기쁘게 일하고 자녀를 교육하고 문학적 혜택을 힘껏 누릴 수 있는 생존권이 보장된 사회를 만듭시다. … 함께 누릴 빛나는 새 세상이 목전에 임박하였..
생각의나무에서 의욕적으로 펴내고 있는 問라이브러리의 세 번째 책은 최장집 교수의 '한국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입니다. 은퇴를 전후해서도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며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 협애한 이념적 기반의 정당체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최 교수는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촛불시위를 경험하면서 한층 더 깊어지 통찰력을 이 책에서 보여줍니다. 급하게 준비된 느낌이 역력한 이 책은 문장과 논지의 전개에 있어서 최 교수의 이전 책들보다 덜 다듬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87년 6월 항쟁과 비견될만한 촛불시위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짧지만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10월 11일, 6월과 7월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사람이지만 수천 명의 무장한 전투경찰의 위협과 보수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