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325)
자유롭지 못한…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 광장 인근의 서울시내는 100만 촛불로 완전히 마비됐다. 사람들은 퇴진을 외치며 거침없이 청와대를 향했다. 청와대로 통하는 종로구 새문안로 작은 골목에도 분노의 목소리는 넘쳐났다. [사진 自由魂] 프랑스에서 1830년 7월 혁명의 결과 들어선 오를레앙 왕조는, 금융 대자본의 왕조였다. 이들은 국가 재산에 대한 거리낌 없는 투기를 통해 부를 쌓아 갔다. 이들의 전횡은 당시 성장하던 산업 부르주아지의 이해를 침범하기 일쑤였다. 철도 건설을 둘러싼 추문은 권력을 공유하지 못한 부르주아지 일부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급격히 고조시켰다. '레미제라블'이 그려낸 1832년 봉기를 포함한 몇 번의 폭동을 통해 산업 부르주아지는, 당시 프롤레타리아트의 반란을 힘들지 않고 진압할 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에 좌절한 것은 한국의 자유주의 세력, 페미니스트들 만은 아니다. 사실 우파들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얌체공 같은 인물을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 자유주의자들의 절망과 공포는 이해할 만한 여지가 있긴 하다. 샌더스가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후 한국 언론은 트럼프가 얼마나 혐오스러운 인물인지 전하는 데만 힘을 써왔다. 뉴욕타임즈와 CNN의 받아쓰기가 한국 언론 외신보도의 전부임을 고려하면 이는 미국 언론의 대선 보도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전하긴 하지만 시종일관 그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책임 있는 대통령에 어울리는 사람으로만 그려졌지 그와 그의 민주당이 해온 일에 대해선 시종 침묵했다. 샌더스가 물러난 뒤로는 계속해서 말이다. 그런..
※앤드루 클라이먼의 데이비드 하비 비판 3편을 아래 옮깁니다. 주석과 강조는 원문 그대로이며 대괄호[ ] 안은 옮긴이가 덧붙인 내용입니다. 잘못 옮긴 부분에 대한 지적을 기다립니다. 댓글로 달거나 메일(go24601@gmail.com)로 보내주십시오.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하비와 마르크스의 대결 3편: 답변 앤드루 클라이먼ㆍ2015년 5월 13일ㆍ링크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은 자본주의의 실제 특징을 해명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법칙이 2007~2009년의 대침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현대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중요한 이론가 둘 사이의 논쟁은 계속된다. 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은 하락하는 경향을 띠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를 통해 자본주의 위기를 설명할 수 있을까? 앤드루 클라이먼은 최..
"영국으로 말하면 런던 금융가의 자본가들은 현 체제의 수혜자들임이 분명한 반면 그 주변부의 산업자본가들은 스스로 피해자로 느끼고 있다. 이들이 현 국제체제를 타파하고자 이 국제체제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중·하층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 '브렉시트와 그 해법' 김승호ㆍ링크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표가 다수인 것으로 드러나자 많은 지식인들이 충격을 받은 듯하다. 보통은 멍청한 인종주의자들의 불장난이라며 비난의 말을 쏟아낸다. 좀 더 점잖은 쪽도 위 글처럼 인종주의자 혹은 자본가의 한 분파에 '동원'됐다는 식이다. 전자든 후자든 교정 불가능한 엘리트주의로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이번 영국 국민투표는 바로 이 오만한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란이기도 하다. 인민이 그 스스로 정답을 알고..
"공산주의자들은 어디서나 만국의 민주주의당들의 연결과 합의를 이루는 것에 열중한다. …… 프롤레타리아들에게는 족쇄 말고는 공산주의혁명에서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게는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 '공산주의 선언', 김태호 옮김, 박종철출판사 54쪽 '공산주의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다. 자본주의 세계의 혁명적 전복을 꿈꾸며 실천하는 이에게 이 구절은 잊을 수 없는 경구다. 그러나 한동안 이 구절은 명분일 뿐 실질적 행동지침이 되지 못했다.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최근 단계로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폐해가 너무나 극명해졌을 때 이 구절은 다시 한 번 마르크스주의적 좌파의 행동 지침이 됐다. '세계화 반대'. 이 구호는 논..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2권이 최근 출판됐다. 출판사는 책을 소개하면서 옮긴이가 "『자본』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비의 계산 오류를 바로잡기도 했으며, 적재적소에 주석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권을 읽으며 도움을 많이 받은 나로서도 역서가 얼른 나오길 바라왔다. 그렇게 펼쳐 든 책의 앞 부분에서 두 가지 오류를 발견해 여기에 적어놓는다. 우선 간단한 오역이다. "한때 화폐를 저렴하게 구매하여 비싸게 판매하던 상인은 이제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에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덕분에, 그들에게 제공되는 잉여가치 부분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 하비 2권 강신준 옮김 56쪽 자본주의에서 상인이 얻는 수익의 근원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상인이 '..
최근 스르야 포포비치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이라는 책이 번역∙출간됐다. 한겨레 신문에서도 그의 책을 금요일자 북섹션의 톱으로 소개해줬다. 그러나 '민주주의 투사'로서 그의 조언을 진지하게 고려하기엔 조금 조심스럽다. 그의 경력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래 글은 US Uncut(미국의 긴축정책 반대 단체) 활동가 칼 깁슨이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스트랫포의 e메일을 기초로 조사한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스트랫포는 미국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 왔다. 이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해가 되는 정권을 교체하는 데 있어 폭격과 항모전단보다 해당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한 사회운동을 조장하는 게 더 유용하다고 폭로된 e메일에서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CIA와 같은 물리적 힘(군사력 뿐 ..
인터넷 게시판에서 종종 사용되던 ‘어마무시하다’라는 표현이 이젠 언론에서도 사용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 어마무시를 검색해보면 네이버 지식in오픈국어에 이렇게 풀이돼 있다.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다.” 즉 국어사전엔 등재돼 있지 않은 말이라는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어마어마하다’와 ‘무시무시하다’가 별개의 단어로 설명돼 있다. ▶︎어마어마하다 “매우 놀랍고 엄청나고 굉장하다.” ▶︎무시무시하다 “자꾸 무서운 느낌이 들게 하는 기운이 있다.”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제6판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엄청난 상황’에 대한 표현으로 ‘어마무시하다’는 적절한 신조어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아직 표준어는 아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윤흥길의 소설을 비롯한 몇몇 문학작품에서 전라도 지방 방언으로 사용됐을 뿐..
소갈머리|(속) 속 마음이나 속생각, 또는 마음 씀씀이. '소갈머리'를 '속알머리'로 쓴 글을 봤다. 자주 보게 되는 실수다. 인터넷에 보면 소갈머리의 어원을 속알머리로 소개하는 글이 많다. 속알머리는 양반이 상투를 틀기 위해 자르곤 했던 머리 윗부분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속알머리'는 내가 지닌 국어사전엔 나오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봐도 마찬가지다. 소갈머리는 어원이 불분명하지만 속알머리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소가지'라는 말이 있다. 심성을 뜻하는 속어다. 일부 명사에 붙어서 그 명사를 속된 말이 되게 하는 접미사인 '-머리'가 여기에 붙어 소갈머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머리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이는 '소견(어떤 일이나 사물을 살펴보고 가지게 되는 생각이나 ..
분향소 앞의 추모물. 뒤집힌 세월호 모습 위 'Made in Korea'라는 문구가 눈에 밟힌다. [사진 自由魂] 2016년 새해 첫 날. 430㎞를 달려, 오전 11시에 출발해 오후 5시쯤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세월호 침몰 626일째. 찬 기운 가득한 팽목항의 첫 모습은 을씨년스러웠다. 항구 한 켠 자갈로 바닥을 고른 공터에 컨테이너로 세워진 분향소의 모습은 쓸쓸함을 더했다. 노란 리본은 색이 바랬고 기억하겠다며 쇠로 만든 추모물들은 녹이 슬고 있었다. 녹슨 글자로 적혀있던 'Made in Korea'. 아직 돌아오지 못한 피해자들은 저 등대를 보고 다시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사진 自由魂] 분향소 안 가득한 아이들과 선생님, 희생자들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기 힘들다. 그러나 새해를 이들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