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록/기억 (39)
자유롭지 못한…
8월 1일 DMZ(비무장지대)를 보기 위해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의 DMZ생태평화공원을 방문했다. 홈페이지(링크) 길 안내를 보면 내비게이션에서 '김화읍사무소'를 검색해 찾아오라고 돼있지만 '철원DMZ생태평화공원'으로 검색하면 바로 찾아갈 수 있다. 몇 년 전까지 이 탐방코스의 방문자센터가 위치한 생창리가 민통선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다. 지금은 민통선이 조금 더 북쪽으로 이동해 다음과 네이버 지도는 물론 내비게이션 서비스에서도 검색이 된다. DMZ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를 찾은 날은 40도를 넘보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했고 철원 김화읍 일대도 38도에서 39도 내외의 기온을 기록했다. 안내자에 따르면 보통은 민통선 안쪽의 부대 앞 주차장까지 이동하고 3시간여 산길을 걷는 코스이다. 하지만 폭염 때문에 방문자센..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날이기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 임진각을 찾았습니다. 제가 갈 수 있는 제일 마지막 북단이죠. [사진=自由魂]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65년 염원은 곳곳에 쌓여있었죠. [사진=自由魂] 아래 사진 철조망 앞의 나무는 임진각에 보존돼있는 녹슨 증기기관차에 뿌리내리고 살던 것을 옮겨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 나무는 올해 봄에도 어김없이 푸른 싹을 틔우고 있네요. 경의선 복원사업의 일원으로 놓인 임진강철교 옆, 옛 철교, 독개다리에선 끊어진 철길 곳곳에서 반세기 넘게 묵은 오랜 상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自由魂] 동그란 원으로 표시된 한국전쟁 총탄의 흔적은 가슴에 아프게 박혀왔죠. 하늘은 맑았지만 미세먼지가 짙었던 이날에도 임진강은 고..
2015년 11월 14일. 오전 중 그치리라던 비는 하루종일 흩뿌렸다. 그래도 비옷을 챙겨입은 사람들은 서울시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짧은 집회를 끝낸 이들은 청와대로 향하고자 했다. 그러나 태평로의 청와대 방향은 이미 이중 삼중의 경찰 차벽과 차단선으로 막혀있었다. 종각으로, 신문로로, 대열은 흩어져 청와대로 향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경찰청 방향으로 우회해 신문로로 향하고 있다. [사진 自由魂] 그러나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목소리로, 스프레이 글씨로, 스티커로 소리를 냈지만 그 소리가 차벽을 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길을 막은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스티커를 경찰 차벽에 부치고 있다. 몇몇은 스프레이 도료를 이용해 비에 젖은 도로에 '..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제주도를 여행했다. 꽤 긴 시간을 제주에서 보냈지만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했다. 더운 날씨 탓을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쇠소깍이다. 지난 겨울에도 들렀던 곳이다. 역시 아름다운 곳이다. 위미항을 거쳐 보목을 향해 걸었다. 바닷가에 들어선 집들은 한결 같이 도로를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어놓은 것인지, 자연스럽게 자란 것인지 현무암 돌담 사이의 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서귀포 숙소에 가기 전 정방 폭포를 다시 들렀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답게 사람이 가득했다. 웅장한 폭포는 끊임없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고 한여름의 더위를 순간 잊게 해준다. 다음 날엔 돈내코에 들렀다. 외지인보다는 도민들에게 유명한 피서지다. 최근..
의도치 않게 뜨는 해를 보게 됐다. 엇그제 본 조선일보의 한 사진 때문이다. 새벽에 잠이 깨자 무작정 달려 도착한 곳은 충청남도 서산 간월암이다. 맑은 날씨였지만 지평선 근처 구름이 몰려 있어 맑은 해의 모습을 보는 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 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해는 주저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간월암과 육지를 잇는 길 사이에서 본 일출. [사진 自由魂] 간월암은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붙여진 이름. 해가 밝은 후에도 아쉬운 듯 한참 바다 위에서 머뭇거리던 달을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명이 아직 가시지 않은 하늘과 바다. [사진 自由魂] 일출은 금방이다. 고개를 내미는 듯 했는 데 어느새 중천에 뜨기 일쑤다. 여명이 아직 남아있다고 안심할 수 없다. 해와 간월암을 ..
Marina Ginestà 1919.01.29 - 2014.01.06 프랑코 쿠데타에 맞서 투쟁한 젊은 사회주의자였던 마리나 히네스타가 1월 6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36~39년의 스페인 내전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진의 주인공이었던 그녀는 당시 17세로 카탈루냐통합사회당(PSUC)의 투사였다. 이 사진은 1936년 7월 21일 PSUC의 본부로 사용되던 콜론 호텔 옥상에서 찍었다. 프랑코가 17일 쿠데타를 일으킨 지 5일째 되던 이날 반파시즘 의용군중앙위원회가 구성됐다. 혁명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담긴 사진. 히네스타는 1919년 프랑스 툴르즈에서 태어났다. 11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이주한다. 전쟁이 일어나자 국제여단에 지원해 프라우다지 특파원 ..
조선의 천주교는 그 시작이 다른 나라와 많이 다르다. 외국인 신부에 의한 포교가 아닌 자생적인 학습을 통해 신자가 확대됐다. 물론 일단 천주교가 퍼지기 시작한 후에는 신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조선인으로는 최초로 김대건이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최양업과 정규하가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곳 강원도 횡성의 풍수원성당은 정규하 신부가 지은 성당이다. 이곳 성당은 1801년 신유박해로부터 유래한다. 박해를 피해 살 곳을 찾던 용인의 신자 40여 명이 이 마을에 터전을 잡은 것이다. 이후 정규하 신부가 이곳에 오면서 마을 신자들의 힘으로 성당이 지어진다. 조선에 지어진 네 번째 성당(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전북 완주 되재성당, 서울 명동성당)이자 조선인 신부가 만든 첫 번째 성당이다. 풍수원성당을 중심으로 십자..
여름 휴가가 아직 멀은 5월. 부처님오신날 연휴에 집에만 앉아있기엔 엉덩이가 쑤신다. 결국 거리로 나섰지만 나 같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게다가 그러한 이들 다수가 수도권에 모여사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교외로 나가는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겠거니 하게 된다. 결국 집에 있는 것보다 엉덩이가 더 쑤실 수밖에. 엉덩이면 다행이지만 차안에 몇 시간을 갖혀 있자니 허리, 무릎, 어깨 등 안아픈 곳이 없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기어간 곳. 아침해를 보며 출발했건 만 어느새 해가 누엿누엿 지려 하고 있다. 동강과 서강이 휘감아 도는 영월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지는 오래였고 청령포에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영월 청령포는 세조에게 왕위를 뺐긴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강화도엔 많은 군 부대가 있다. 이 부대들은 북한을 향해 경계에 여념이 없다. 과거에도 강화엔 군대가 주둔하던, 그리고 격전을 치뤘던 많은 진지가 있었니다. 대개 이 진지는 외부를 향하기보다 우리나라의 내부를 향해 위치해 있다. 얕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김포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강화가 쫓겨난 왕조의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강화도의 진지들은 외부의 침략 세력에 맞서 싸우는 가장 앞자리에 있으면서도 그 방향은 안쪽(내륙)을 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광성보도 그런 여러 진지 중 하나. 신미양요 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여러 돈대(오늘날의 포대) 중 용두돈대가 특히 매력적이다. 이 돈대는 이름 처럼 용머리 모양으로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다..
대관령 아흔아홉 구비 옛길 대신 쭉 뻗은 고속도로가 깔리고, 미시령 터널이 뚫리면서 태백산맥 넘어 강원도 영동지방에 가는 게 많이 편해졌다. 도로 정체만 없다면 여유 있게 가도 세 시간이면 강릉이나 속초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게 쭉 뻗은 길로 내달려 달려간 동해는 예전 만한 감흥을 전해주지 않는다. 중앙선 열차를 타고 영주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태백을 거쳐 12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강릉이 진짜 강릉 같고, 한계령 구비구비를 아찔하게 지나쳐 발아래로 쫙 펼쳐진 동해를 보지 않으면 속초에 가도 속초에 간 것 같지 않다. 전날 강원도 산간 지방에 폭설이 내려 통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굳이 한계령으로 올라간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마침 능숙한 운전자도 있어 큰 위험 없이 오를 수도 있었다. 올라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