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325)
자유롭지 못한…
매년 어김없이 다가오는 9월 11일이면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전 칠레, 아옌데, 피노체트를 생각합니다. 살바도르 아옌데(1908.7.26~1973.9.11)는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파블로 네루다(시인)와 공산당의 양보에 힘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죠. 당선 후 아옌데는 자본가들과 외국, 특히 미국의 반격에 직면합니다. 자본가들은 자본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자신들 공장의 생산시설을 파괴하고, 생산된 상품을 숨기고, 미국은 칠레의 최대 수출품인 구리의 국제시장 교란을 위해 미국에서 생산된 구리를 국제시장에 덤핑가에 내놓습니다. 보수적인 칠레 군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죠. 미국과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서 칠레 민중들과 아옌데 정부는 영웅..
어제(9월 2일) 작성한 '뉴라이트와 손잡은 '뉴레프트' 주대환?'에서 쓴 것과 달리 레디앙에 실려있는 주대환의 글을 읽어 봤습니다. 주대환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레디앙) 그의 글은 생각보다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NL과 PD(지금도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지 않지만)에 대한 빈약한 근거의 비난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지난 10여년 간 NL과 PD의 후신들이 여전히 변치 않은 부분이 있음에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사회민주주의'를 자신의 현실적 대안으로 고민하고 적용해 왔음이 그의 눈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대표되는 NL과 PD의 후신이 여전히 20세기 초반 코민테른식 전략과 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
한 회사의 사장과 직원, 수십억 원 대 자산가와 88만원 짜리 비정규 알바까지, 우리는 흔히 한 배에 탄 운명이란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나라가 잘 돼야, 회사가 잘 돼야 개인도 잘 될 수 있다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듣곤 하죠. 고바야시 다키지는 80여 년 전 캄차카의 차가운 바다에 떠있는 공업선을 배경으로 이 주장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게공선 고바야시 다키지|양희진|문파랑 지금도 이런 선박이 있는 지 모르겠네요. 이 소설의 배경이자 주인공이라 할 '게공선'은 바다에서 게를 잡아서 배 안에 있는 공장에서 바로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선박입니다. '공장'이라는 이유로 이 배는 항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공장'은 배라는 이유로 공장법의 적용을 받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즉 약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전 정책위 의장이었던 주대환씨가 뉴라이트 재단이 발행하는 계간지 '시대정신'에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라는 글을 실었다. 발빠른 조선일보는 류근일 칼럼 '어느 좌파 지식인의 '커밍아웃''(조선일보 9월 2일, A34면)에서 주대환씨의 글을 칭찬하고 나섰다. 한국의 좌파가 진정으로 유의미(有意味)한 진보로서 동시대인들의 행복추구에 기여하려면 그들은 그런 이중성에서 벗어나 주대환씨 등이 던진 안팎의 비판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주대환씨가 남한 좌파 내에서 노골적인 우파 사민주의 정책을 주장해 온 것은 꽤나 오래된 일이다. 그는 남한의 보수 우파에 대한 비판보다 NL의 민족주의ㆍ친북경향에 대한 비판에 더 큰 힘을 쏟아왔다. NL에 대한 공격만큼 급진적 좌파에 대한 공..
8월 15일 100회를 맞은 촛불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0일이 넘는 촛불은 참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줬습니다. 경쟁 지상주의 교육의 폐해와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 경찰의 폭력, 의료를 포함한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 비정규직 …. 이 모든 걸 하나의 범주로 아우르긴 쉽지 않을 겁니다. 편의를 위해서 일정한 개념을 제시하자면 그건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총체적 문제제기일 듯 싶네요. 촛불시위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무래도 방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부분이겠죠.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대의에 의한 위임권력의 근본적 한계와 한국적 현실..
새로운 혁명적 전위는 가능한가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행진. 1968 뉴욕. 오늘 소개할 책은 이 것입니다. 신좌파의 상상력 : 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 조지 카치아피카스 지음|이재원ㆍ이종태 옮김|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주요한 반란 세력들에겐 항상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율성'과 '의식성'의 문제입니다. '의식성'을 중요하게 보는 정치에선 사회의 객관적 조건과 운동을 지도하기 위해 사전에 조직된 혁명적 지도부의 존재를 강조하죠. '자율성'을 강조하는 정치와 실천에선 객관적 조건보다는 혁명 주체들의 '의지'와 대중의 자유로운 운동을 중요하게 봅니다. 쉽게 보자면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게 마르크스주의 내에도 이런 갈등은 항상 내재..
모든 사회운동엔 끝이 있다 1964년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자유언론 운동의 대표적 지도자인 마리오 사비오가 연설하고 있다. 1968은 흔히 '혁명'이라 불립니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이제껏 세계혁명은 단 둘뿐이었다. 하나는 1948년에, 그리고 또 하나는 1968년에 일어났다. 둘 다 역사적인 실패로 끝났다. 둘 다 세계를 바꾸어놓았다"는 말은 매우 유명하죠. 그런데 정말 이 세계적 사건은 '혁명'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이 책은 그 의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68운동 잉그리트 길혀-홀타이 지음│정대성 옮김│들녘 '혁명'을 단 몇 일 혹은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나는 '반란'과 '봉기'와 동일시 할 순 없습니다. 그것은 최소 몇 년에서 최대 몇 백년을 거치는 인간의 사회적 삶의 근본..
신좌파, 구좌파를 호출하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ㆍ공산당 계열의 노동조합)이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번에 소개한 책은 1968 30주년에 맞춰 나온 책이었죠. 오늘 소개할 이 책은 1968 20주년인 88년에 쓰여졌고 30주년인 98년에 개정판이 나온 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4년이죠.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세계를 뒤흔든 1968 크리스 하먼 지음│이수현 역│책갈피 먼저 글에서 소개했던 책이 1968 한해를 다뤘음에 반해 이 책은 60년대 전반부서부터 70년대 후반부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이 '학생 운동' '학생 혁명' '히피 운동'으로 불려왔던 68운동에서 노동자 계급 역할의 복원을 목표로 하고 ..
가련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귀환 1968년 5월의 파리 록음악과 LSD, 베트남 전쟁, 히피, 비틀스, 바리케이트, 파업, 마오, 체 게바라, 폭동 진압 경찰.... 1968에 대한 수 많은 단어들. 이 모든 것들이 벌써 40년이나 지난 얘기네요. 다음달 4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당한지 40년이 되는 날이죠. 그 뜻을 기려보고자 세 권의 책을 정해 한권씩 소개하려 맘 먹고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했습니다만... 역시나 부족한 필력에 그저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첫 번째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타리크 알리ㆍ수잔 왓킨스 지음|삼인 "1968년은 그해를 살았던 사람들에겐 그들의 정치적 지향이 어떠했든 간에 결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1968년은 ..
프랑스. 프랑스를 말할 때 제 머릿 속에 가장 처음 떠오르는 것은 '혁명'입니다. 1789년, 1848년, 1871년의 파리코뮌은 이미 고전적 사례들이죠. 2차 세계 대전 후에도 1968년 혁명, 1995년의 총파업, 재작년의 유럽헌법 반대 투쟁과 작년의 CPE 반대 투쟁까지. 바로 어제(2007년 10월 19일)는 사르코지의 우파 개혁에 맞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되었죠. 프랑스인들의 혈관엔 마치 혁명과 투쟁의 열기가 적혈구 대신 가득차 있는 듯 싶습니다.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프랑스의 혁명가들이 제기한 이상은 무수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사로잡았습니다. 평등과 우애에 기초한 자유로운 사회. 1789년으로부터 10여년의 혁명은 '쿨'한 현실주의자들에게 웃음거리 취급받을 '말'들이 그 행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