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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모든 사회운동엔 끝이 있다 1964년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자유언론 운동의 대표적 지도자인 마리오 사비오가 연설하고 있다. 1968은 흔히 '혁명'이라 불립니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이제껏 세계혁명은 단 둘뿐이었다. 하나는 1948년에, 그리고 또 하나는 1968년에 일어났다. 둘 다 역사적인 실패로 끝났다. 둘 다 세계를 바꾸어놓았다"는 말은 매우 유명하죠. 그런데 정말 이 세계적 사건은 '혁명'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이 책은 그 의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68운동 잉그리트 길혀-홀타이 지음│정대성 옮김│들녘 '혁명'을 단 몇 일 혹은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나는 '반란'과 '봉기'와 동일시 할 순 없습니다. 그것은 최소 몇 년에서 최대 몇 백년을 거치는 인간의 사회적 삶의 근본..
신좌파, 구좌파를 호출하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ㆍ공산당 계열의 노동조합)이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번에 소개한 책은 1968 30주년에 맞춰 나온 책이었죠. 오늘 소개할 이 책은 1968 20주년인 88년에 쓰여졌고 30주년인 98년에 개정판이 나온 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4년이죠.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세계를 뒤흔든 1968 크리스 하먼 지음│이수현 역│책갈피 먼저 글에서 소개했던 책이 1968 한해를 다뤘음에 반해 이 책은 60년대 전반부서부터 70년대 후반부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이 '학생 운동' '학생 혁명' '히피 운동'으로 불려왔던 68운동에서 노동자 계급 역할의 복원을 목표로 하고 ..
가련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귀환 1968년 5월의 파리 록음악과 LSD, 베트남 전쟁, 히피, 비틀스, 바리케이트, 파업, 마오, 체 게바라, 폭동 진압 경찰.... 1968에 대한 수 많은 단어들. 이 모든 것들이 벌써 40년이나 지난 얘기네요. 다음달 4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당한지 40년이 되는 날이죠. 그 뜻을 기려보고자 세 권의 책을 정해 한권씩 소개하려 맘 먹고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했습니다만... 역시나 부족한 필력에 그저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첫 번째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타리크 알리ㆍ수잔 왓킨스 지음|삼인 "1968년은 그해를 살았던 사람들에겐 그들의 정치적 지향이 어떠했든 간에 결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1968년은 ..
프랑스. 프랑스를 말할 때 제 머릿 속에 가장 처음 떠오르는 것은 '혁명'입니다. 1789년, 1848년, 1871년의 파리코뮌은 이미 고전적 사례들이죠. 2차 세계 대전 후에도 1968년 혁명, 1995년의 총파업, 재작년의 유럽헌법 반대 투쟁과 작년의 CPE 반대 투쟁까지. 바로 어제(2007년 10월 19일)는 사르코지의 우파 개혁에 맞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되었죠. 프랑스인들의 혈관엔 마치 혁명과 투쟁의 열기가 적혈구 대신 가득차 있는 듯 싶습니다.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프랑스의 혁명가들이 제기한 이상은 무수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사로잡았습니다. 평등과 우애에 기초한 자유로운 사회. 1789년으로부터 10여년의 혁명은 '쿨'한 현실주의자들에게 웃음거리 취급받을 '말'들이 그 행동의..
얼마전 개봉해서 흥행하고 있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히스 레저가 분한 조커는 시종일관 'why so serious?'라고 묻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serious'한 사람은 조커입니다. 고담 시티의 어두운 반쪽을 지배하고 있는 갱들의 돈을 찾아준 조커는 자기 몫의 반을 불태우며 가장 순수한, 그래서 가장 잔혹할 수 밖에 없는 '폭력'에의 열망을 아낌없이 표출합니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람은 serious-진지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시종일관 현실적 욕망에 타협하고 굴복하는 이들의 존재를 견뎌내지 못합니다. 오늘 제가 영화 '다크 나이트'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정치적 이상에 눈을 뜨고 레닌을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몇 년간 항상 칼날과 같은 정치적..
경향신문에서 5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65일간의 촛불시위의 기록을 담은 책을 내놨습니다. 촛불 그 65일의 기록 경향닷컴 촛불팀|경향신문사 물론 촛불시위는 그 후 8월 15일까지 100일 간 타올랐죠. 16일에도 여전히 촛불을 드신 분들도 계시고 강남에서는 어제도 여전히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한계는 7월 5일 이후의 상황을 담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책의 제작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했을 겁니다. 촛불이 다 꺼지길 기다려야 한다면 2MB가 물러날 때까지 미뤄야 했을지도 모르죠. 두 번째 한계는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들로만 책을 만들었다는 점이죠. 물론 아고라의 몇몇 글들도 인용되긴 했지만 큰 분량은 아닙니다. 즉 이 책은 촛불이 타오르는 와중에 신문 지면을 벗어나서..
8월 15일은 일본이 미국에 항복함으로써 한반도가 일제의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날이죠. 네 '광복절'입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바로 이 36년간의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일을 기리기 위해서 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일로 정합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수립된 '건국일'이기도 한거죠. 문제는 역시 2MB와 뉴라이트 집단의 '건국절' 생쑈. 어찌 생각하면 한국의 우파로서 지난 60여년간 지닐 수 밖에 없었던 딜레마를 일거에 해결한 거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지배 세력에게 가장 큰 약점은 아마도 역사적 정통성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조선 혹은 대한제국을 잇지 않은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역사적 전통성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항일 독립운동'이죠.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
푸르른 틈새 권여선 장편소설|문학동네 몇일 전 모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온라인 카페죠. 이 카페엔 '자기소개'란이 있습니다. 참 오랜만에 '자기소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던 생활이 지겨웠던 전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남들 앞에 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가장 첫 관문이었던 '자기소개'. 과, 동아리, MT, 미팅 … 수십 번의 경험에도 끝내 익숙해지기는 어렵더군요. 그건 아마 '자기소개'의 본질이 "소극적인 자들이 도태되고 적극적이고 용감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세계로의 입사식"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푸르른 틈새|23p. '자기소개'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했다. 다들 자연스럽게 나..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농촌 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구의 50%를 넘던 농촌 인구는 현재 한국의 경우 20%를 밑돌고 있습니다. 농업에 있어서 산업적 생산의 발전과 국제적 농산물 무역으로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수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농업이 아닐지라도 시골에서 자연에 기대 삶을 살아오던 생활 양식의 변화는 길게 봐도 400여 년이고 한국과 같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엔 몇 십년에 불과하죠. 그래서 그럴까요. 40대 이하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낳아 자랐음에도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죠. 그건 아마도 도시 생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한 '판타지'일 듯도 싶습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마을에 부는 산..
녹턴 세실 바즈브로 소설|홍은주 옮김|문학동네 동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 망망함으로 인해 '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곤 합니다. 남해안에서 본 바다는, 점점이 떠있는 섬들 사이로 이어지는 뱃길들, 하지만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때론 강제로 고립시키는 어떤 '운명'의 시작을 생각케 하더군요. 이틀에 걸쳐 해남에 다녀오면서 본 바다는 마침 때맞춰 읽은(하지만 의도하진 않았던) 세실 바즈브로의 소설집 '녹턴'의 바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페리의 밤' '등댓불' '바다로 보낸 병' '혼자라면' 4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입니다. 모두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 이곳의 바다는 사람을 혹은 어떤 사건을 만나게 하고 떠나게 하고 다시 그 사람을 '이해하게' 합니다. 헤어짐으로 이어주는 바다랄까요. 자세한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