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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지난 3달간의 촛불시위를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참가자들의 유머였죠. 대한민국의 유머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됐달까. 2MB가 잘한게 있다면 딱 그거겠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우리 국방부께서 '불온서적'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더군요. 물론 그동안에도 '금서' 목록이 있긴 있었지만 기무사가 아닌 국방부에서 나서서 '불온서적'을 선정해주셨더군요. 농담삼아 저 출판사들이 이걸 홍보 소스로 사용하면 어떨까 했어요. 띠지에 '2008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이라고 크게 넣어서요. 그냥 농담이었죠. 근데 알라딘에서 그걸 정말로 했네요. 링크는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인터넷 서점의 정치적 편향을 말하는 게 쉽진 않지만 알라딘이 다른 서점에 비해 인문ㆍ사회과학 쪽 책이 많이 팔린다는 기사가 나온적은 있습니다. 어쨌..
[7월 31일 작성] 하루종일 뭔가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뭔가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제 대신 얘기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오늘 제 얘기를 대신 해준 분은 진중권씨입니다. 이 싸움을 이끌어온 주경복 후보께 위로를, 그리고 그를 도운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께 격려를, 투표 마감까지 문자와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던 진보신당과 아고라의 그 수많은 손가락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애초에 가망이 없었던 이 선거를 박빙의 승부까지 밀고 간 우리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 정말 훌륭하게 싸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사들에게 최고의 명예를.... 여러분, 당신들은 정말 최고의 전사였습니다. 블로그 ..
이탈리아 나폴리의 해변에서 지난 19일 피서객들이 집시 소녀 2명의 시신을 옆에 두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유럽에서의 유태인에 대한 학살, 차별, 억압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집시에 대한 차별과 억압, 학살은 깊디 깊은 역사적 뿌리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집시'라는 단어를 들을 때 '낭만적 유랑 생활'을 떠올리곤 했지만 그만큼 고단했던 그들의 삶은 알지 못했죠. 오늘(31일) 경향신문 주말섹션에 집시에 대한 기사가 실렸더군요. 두 집시 소녀의 죽음과 유럽에서의 집시에 대한 짧은 글입니다. 과거의 차별에 대해선 들은 얘기가 있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도 사회적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는 지는 몰랐습니다. 흑인, 무슬림, 여성, 동성애자, 집시 …. 개인의 혈통, 생물학적 특징, ..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야 하루이틀 얘기는 아니죠. 물론 정말로 체포하느냐는 문제는 그때그때 다른 문제긴 하죠. 2MB로선 똥줄이 타긴 할겁니다. 사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민주노총으로선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해서 결코 90년대 후반같은 힘을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장마비와 경찰의 강경타압에 사그라들것 같으면서도 이어지는 촛불을 보면서 그는 아마 더 초조해지고 있긴 할 겁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도, 그 결과는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더 2MB와 보수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약하더라도 민주노총의 파업에 불이 붙으면 상황은 어디로 치다를지 알 수 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
2008년은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수 천년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평화롭게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산지 60년이 되는 해죠. 시온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정당화시키는 두 가지 신화가 있죠. 첫 번째는 홀로코스트입니다. 물론 많은 유태인들이 나치 독일에 의해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어야만 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고통 속에 독일의 패망을 기다려야만 했죠. 분명 그들의 희생을 우린 기억해야만 하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고 해서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 용서받을 순 없습니다. 더구나 아랍인들이 유태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주역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
권여선의 단편 모음집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과 쓸쓸함에 다 읽은 뒤에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책장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선은 기억에 남던 문장 몇몇 만 남겨봅니다.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소설집|창비 '가을이 오면' 여름 한낮의 시장 거리는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져 너울거리는 공기 너머로 본 것은 뜨거움과 조잡함이 우윳빛으로 뒤엉긴, 이를테면 순댓국 같은 풍경이었다. 발목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오감은 극도로 민감해졌다. 타는 햇볕과 눅눅한 습기, 지글거리는 화인(火印)이 가려운 부위에 선명히 찍히는 듯한 고통과 희열, 매운 고추 향과 찌르르한 매미 소리, 집요한 열정과 짜증스러운 절망, 정지한 바람과 짙은 녹음, 자장을..
토마스 휩커|남산 한겨레 창간 20돌을 맞아 7월 4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그넘 사진가 20명이 지난 1년간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거죠. 브레송과 카파의 뒤를 잇는 사진가들이 찍은 한국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에 지난 토요일(12일)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죠. 전시는 작가전과 주제전으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앨런 하비|제주도 우도 역광과 유리의 반사를 이용한 아뤼 그뤼에르, 무채색의 유화적 느낌이 강했던 게오르기 핀카소프의 사진들은 분명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겨줬습니다. 멀리 보이는 남산을 콘크리트 구조물의 프레임으로 감싼 토마스 휩커의 사진도 남산..
중앙, '사진연출' 진상조사위 꾸려 (기사보기 클릭!) ▲ 중앙일보 7월 8일자 2면 촛불정국이 가라앉지 않고있는 와중에 중앙일보에 실린 한 사진이 논란에 휩싸였네요. 검역개시와 거의 동시에 시중에 풀린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는 투의 기사에 실린 사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사진은 신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연출사진 중 하나죠. 특히 경제면 쪽에서 모 회사의 신상품 출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투의 기사에, 아니면 사진 단독으로 실리곤 하죠. 꼭 경제면이 아니더라도 사회면이나 이런 데서 특정 행사 사진을 실을 때 사진기자의 요청으로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연출된 사진'이 사용된다는 건 객관적 보도라는 신문의 주장이 거짓이란 걸 단적으로 드러내보인다고 생..
TV와 영화 속에는 다양한 성적 상징과 판타지가 넘쳐나고 성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도 상당히 자유로워졌다고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섹스, 성생활은 연인(그것이 이성애 커플이든 동성애 커플이든) 사이의 가장 은밀한 공간에 갇혀있다. 여기 이 글을 쓴 미술 평론가인 카트린 밀레가 '성행위'가 아닌 '성생활'이라는 제목을 쓴 것은 의도적이다. 그에게 있어서 섹스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하나의 '생활' 양식일 뿐이다. 우리가 공동체 내에서 관계의 유지를 위해 적절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나들이나 여행을 가듯 그녀는 섹스를 한다. 카트린M의 성생활 카트린 밀레 글|이세욱 옮김|열린책들 ※ 이 표지는 초판의 표지다. 2003년에 한..
'서재가 당신을 말한다' 기사 보러가기 클릭! 소설가 정이현의 서재. 사진=한겨레 어릴 때부터 서재를 갖는 게 꿈이었죠. 책이 많은 집에 가면 무척 부러웠어요. 금성사에서 나왔던 세계 위인전이라 던가 세계문학전집이라던가 심지어 만화책 보물섬까지 제 부모님은 어려웠던 가계 사정에도 책에 대한 투자만은 아끼지 않으셨죠. 그 영향 때문인지 '책 읽기'보다는 '책 모으기'에 흠뻑 빠졌었죠. 읽지 않지만 왠지 있어 보이는 책으로 지적 허영심을 때우는 건전한 습관은 이때부터 길들기 시작해 도무지 서문 끝까지도 독파가 요원한 푸코와 알튀세르와 지 따위로 책장을 채우던 대학시절 정점에 이르렀다. 저서 한 줄 안 읽었어도 들뢰즈를 만나면 선뜻 악수라도 요청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친근감을 불러 넣어준 를 책장에 차곡차곡 ..